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요? 코로나19 병동에선 딴 나라 얘기죠"

입력 2020-09-29 06:00  

"추석이요? 코로나19 병동에선 딴 나라 얘기죠"
서울대병원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간호사들 이야기
"부모님이 '그거 꼭 해야 하느냐'고 말씀하시기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거리두기 지켜주는 국민들에게 감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의료진의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는 별다른 휴일이 없다. 쉴 틈 없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들에게 추석은 그야말로 '딴 나라' 얘기다.
환자를 최전선에서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이래 평일, 주말, 휴일 관계없이 그저 '3교대' 근무다. 간호사의 3교대는 대개 오전 7시에서 오후 3시 30분, 오후 3시에서 밤 11시, 밤 10시 30분에서 익일 오전 7시 30분으로 24시간 빈틈없이 돌아간다.
추석을 앞두고 만난 서울대병원 신진경(35) 간호사는 연휴 계획을 묻는 기자의 '우문'에 "추석이요? 그냥 평소처럼 근무하는 거죠"라는 '현답'을 내놨다.
신 간호사는 경력 12년 차로, 현재 서울대병원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동(DICU)에 근무 중이다.
코로나19 중환자를 전담하다 보니 일부 뉴스에서 보듯이 과도한 식사나 간식을 요구하거나 잔심부름을 시키는 환자는 없지만, 어떤 것도 환자 스스로 할 수 없다 보니 모든 게 간호사의 손끝에서 이뤄진다.
신 간호사는 "환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니 얼굴을 닦아드리고 옷을 갈아입히는 그런 기본적인 것까지 간호사들의 업무"라며 "코로나19 유행 전에도 중환자실 근무를 오래 했는데 아무래도 (레벨D) 방호복을 입으면 똑같은 처치여도 더 힘들긴 하다"고 말했다.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방호복을 입는 것도 아주 조금 나아졌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신 간호사는 "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긴 하지만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방호복을 입으면 통풍이 되지 않기 때문에 땀 범벅이 되는 건 똑같다"며 "물도 못 마신다"고 말했다.
실제 신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앞뒤가 땀으로 흠뻑 젖은 간호사 여럿이 스쳐 지나갔다.
간호사들은 한번 방호복을 입으면 4시간 정도는 그대로 일한다. 입고 벗는 과정에서 오염될 우려가 있으므로 되도록 중간에는 벗지 않는다. 화장실에 가기 어려우니 근무에 들어가기 전에 물을 마시지 않겠다는 간호사도 적지 않다.
신 간호사는 방호복을 벗고 나서 찬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신다며 유쾌하게 말하면서도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 간호사는 "코로나19 병동 근무를 맡게 되면서 부모님들이 '꼭 해야 하느냐'며 걱정하시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시다"며 "요즘에는 '방호복 입고 일하는 게 안전하겠지'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모두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는 것뿐이라며 오히려 코로나19 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함께 있던 경력 20년 차의 이은준(43) 수간호사 역시 "큰 마음가짐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담담하게 하고 있다"며 "환자가 늘다가도 또 줄어드는 거 보면 방역당국은 물론, 국민들도 외부 활동을 삼가는 등 거리두기에 노력하고 계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코로나19 중증환자 병동을 포함해 코로나19 병동은 모두 이번 추석 연휴에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이 수간호사는 "간호사들의 3교대 스케줄을 짤 때 개인의 의사를 반영하기도 하는데, 이번 추석 연휴에는 연달아 오프(휴일)를 달라고 신청한 간호사가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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