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걸린 흡혈박쥐 '격리' 행동 야생서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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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7 14:10  

병 걸린 흡혈박쥐 '격리' 행동 야생서도 확인

병 걸린 흡혈박쥐 '격리' 행동 야생서도 확인
접촉 범위·시간 줄여 집단내 질병확산 늦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흡혈박쥐가 야생에서도 병에 걸리면 집단 내 다른 개체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진은 실험실 환경에서 확인된 병 걸린 박쥐의 '격리' 행동이 야생 상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지를 실험한 결과를 과학 저널 '행동 생태학'(Behavioral Ecology)을 통해 발표했다.
병 걸린 박쥐의 격리 행동은 집단 내 질병 확산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박쥐뿐만 아니라 일부 사회성 곤충도 병 걸린 개체가 스스로 격리하거나 집단 내 다른 동료들에게 배척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널을 발행하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 따르면 시몬 리퍼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벨리즈 라마나이의 속이 빈 나무에 서식하는 암컷 흡혈박쥐 31마리를 붙잡아 이 중 16마리에게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 공격 물질인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를 주사해 '병'을 유발했다. 나머지 15마리에는 식염수만 주사해 통제그룹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 박쥐들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접 센서'를 부착해 원래 살던 나무로 돌려보내고 자연 상태에서 서로 얼마나 가까이 어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병에 걸린 박쥐들은 전체적으로 집단 내에서 어울리는 동료도 적고, 접촉하는 시간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6시간 걸린 치료 중에 병에 걸린 박쥐는 통제그룹 박쥐보다 어울리는 박쥐가 평균 네 마리 적었다.
통제그룹의 박쥐는 그룹 내 다른 박쥐와 어울릴 가능성이 49%에 달했지만, 병에 걸린 박쥐는 같은 그룹 내에서 다른 박쥐와 어울릴 가능성이 35%에 그쳤다.
또 병에 걸린 박쥐는 다른 박쥐와 어울려 함께 보내는 시간도 통제그룹 박쥐보다 평균 25분 적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치료가 끝난 뒤에는 줄어들었으며, 잠을 자거나 홰 밖에서 사냥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퍼거 박사는 "박쥐에 단 센서가 박쥐의 사회적 행동이 속이 빈 나무의 어둠 속에 숨어있을 때를 비롯해 밤낮으로 시시각각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놀라운 새로운 창을 제공해줬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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