[에따블라디] 지붕에 올라간 비행기…옛소련 향수 자극 애국심 고취

입력 2020-09-28 07:07   수정 2020-09-28 07:50

[에따블라디] 지붕에 올라간 비행기…옛소련 향수 자극 애국심 고취
연해주 비영리단체, 냉전기 생산된 비행기·자동차·TV 등 모아 전시
박물관 "개장 첫해 2014년 1만5천명 찾아…젊은 층 애국심 고취 목적"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커다란 비행기를 왜 느닷없이 건물 지붕 위에 올려놨을까?'
지난 24일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사트-고라제' 기술박물관을 지나던 중 건물 위에 놓인 대형 비행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장이라도 프로펠러를 돌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던 이 비행기는 소비에트 연방(소련) 시절인 1947년 국영 항공기 제작사 안토노프가 농약 살포용으로 개발한 An-2기다.
날개가 두 개인 복엽기로 1만8천대 이상이 생산됐으며 많은 동유럽 국가가 애용했던 기체다.
소음이 적고 몸통 기체도 가벼워 농약 살포용뿐만 아니라 의료와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였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은퇴했어야 할 기체가 박물관 홍보를 위해 비좁은 건물 지붕 위에 올라 이따금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는 사실에 조금은 처량해 보이기도 했다.



연해주의 비영리단체 '군사 애국클럽'이 운영하는 이 박물관은 2014년 5월 문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금은 손님이 별로 없지만, 2014년 개관 첫해에만 약 1만5천명이 박물관을 찾았으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클럽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박물관 곳곳에는 옛 소련의 향수가 깃든 각종 제품이 즐비하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타자기를 비롯해 옛 소련 시절 흑백텔레비전(TV)과 오디오,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당시 국민들이 사용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골동품처럼 먼지 쌓인 채 보관돼있다.
공산주의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흉상도 한편에 놓여 있다.
2차 세계대전(1939년∼1945년) 당시 독일군에 대적해 명성을 떨쳤던 소련군의 상징 T-34 탱크를 비롯해 비교적 최신 전차로 알려진 T-80까지 박물관은 옛 소련에 대한 추억을 나타낼 수 있는 물품이라면 가리지 않고 전시하고 있다.



소련은 이미 없어졌지만, 러시아 국민들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과거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
미국과 치열하게 냉전 시대 경쟁을 벌였던 소련은 1991년 12월 지구상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그해 12월 25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하고 그 이튿날 소련최고회의(의회격)가 연방 해체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면서다.
러시아는 세계 곳곳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국가 중 한 곳이지만 최근 몇 년간 서방의 각종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탓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옛 물품들을 바라보면서,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다퉜던 초강대국의 향수를 위안거리로 삼는 듯도 했다.



실제 박물관을 운영하는 군사 애국클럽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 위치에 있던 소련 시대의 각종 제품을 전시하는 목적이 젊은 층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애국클럽은 올해 러시아의 주요 기념일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한창인 지난 6월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대대적으로 열린 제2차대전 승리 75주년 기념 거리 퍼레이드에는 기술박물관 차량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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