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동네슈퍼 1호점 가보니…24시간 영업 '심야엔 무인'

입력 2020-10-15 14:30   수정 2020-10-15 17:17

스마트 동네슈퍼 1호점 가보니…24시간 영업 '심야엔 무인'
신용카드로 출입문 열고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낮엔 유인
배달앱 입점도 추진…편의점·온라인 쇼핑몰과 경쟁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과자 몇 개를 집어 들고 키오스크(무인 계산대)에 바코드를 읽히니 '삐' 소리와 함께 깔끔한 LED 화면에 상품 목록이 표시됐다.
스마트폰 '삼성페이'를 열고 지문 인식을 한 뒤 카드 투입구에 대자 이내 '영수증을 출력하겠느냐'는 물음이 나오고, '예'를 누르자 순식간에 결제가 끝났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곳은 낮에는 보통 가게처럼 점원을 두고, 심야 시간에는 스마트 기술로 무인 운영되는 '스마트슈퍼' 1호점이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스마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기획한 사업으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첫 간판을 올렸다.
중기부는 "동네 슈퍼는 전국 약 5만개가 운영 중인 대표적 서민 업종"이라며 "보통 하루 16시간 이상 운영하는 등 경영 여건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계의 '축'이 급속도로 비대면·온라인으로 기우는 데다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 '공룡' 들이 디지털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점도 동네 슈퍼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동네 슈퍼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모를 리 없지만, 투자 비용과 정보가 부족해 대형 업체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국의 동네 슈퍼는 2015년 6만4천565개에서 2018년 5만1천943개로 감소할 정도로 영업이 위축됐다.
중기부는 이에 낮에는 유인으로, 심야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혼합형 무인점포를 고안했다. 이 스마트슈퍼에는 무인 출입 장비, 무인 계산대, 보안 시스템 등 스마트 기술·장비가 도입됐다.
이곳 1호점은 이달 5일부터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점주 최제형(60)씨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가게에 머물면서 손님을 맞는다. 자정이 되면 가게 문을 굳게 닫고 최씨는 매장을 떠난다.
심야 시간에 가게를 찾는 소비자는 입구에 마련된 신용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투입하면 출입 시스템이 문을 열어준다. 이후 장을 보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신용카드로 값을 치르면 된다.

다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시간에는 청소년의 신분증 도용 우려 등의 이유로 주류와 담배는 구매할 수 없다.
최씨는 "매일 9시간씩 무인으로 가게를 운영 중인데, 이 시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시간당 1만원은 들어간다"며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월 최소 250만원은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궁극적으로는 무인 운영 시간을 차츰 늘려나가 일요일은 온종일 무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며 "코로나19 시대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무인 슈퍼마켓으로 매출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슈퍼는 전통적인 의미의 상품 판매를 넘어 배달 앱을 통해 모바일 배송 서비스도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 민간 배달 앱에 시범적으로 입점한 뒤 내년부터는 민간·공공 배달 앱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소비자는 배달 앱으로 스마트슈퍼의 물품을 사면 이른 시간 안에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노인이나 주부 등의 부업으로 떠오르는 근거리 도보 배달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특히 슈퍼에서 파는 가공식품 등 전통적인 상품군을 넘어 최근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가정간편식이나 지역 특산물(로컬푸드) 등도 마련해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심야 무인 슈퍼라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경로로 상품을 검색·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겠다"며 "소비자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등 마케팅 강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스마트슈퍼를 통해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소비 추세에 대응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소상공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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