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를린 소녀상' 산파 한정화, 日반발에 "골리앗 이겨낼것"

입력 2020-10-07 07:09  

[인터뷰] '베를린 소녀상' 산파 한정화, 日반발에 "골리앗 이겨낼것"
"주민들이 소녀상에 꽃, 화분, 인형 갖다놓아…반응 좋다"
"일측 철거요청에 독 당국 공식 반응없어…현지 시민단체·시민과 연대할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하던데,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역 시민, 시민단체들과 함께 일본 정부의 철거 시도를 막아낼 것입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여성 차별, 인종차별 등 주요 인권 관련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한국 관련 시민단체가 있다. 코리아협의회(KoreaVerband)다. 직원은 대부분 독일인인데 대표는 교포 1.5세대인 한정화(58) 씨다.
코리아협의회는 한국과 연계된 인권 문제 등을 다뤄온 단체다.
특히 20대 유학생부터 파독 간호사 출신 할머니들과 연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여성 인권 문제에 발 벗고 나서왔다.
한 대표가 베를린 도심 거리에 소녀상 건립을 조심스럽게 추진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며 베를린 관계 당국을 상대로 설득전에 들어갔다. 기자에게도 올해 초 추진 사실을 알려주면서 보안을 당부했다.
자칫 일본 정부가 이를 알게 될 경우 훼방을 놓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소녀상은 지난달 말 베를린 도심의 많은 시민이 다니는 길가에 세워졌다.
일본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거셌다. 보통 해외에서의 소녀상 설치에 대해 해당 주재 일본대사관 및 영사관이 나서왔는데 이번엔 수위가 올라갔다.
고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유감을 표시하며 철거를 위한 접촉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소녀상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은 6일(현지시간)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 일본 외무상이 독일 외무장관에게까지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는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 독일 당국 측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 소란스럽지 않게 대응하려고 한다.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은 1인 시위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준다. 일단 현지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 소녀상 옆에 앉고, 꽃과 화분, 인형도 갖다 놓는다. 직접 그린 그림을 갖다 놓은 주민도 있다. 주민이 소녀상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많은 주민이 비문을 읽어본다.
며칠 전에는 소녀상 인근에 있는 코리아협의회 사무실로 남자 3명이 작은 소녀상을 사러왔다. 한 남성은 계모한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어서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동네 주민도 사무실로 찾아온다. 일본 관련 사무실에 근무하는 독일인도 소녀상에 꽃을 두고 갔단다.
-- 독일 내 반응은 어떤가.
▲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가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진보매체의 한 기자는 한국의 진보운동에 대해 너무 민족주의적이라며 비판적인 눈길로 바라봤는데, 소녀상에 대해선 보도를 하겠다며 취재해갔다.
-- 일본의 철거 시도가 집요할 텐데.
▲ 독일 현지의 40개 시민단체를 모아 소녀상 지킴이 연맹을 꾸리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겪은 민족 출신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 일본의 이런 반응은 예상했는가.
▲ 작년 베를린에서 여성 전문 갤러리에서의 소녀상 전시회 당시 일본이 반대 공문을 보냈다가 공문이 공개돼 혼쭐났기 때문에 이번엔 초반에 강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봤는데, 외무상까지 나서니 머리가 복잡하다. 베를린의 작은 시민단체가 한 일에 대해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이렇게 나서도 되나 싶다.


-- 한국에서 보면 타국 멀리에 있는 외로운 의병인 셈인데.
▲ 주변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주요 7개국(G7)에 속한 국가와 싸우는 게 쉽지 않다.
-- 소녀상은 언제부터 건립을 추진했는가.
▲ 2018년 8월에 현재 소녀상 인근 자리로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동상이 주관하는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 허가받기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소녀상을 세울만한 자리와 허가 문제를 알아본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을 추진했다. 설득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많이 했다. 사무실 내 전시관의 전시 오프닝을 할 때마다 미테구(區)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했다. 구청장 비서가 대신 오기도 했다.
--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전 작업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 인근 고등학교와 협의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교사들이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됐다. 소녀상 부지 인근의 상점 주인들에게도 소녀상의 취지를 설명해나갔다.
-- 독일 시민과 함께하면서 전 세계적인 전쟁 피해 여성 문제로 접근하다 보니 독일 당국이 더 쉽게 허가를 내줬다는 의견이 있던데.
▲ 젊은 독일 시민 회원이 많이 늘었다. 그 친구들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려 나가고 있다. 일본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쟁에서의 여성 성폭력 피해 문제를 알려 나갔으면 한다. 최근 베를린 당국에 전쟁 피해 여성 문제에 대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선정됐다. 내년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알려 나갈 것이다.
-- 위안부 관련해 일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기지촌 여성 문제를 리서치하고 있었는데 그때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다. 독일에서 재독여성모임, 일본여성모임 등이 할머니들을 초청할 때 자원봉사로 통역을 하고, 석사학위 논문 주제로 위안부 문제를 삼았다. 이후 길원옥 할머니가 유럽에서 캠페인을 할 때 도와드렸고, 여러 도시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발표를 하기도 했다.
-- 동상 설치 기한이 있다던데.
▲ 공공장소에서 예술 작품이 설치될 수 있는 기한은 1년인데, 연장이 가능하다. 계속 연장을 하고 지역사회가 소녀상을 품고 가면 영구적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본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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