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Q열전]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삽질장인 귀찮

입력 2018-03-15 14:50  


[꼴Q열전] 



△ 네이버 포스트 스타 에디터 '귀찮'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네이버 포스트의 스타 에디터 ‘귀찮’은 자신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사람들과 공유한다. 뉴욕부터 신대방 자취방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여행기부터 요리 그림, 퇴사 일기 등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네이버 포스트 구독자는 4만 명을 넘어섰어요. 인스타그램, 피키캐스트 등 다른 채널의 구독자까지 합하면 4만 8천 명 정도 돼요.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5만 명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인스타그램에 일상툰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뉴욕 여행기’ 반응은 씁쓸, ‘자취방 여행기’는 대박  




‘귀찮’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김윤수(30) 씨는 2015년 9월부터 네이버 포스트를 시작했다. 당시 회사에서 콘텐츠 제작 업무를 담당하던 김 씨는 네이버 포스트 서비스가 새로 출시되자 테스트를 해 볼 겸 여행기 몇 개를 올렸다. 

“글 몇 개를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네이버 담당자에게 ‘서비스 사용 후기를 듣고 싶다’며 연락이 왔어요.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설득만 잘 하면 포스트 연재 작가 기회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나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린다’며 강력 어필을 했어요. 담당자가 썩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결국 그렇게 연재 기회를 얻게 됐죠.” 



△ 김윤수 씨는 필명을 짓기 귀찮아 '귀찮'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김 씨가 선택한 연재물은 대학시절 다녀왔던 뉴욕 여행기였다. 여행을 많이 다녀온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보니 자연히 여행으로 소재를 잡게 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3개월 동안 본업만큼이나 열심히 포스트를 만들었지만 겨우 ‘중박’ 수준을 유지한 정도였다. 곰곰이 원인 분석을 해보니 ‘뉴욕 이야기’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너무 멀게 느껴진 듯했다. 

작전을 바꿨다. 조금 더 친근한 곳을 찾기로 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여행기 위주로 소재를 변경했다. 김 씨는 영덕, 제주 등의 여행지부터 서울 독립서점 여행기 등 우리 주변의 여행지 소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평일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다 보니 한 달이 지나자 체력이 완전히 방전된 것이다.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은 ‘만사가 귀찮은 직장인의 주말 자취방 여행기’를 만들었어요. 여행을 떠날 체력은 안 되고 콘텐츠는 올려야 하니 1박 2일을 자취방에서 뒹구는 소소한 이야기를 올린 거예요.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어요. 좋아요 숫자가 2380을 기록했고, 57만 명이 클릭을 했죠. 하루 만에 팔로워가 1만 명 이상 늘었을 정도예요.” 



만사가 귀찮은 직장인의 주말 자취방 여행기’의 일부 (네이버 포스트 캡쳐)

거창하고 있어 보이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사소하고 사소하고 사소한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김 씨는 힘을 빼고 자신의 일상에서 콘텐츠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자취방에서 해 먹는 요리 이야기를 담은 ‘요리그림’부터 직딩 여행기, 그림 배우기 시리즈 등을 다양하게 업로드했다.   

“제가 올리는 콘텐츠는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소소한 유머와 일상의 흔한 소재를 다루죠. 그 안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부분을 잘 캐치하는 것이 유일하게 제가 잘 하는 일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너무 평범한 일이지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거든요.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소재를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귀찮의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12월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윤수 씨.





‘공격형’보다 ‘안정형’ 고수하던 그녀, 퇴사를 결심하다 

최근 시작한 시리즈 중 하나는 ‘퇴사일기’다. 퇴사를 준비하던 때의 마음가짐부터 퇴사 후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 거리는 일상에 대해 담아내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회사에서는 상하반기 핵심성과지표(KPI)를 수립해요. 그런데 항상 그 목표치는 전년도 성과의 2배 이상이에요. 지난해에도 쥐어짜 나온 성과인데 그 두 배를 해내라니 말도 안 되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직장인이 되면 그걸 다 해내더라고요. 자신이 생각한 능력치 이상을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정도 능력이 있으면 혼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회사를 그만뒀어요.”



△ 단발머리였던 김윤수 씨를 모델로 한 '귀찮' 캐릭터. 

퇴사가 ‘트렌드’로 떠오른 요즘이지만 김 씨에게 사표를 던지는 행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늘 안정적인 길만 고수하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미대 대신 공대에 갔다. 그림을 그려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용기가 필요한 길 대신 평탄한 길을 선택했다. 

취업이 잘 된다는 공대를 선택했고, 성적에 맞춰 충북대 천문우주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환경공학과로 전과, 다시 숭실대 글로벌 미디어학부로 편입하는 등 방황의 대학 시절을 보냈다.

“글로벌 미디어학부를 졸업하면 서비스 기획, 개발자 등으로 취업할 수 있어요. 선배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입사했죠. 하지만 저는 모두 다 탈락이었어요. 적성과 기호는 고려하지 않고 그저 높은 보수의 직장만 원했기 때문인가 봐요. 그렇게 다 포기하듯 지내다가 우연히 콘텐츠 제작 직무를 알게 됐죠. 전공 수업의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라 부담이 없어 지원했는데 처음으로 합격을 한 거예요.” 

기대했던 대기업도 생각한 직무도 아니었지만 남들처럼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는 마음에 주저 없이 입사했다. 다행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콘텐츠 제작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아 회사 생활은 무리 없이 해냈다. 물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극한의 노동 환경 속에서도 퇴사를 생각한 적은 없다. 회사를 벗어나 얻게 될 자유로움보다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회사를 박차고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귀찮’이라는 이름으로 얻은 용기 덕분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과 나의 이야기를 좋아해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반응에 그녀는 홀로서기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뒤 먹고 살 일이 걱정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셨어요. 당장 월급만큼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게 일하고 적당히 버는 삶이 더 만족스러워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이것저것 제안을 주시는 일도 많고요. 아마 올해는 두 권의 책도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름에는 서울을 떠나 시골살이를 시작해 볼 계획도 있어요. 시골에서 고립돼 살아가는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사진=서범세 기자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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