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임대료도 버거운데 코앞에 새 점포가"…편의점은 담배전쟁 중

입력 2020-10-17 06:00   수정 2020-10-17 13:46

[OK!제보] "임대료도 버거운데 코앞에 새 점포가"…편의점은 담배전쟁 중
경기연구원 "편의점주 10명 중 5명 근접출점 피해 경험"
고양시, 내달 19일부터 담배권 거리제한 50m→100m…아산시도 내년부터 확대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이보경(66)씨 등의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최근 인근에 새 편의점이 입점하면서 '담배 손님'을 빼앗겨 월매출이 반 토막 난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인데…."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5년째 가족들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보경(66)씨는 지난달 초 인근에 입점한 A편의점이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되자 경기도청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씨는 본인 점포와 A편의점 간 거리가 의정부시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 기준인 50m에 못 미치지만 A편의점이 내부에 가벽을 세워 점포를 둘로 쪼개는 방식으로 거리 제한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애초 A편의점까지 거리가 47.7m였지만 A편의점 점포 쪼개기로 간격이 벌어져 51m로 측정됐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편의점을 개업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 권한을 놓고 편의점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 "일부 점포, 담배권 취득하려 가벽 세우고 사무실 급조"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지난해 전국 편의점 4만여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43%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신규 출점 편의점은 대부분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이른바 '담배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담배소매인 간 거리를 50∼100m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일부 편의점이 점포 내 분리된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씨는 "A편의점이 쪼갠 공간을 비품 창고로 쓰고 있어 사실상 한 건물과 다름없는데 담배권 허가가 어떻게 난 건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편의점 점주는 "편의점 옆 점포에서 화분 등을 판매하는 원예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직 준비가 안 돼 빈 병을 모아두는 용도로 쓰고 있다"며 "한국담배판매인회에서 실사도 나왔지만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대전에서 아버지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심모(26)씨도 조만간 맞은편 상가에 새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심씨는 "담배조합에서 실사 나온다는 걸 알고 맞은편 상가에서 점포 내 가벽을 세워 1평 남짓한 사무실을 급조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 타격이 커서 아버지와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하는데 (새 편의점의 담배권 확보는) 정말 청천벽력같은 소식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 점주들 "전국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 50m→100m 확대해야"
담배권을 두고 편의점 간 분쟁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담배소매인 거리를 50m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지자체도 100m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서울, 제주 등 30여 지자체만 100m 거리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규식(가명·43)씨는 "담배권 추첨 대상이 되기 위해 우선 간판이나 매대만 대충 마련해 놨다가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거품처럼 빠져버리는 '아니면 말고' 식 편의점도 등장하고 있다"며 "다 같이 힘든 시기에 꼼수를 부리는 점주들이 줄어들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지자체는 편의점 점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거리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 밀집도가 높은 경기도는 지난 4월부터 각 시·군에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100m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도내 영업 중인 19개 시·군 편의점주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55%가 근접출점에 따른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양시는 도 권고를 받아들여 다음달 19일부터 거리 제한을 100m로 늘리기로 했다.
고양시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편의점 과밀화에 다른 점주들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시내 관할 구청과 합의한 끝에 서울 지역과 같은 수준인 100m로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수정키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충남 아산시도 내년 1월 100m 거리 제한을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의정부시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경기도청 공정경제과 관계자는 "편의점주들과 간담회를 통해 편의점 과밀화로 인한 매출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시·군에 지정 거리를 확대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많은 지자체가 참여하도록 꾸준히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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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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