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투병' 70대 한인선교사 부부 "사망의 골짜기 지났다"

입력 2020-10-11 08:00  

'코로나 투병' 70대 한인선교사 부부 "사망의 골짜기 지났다"
에스와티니 김종양 선교사 내외, 4주 만에 완치…"입원 병원은 포로수용소 같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병한 지난 4주간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것과 같았습니다."
의료시설이 매우 열악한 아프리카 땅에서 코로나19 고위험군인 70대 한인 선교사 부부가 감염돼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은 후 최근 밝힌 소감이다.
남부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를 중심으로 34년간 선교 사역을 한 김종양(74)·박상원(70) 선교사는 지난 9월 24일 자 선교 편지에서 주변의 기도와 현지인의 도움으로 완치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요즘 건강이 어떠한가'라는 연합뉴스 질문에 "우리는 아직 후유증으로 약간 힘들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선교사는 편지에서 자신들이 입원해 있던 루봄보 정부병원은 현지 선교관에서 두 시간 거리로 고위 관리, 왕실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전문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포로수용소와 같았다"고 말했다.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있는 입원 병동은 천장마저 높아서인지 겨울 내의를 입고 점퍼를 두 벌이나 껴입었는데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고 한다.
건물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길이가 300m 정도로 입원실이 즐비했지만, 화장실 밖에 갈 곳이 없었다.
경비원들이 환자는 병동에서 한 발도 못 내놓게 하고 외부인 출입도 제지했다. 자동차는 아예 구내에 못 들어오고 가져온 물건조차 먼저 경비원에게 맡겨 놓으면 간호사가 소독약을 뿌리고 조사한 후에야 입원실로 옮겨줬다.
의사, 간호사, 배식원, 청소원 등 모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눈만 내놓은 방역복 차림이었다.
발병으로 당초 심장에 통증까지 왔던 김 선교사는 입원 며칠 동안 의사들의 집중 치료로 차츰 좋아졌지만, 부인 박 선교사는 고열과 기침, 통증을 호소하며 몇 번이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입원실 건물 안에는 밤 10시만 되면 의사나 간호사가 아무도 없었다. 외부 직원에 전화를 걸어도 한 시간째 아무도 오지 않아 다시 전화해 "사람 생명을 가지고 장난하느냐"며 큰소리쳐야 겨우 왔다.
그는 자신도 환자지만 수일 동안 밤마다 한 시간 정도만 자면서 아내 곁에 의자를 놓고 앉아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며 필요하면 밖으로 나가 간호사나 의사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그는 부인에 대해 "제가 폐병과 말라리아로 병들었을 때 제 곁에서 밤을 새우며 간호를 했고, 권총 강도의 침입을 받았을 때 가족을 지킨다고 돌로 머리를 맞아서 피를 흘리면서도 의연하게 곁에 있었고, 제가 심장 수술을 받고 한국에서 3개월 동안 투병 생활을 할 때도 제 곁에서 저를 지켰던 아내인데 지금 코로나19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라며 밤이 새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약도 어렵사리 구해 주사를 맞으면서 부인은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같이 퇴원해 집 근처 클리닉에 다니며 치료를 한 결과, 코로나19 검사에서 부부 둘 다 음성으로 바뀌었다.
김 선교사는 "코로나19는 정신적, 육체적, 영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전염병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고독하게 하고 약이 없어서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하며 고열과 기침으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약 한 달 동안 힘들고 위험한 순간들을 보내면서 가족과 부부간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배웠다"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동역자님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코로나19 전문병원에 가지도 못했을 텐데,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면 감사와 고마움으로 눈물이 납니다"고 덧붙였다.
김 선교사는 아프리카 유일의 왕정국가인 에스와티니에서 의료선교, 보육원 운영 등 다양한 선교 활동을 한 공로로 2009년 당시 제9회 연세대 언더우드 선교상을 받았다.
이번에 코로나19에 걸린 것도 어려운 형편에 처한 현지인들에게 식량을 나누는 사역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아프리카 대륙선교회(ACM)에서 에스와티니 첫 의과대학으로 설립한 '에스와티니 기독 의과대학'(EMCU)이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목표한 9월에 개강하지 못한 것과 관련, "여기는 모든 기관이 다 일을 못 하고 있으며 우리도 당분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지낸다"고 설명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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