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14도서 전기저항 제로 '상온 초전도' 물질 마침내 개발

입력 2020-10-15 13:03   수정 2020-10-15 14:00

영상 14도서 전기저항 제로 '상온 초전도' 물질 마침내 개발
초고압 낮추는 과제 남아…실용화하면 반도체서 초전도체 사회 진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일상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영(0)이 되는 상온 초전도 물질이 마침내 개발됐다.
지구의 핵 근처에서나 있을 수 있는 초고압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실용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초전도의 상온 벽을 깬 것만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을 없애 엄청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자기부상 열차와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 시대를 여는 등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꿈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로체스터 대학 물리 및 기계공학 조교수인 랑가 디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고압 상태에서 황과 수소, 탄소를 섞은 물질로 영상 14도(화씨 58도)에서 전기저항이 전혀 없는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로체스터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황화수소(H₂S)에 탄소를 결합한 '탄소질 황 수소화물'(carbonaceous sulfur hydride)을 초고압 장치인 '다이아몬드 모루 세포'(diamond anvil cell)에 넣고 실험했다.



황화수소는 수소 원자 2개와 황 원자 하나가 결합한 것으로 지난 2015년 연구에서 영하 70도, 2천200만 psi(1평방 인치당 파운드)에서 초전도성을 보인 것으로 발표된 바 있는데, 연구팀은 여기에 제3의 원소로 탄소를 추가해 새 물질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3천800만 psi의 초고압 상태에서 영상 14도에 전기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초전도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1911년 영하 268.8도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이 처음 발견된 이후 이 온도를 높이는 연구가 줄곧 진행돼, 지난해 란타넘(La)이라는 원소와 수소를 합성한 란타넘 수소화합물을 통해 영하 23도까지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성과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진전이다.
디아스 박사는 이와 관련,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응집물질 물리학의 '성배'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을 확실하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온도가 낮아야 하는 한계로 초전도체가 상상했던 것만큼 세상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결과는 (온도의) 장벽을 깨고 많은 잠재적 응용의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했다.
우선 송전 과정에서 전기저항으로 발생하는 약 2억 MWh(메가와트아워)의 전력 손실을 없앨 수 있고, 더 빠르고 효율적인 전자장치나 의료장비 개발도 가능하다.
또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너스 현상'을 이용해 자기부상 열차 이외에 새로운 교통수단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공동저자인 네바다대학의 아시칸 살라마트 박사는 "우리는 이미 반도체 사회에 살고 있는데 초전도 기술로 배터리 같은 것이 필요 없는 초전도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이 만들어낸 초전도 물질은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입자 하나 크기에 불과한데,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낮은 압력에서도 상온 초전도성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됐다.
연구팀이 다이아몬드 모루 세포에서 적용한 3천800만 psi는 땅속으로 5천㎞까지 파고들어 가 액체로 된 지구 외핵의 끝부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해수면의 psi는 약 15에 불과하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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