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이론 대가들에 노벨상…주파수 경매·배출권 거래의 바탕(종합)

입력 2020-10-12 20:57   수정 2020-10-12 21:02

경매이론 대가들에 노벨상…주파수 경매·배출권 거래의 바탕(종합)
'가장 효율적 시장 설계'에 매진
밀그럼, 스승 윌슨의 권유로 뒤늦게 학자의 길…사제 공동수상
"이론의 현실적 유용성도 탁월…수상에 누구도 이의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연정 성서호 기자 =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밀그럼과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인 '경매이론(auction theory)'의 대가들이다.
경매이론은 경매시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경매시장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주제로 다루는 학문이다.
그 중에서도 밀그럼과 윌슨 교수는 경매의 상황(맥락·콘텍스트)과 목적에 따라 시장(경매)을 어떻게 설계해야 가장 효율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실제로 그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수많은 획기적 방식의 경매 형태가 탄생했다.
예를 들어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마련된 국유자산의 경우, 전적으로 정부가 운영·관리하며 책임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통신(KT의 전신)을 국영기업으로 운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공공재, 국유자산인 주파수를 경매 방식을 통해 파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그래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문제를 통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역시 이들의 경매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들이 경매 형태의 배출권 거래를 통해 환경 오염을 막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더 효율적으로 분담하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미술품 경매, 어시장 경매 등 경매의 방식과 목적은 매우 다양하고, 꼭 판매액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닌 경매도 있을 수 있다. 과거 동구권 붕괴 때 러시아 등에서 나타난 거대한 국유자산 헐값 매각 문제 등이 대표적으로 실패한 경매"라며 "수상자들은 경매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시장 설계(market design)'를 할 수 있도록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도 "이들은 경매 자체를 통해 이론적 경영을 했고, 새로운 경매도 만들어냈다"며 "미국에서 주파수를 통신사에 팔 때 어떤 방식의 판매가 좋을지 답을 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이론은 현실에서도 유용성이 이미 입증됐다. 이후 다른 학자들의 수많은 후속 연구도 끌어낸 선구자들이기 때문에 누구도 수상에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유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도 "두 교수는 '마켓 디자인(시장 설계)' 부문에서 이론적으로 크게 기여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MSRI상'을 2016년과 2017년 각각 수상했는데, 이 때부터 노벨상 수상이 예견돼 왔다"며 이들의 수상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뿐 아니라 최근 10년간 MSRI상 수상자 중 5명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수상자들의 강의를 직접 들은 왕규호 서강대 교수는 "특히 밀그럼 교수님이 어려운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을 너무 잘하셔서 매번 강의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밀그럼 교수가 윌슨 교수의 제자로, 사제의 인연을 맺은 과정이 독특하다.
밀그럼은 학부를 졸합한 뒤 5∼6년이나 직장 생활을 하다가 2년간 실무 교육을 위해 뒤늦게 스탠퍼드 경영대 MBA 프로그램을 수강했는데, 당시 교수가 윌슨 교수였다. 재능을 알아본 윌슨 교수의 권유로 학자의 길에 들어선 뒤, 밀그럼은 박사 과정을 3년만에 마쳤다.
스탠포드대 박사 학위 과정에서 수상자들의 강의를 접한 김정유 경희대 교수는 "두 사람의 성격이 매우 대조적"이라며 "윌슨 교수는 큰 비전을 갖고 학생들을 늘 격려하는 학자였지만, 밀그럼 교수는 성격이 매우 까다로워 제자를 엄선했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보다 늘 채찍질하는 유형의 지도자였다"고 회상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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