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대 금기 깨고 군주제에 도전…존경심 무너져"

입력 2020-10-16 11:57  

"태국 시위대 금기 깨고 군주제에 도전…존경심 무너져"
영국 일간 가디언 사설…"불평등에 따른 긴장 지속…국제사회가 정권 압박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군부 출신의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오랜 금기를 깨고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가운데, 영국의 진보 성향 매체가 국제사회의 시위대 지지를 촉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태국의 시위와 국왕에 대한 가디언의 견해: 존경의 끝'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반정부 시위를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굶주림의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국왕을 신처럼 받드는 태국에서 시위대가 군주제 개혁 요구라는 금기를 깼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지난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부는 무능하고 권위적이며 해외로 도피한 반체제 인사들까지 괴롭히거나 죽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70년간 재위한 뒤 숨진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뒤를 이은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도 복잡한 사생활에 군대와 400억 달러(한화 약 45조8천억원)에 달하는 왕실 재산의 사유화로 국민의 불만을 샀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는 최근 왕실 자동차 행렬에 저항의 의미로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행동을 했다. 이는 영화 '헝거 게임'(The Hunger Games)에서 독재 저항 세력이 취했던 행동으로 자유와 평등, 동지애를 의미한다.
신문은 "시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욕구를 반영하지만, 군주제에 도전하는 것은 금기였다.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장면"이라며 "군주제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수개월에 걸친 반정부 시위가 최고조에 달하자 태국 정부는 15일 '긴급 칙령'(emergency decree)을 통해 5인 이상 정치 집회 금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와 온라인 메시지 금지 등을 명령했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차지한 지도층에 대한 불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산업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커진 태국 국민의 불만을 이런 조치로 틀어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가디언은 "가장 부유한 1%가 국부의 67%를 차지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 엘리트층이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존경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파악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문은 "나머지 (소외계층이) 보잘것없는 재산에 만족하며 살아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며 "더 나은 정치적·경제적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부유층과 빈민간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이며, 왕실의 지위 역시 (여러 부유층)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1976년 벌어진 탐마삿 대학에서 벌어진 학살이 재연되지 않도록 영국과 다른 나라들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탐마삿 학살'은 1973년 민중봉기로 축출된 타놈 키티카촌 전 총리 복귀 문제 등으로 태국의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왕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군인 등이 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