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코로나에 소비 줄이고 예금·투자에 '올인'

입력 2020-10-07 12:00   수정 2020-10-07 14:08

가계, 코로나에 소비 줄이고 예금·투자에 '올인'
정부, 국채 발행 등으로 역대 최대 자금 조달…기업 빚도 늘어
한은 2분기 자금순환 통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성서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2분기(4~6월) 가계가 소비를 크게 줄이는 대신 주식 등에 대한 투자와 예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은 자금난 속에 대출을 키웠고, 정부 역시 국채 발행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2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64조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기록이었던 1분기의 68조8천억원보다는 적지만, 작년 2분기(24조원)보다 40조원이나 많은 규모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보통 가계는 이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의 방식으로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2분기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늘었다는 것은 이 기간 예금·투자 등으로 굴린 여윳돈의 증가 폭이 대출 등 조달액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가계의 2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110조1천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가장 컸다. 가계의 자금조달액(46조1천억원)도 작년 2분기(20조7천억원)나 올해 1분기(15조원)보다 늘었지만 자금 운용액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운용 부문별로 보면 특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1조3천억원)와 금융기관 예치금(49조8천억원)이 작년 2분기(2조8천억원, 26조4천억원)와 비교해 크게 불었다.
정규채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코로나19로 가계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단기 대기성 자금 성격으로서 금융기관 예치금이 늘었고 공모주 등 주식 투자도 급증하면서 전체 순자금 운용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순자금 조달 규모가 29조1천억원으로 작년 동기(15조3천억원)보다 13조8천억원이나 증가했다. 기업은 자금 운용액보다 자금 조달액이 많아 순자금 운용액이 음(-)인 '순자금 조달' 상태가 일반적이지만, 그 규모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기업의 2분기 자금조달액은 90조4천억원으로, 작년 2분기(26조6천억원)보다 63조8천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1년 새 금융기관 차입액이 37조원에서 46조2천억원으로, 채권발행 등을 통한 직접 금융액이 11조8천억원에서 16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업의 2분기 자금운용액(61조3천억원)도 작년 2분기(11조2천억원)보다 40조원 이상 증가했지만, 자금조달액 증가 규모보다 작았다.
정 팀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 감소와 수익 둔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운전자금 수요가 늘고 투자도 소폭 증가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순자금 조달액도 지난해 2분기 2천억원에서 올해 2분기 37조9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순자금 조달 규모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조달 형태별로는 2분기 국채 순발행액이 33조8천억원, 금융기관 순차입금이 6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정 팀장은 "2분기 중 세금 납부 유예 등으로 정부 수입은 줄어든 반면, 적극적 재정 집행 정책에 따라 지원금 등 이전지출, 정부 소비와 투자 등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금 흐름이 아닌 각 경제주체의 일정 시점 금융자산·부채 잔액을 보면, 2분기 말 기준 가계와 기업, 정부의 순금융자산은 각 2천244조9천억원, 29조8천억원, 709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과 비교해 각 163조2천억원, 85조3천억원, 24조9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shk999@yna.co.kr,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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