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에서 특정로펌에 일감 몰아준 직원들, 퇴직후 '그 로펌' 직행

입력 2020-10-18 07:13   수정 2020-10-18 10:40

KIC에서 특정로펌에 일감 몰아준 직원들, 퇴직후 '그 로펌' 직행
추경호 "KIC 퇴직자 재취업 관리 허술…시스템 전면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한국투자공사(KIC) 재직 당시 특정 로펌에 일감을 몰아줘 내부 감사에서 적발된 직원 3명이 퇴직 후 해당 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KIC와 거래 중인 국내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여러 건 발견되는 등 KIC의 퇴직자 재취업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KI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최근 5년간 KIC 퇴직자는 총 74명으로 이 중 확인할 수 있는 재취업자는 44명(59.5%)이었다.
재취업 기관을 보면 금융기관(29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법무·세무법인(8명), 일반 기업(7명) 순이었다. 퇴직자의 절반이 금융기관 또는 대형 로펌, 세무법인에 재취업한 것이다.



이 가운데 특정 법무법인에 용역 계약 등 일거리를 몰아줬다가 내부 감사에서 적발된 법무팀 직원 3명이 KIC에서 퇴직해 해당 로펌들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KIC 재직 당시 법무자문사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하면서 '예상 비용이 5천만원 이상일 경우 5곳 이상에서 견적서를 받아 비교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2~3곳에만 견적서를 요청해 해당 법무법인과 계약한 사실이 2018년 실시된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KIC에 해외 법무법인 풀(pool) 14곳, 국내 법무법인 풀 7곳이 있는데도, 2~3곳만 '콕 집어' 견적서를 요청한 것이다. 내부 감사 적발 후 이들 직원은 2018년 12월과 2019년 7월, 10월에 각각 퇴직했고 곧바로 해당 대형 로펌들에 재취업을 했다.
KIC와 거래 중인 국내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됐다.
위탁운용팀, 거시분석팀에 근무 중이던 직원 2명은 각각 2017년 5월과 6월에 퇴직해 A증권사와 B증권사에 재취업을 했다. 이 가운데 A증권사는 해당 직원이 재취업하기 5개월 전부터 KIC와 거래 중이었으며, 이 직원이 재취업한 뒤 6개월 안에 총 3차례에 걸쳐 122억원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KIC 주식운용실, 전략리서치팀, 투자기획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퇴직해 KIC와 거래 중인 해외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추 의원에 따르면 KIC의 퇴직자 재취업 정보 관리는 '허점투성이'다.
우선 KIC는 직원 퇴직 시 학업, 전직 등 퇴직 사유는 밝히도록 하면서, 재취업 기관이나 재취업 일자를 회사에 통보하는 것은 퇴직자의 재량 사항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퇴직자 74명 중 30명의 재취업 여부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KIC의 재취업자 관리 내부 규정을 보면 퇴직자가 KIC와 거래 상대인 기관에 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6개월간' 퇴직 임직원과 거래를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한 뒤 6개월이 지나서 재취업을 했다면 사실상 아무런 거래 제한을 받지 않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재취업 정보 조회 및 제공 동의서를 받아 퇴직 후 2년간 관리하고, 퇴직 임직원을 채용한 기관에 대해 '재취업일로부터 6개월간' 거래 제한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추 의원은 "국가 재산을 운용하는 KIC를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는 것이 KIC의 현실"이라며 "KIC는 허술한 재취업자 관리 시스템을 이대로 두면 좋은 자리로 이직하기 위해 거래 업체에 특혜 제공, 비밀 정보 유출 등의 유인이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해 관리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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