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영 ‘유어웰컴’ 대표 “국내 최초 암환우 뷰티관리사… 선한 뜻 끝까지 간직하고 싶어요”

입력 2018-06-04 09:34   수정 2018-06-07 16:57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유지영 ‘유어웰컴’ 대표

“국내 최초 암환우 뷰티관리사… 선한 뜻 끝까지 간직하고 싶어요”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유지영(23) 씨는 창업 이전에 창직으로 이미 유명세를 탔다. 포털사이트에서 창직을 검색하면 그의 이름은 우수사례로 곧잘 등장한다. 유씨가 새로 만든 직업은 암환우 뷰티관리사. 병원 출강 등을 통해 항암 치료로 외관이 무너진 환자들의 외모를 관리해주는 일이다. 

그는 2016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창직어워드’에서 전국 1위로 뽑혔다. 이를 계기로 그의 이야기는 여러 매체에 실렸다.

여기까지 소개하면, ‘그래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늘 뒤따라온다고 유씨는 말한다. 그는 “메이크업 뿐 아니라 세안, 두피관리 등 건강했을 때는 너무도 일상적이었던 것이 투병 후 얼마나 까다로워지는지 짐작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씨는 창업 전 1년간 암 정복에만 매진했다. 항암치료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얼마’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환자의 상태별로 각 단계를 예측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었다.



“암은 멀리 있지 않아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가까이에 많다는 걸 알았죠”




유해한 화장품을 걸러내는 것도 급선무였다. 하지만 화장품 용기에 적힌 성분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어렵사리 나머지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혼자의 힘으로 완벽 분석이란 불가능했다. 대신 직접 화장품 제조공장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암센터 의료진들에게도 메일을 보내거나 찾아가 자문도 구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교수님 한 분이 제 사업 이야기를 듣고 암 환우를 만나기를 원하셔서 유방암 환우 한 분을 소개했어요. 교수님은 예쁘게 꾸며주고 싶다며 환우에게 계속 옷을 갈아입길 청했는데 이 분이 한쪽 유방을 도려내서 환부에서 진물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옷이 조금만 쓸려도 매우 고통스러웠던 거죠. 암 환자를 돕는 일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제게도 알려준 순간이었어요.”



유씨가 창업으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한 중소기업에서 기계설계를 담당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은 그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르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트렌드’를 살피기 좋아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창업으로 제2의 삶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이템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는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곳’을 떠올려 봤다. 평소에 메이크업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때까지는 ‘메이크업 관련 사업’에만 생각이 그쳤다. ‘암’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게 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친구 어머니가 갑자기 암에 걸리셨어요. 오랜 항암치료 때문에 외모가 달라지면서 어머니 뿐 아니라 친구도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다른 친구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발을 사드렸고, 제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을 암 환우를 위해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유씨 역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두 암으로 잃었다. 암 환우를 돕는 일은 그에게 숙명과도 같았던 것이다.

올 초, 한국사회적기업지원진흥원의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개인사업자를 내고 본격 창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선한 마음에도 불구, 동종 업계에서는 오히려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암환자를 돕는다고 하니 "추가적인 수익모델을 찾아보라"는 부담스런 권유도 있었다. 자금도 문제였다. 정부지원금만으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게 착오였다. 외부 지원금은 서류작업이 까다롭기에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저 하나만 보고 밤을 새워 일하는 팀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게 마음 아팠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매출이 생기면 모두 팀원들에게 나눠줬죠. 저는 이 친구들이 열심히 해주는 것만 봐도 행복하고 힘이 나거든요.”     

하지만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따로 있다. 유씨보다 3살 많은 언니로 암환우다. 게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위급한 상황이지만, 치료 후 체력이 올라올 때마다 사무실을 찾아와 유씨를 돕고 있다.

“처음에 암을 알기 위해서는 암 환우를 만나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SNS를 통해 환우와 소통을 시도했고 언니에게 답장이 왔죠. 언니가 정말 예뻐요. 외모에도 관심이 많아서 메이크업뿐 아니라 네일케어도 받으러 다니는데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가슴 아파요.”






암 환우 전용 가발 쇼핑몰 오픈… 자격증 등록도 대기 중




어느덧 유씨는 월 1000만원이라는 목표 매출도 잡았다. 그의 기사를 접한 병원이나 관련기관이 종종 강의를 의뢰해 오는 덕분이다. 

올 6월에는 가발 쇼핑몰 오픈도 앞두고 있다. 암 환자는 모발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가발을 지탱할 힘이 없고 일반 사람보다 가발이 더욱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밖에 없다. 또 생각보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환자가 많지만 그만큼 예쁜 디자인을 찾기도 어렵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모님의 사업 덕에 알게 된 공장과 조율해 최대한 마진을 남기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가발을 납품 받기로 했다. 

유씨는 암환우 뷰티관리사 자격증도 등록 준비 중이다. 창직어워드 당시 한국생산성본부 소속으로 활동한 게 연이 됐다. 작업은 거의 끝난 상태이지만 유씨는 아직 고민이 많다.

“1호 자격증인 만큼 제 스스로 성공사례가 돼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다른 곳에 뺏기기 전에 우선 등록부터 해놓으라고도 조언하는데 자격증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정말 뷰티관리사로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해서 육성할 수 있는 자격증이 됐으면 좋겠어요.”

유씨는 암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오히려 그가 감동을 받고 온다고 말한다. 암 병동 환자들은 주로 나이 많은 환자가 많은데 그를 비롯한 뷰티관리사들을 만날 때면 손을 잡고 딸처럼, 손주처럼 예뻐해준다는 것이다.

“끝까지 지금의 선한 의도를 잃지 않는 게 제 최대 목표예요. 주변에서는 돈과 관련해서는 흔들일 일이 많을 것이라고 충고도 많이 해주지만 보란 듯이 제 좋은 뜻을 성공적으로 전파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암 환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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