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맛있다고 다른 사람도 맛있는 건 아니었죠” 수업 들으며 창업까지···우송대 외식산업조리학부생들의 6주간 창업 스토리

입력 2019-10-15 02:55   수정 2019-10-15 18:04

“내가 맛있다고 다른 사람도 맛있는 건 아니었죠” 수업 들으며 창업까지···우송대 외식산업조리학부생들의 6주간 창업 스토리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김화영 대학생 기자] 우송대 외식조리학부는 2010년 ‘외식창업실습’ 과목을 신설, 3학년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학생들이 상권분석부터 점포 개업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개설된 과목으로 수업자체를 ‘솔반(소나무와 밥의 합성어)’으로도 불린다.

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학교 주변 상권 분석 메뉴 개발 식당과 메뉴판 디자인 가격 측정 △6주간 식당 운영 등 실습을 통해 외식업 관련 실무 경험을 쌓는다. 올해 57기째 운영 중인 솔반은 매년 약 150명의 3학년 학생들을 총 6개 팀(기수)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메뉴개발과 식당운영이 주된 수업이므로, 6주마다 1번씩 새로운 식당이 탄생한다.

10월 4일부로 실습이 종료된 솔반 57기는 ‘일루쏘’라는 이름의 이탈리안 가게를 운영했다. ‘일루쏘’는 불어로 ‘환상적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식당은 미술관이나 전시장 콘셉트로 꾸며져 있는데, 이는 음식들을 미술관이나 전시장 속의 한 작품처럼 보이고자 연출한 것이다. ‘일루쏘’의 송혜주 디자인 팀장, 이승주 메뉴개발팀장, 팀원인 백의주·전은서 씨를 만나 식당 준비과정과 느끼고 배운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솔반 57기 팀원 전체 사진. (사진 제공=이승주 일루쏘 메뉴개발팀장)



솔반 57기의 식당 ‘일루쏘’ 준비과정은 어땠나

이승주 메뉴개발팀장(이하 이승주) “일루쏘는 올 6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8월 말 개업했다. 6월과 7월에는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했고 메뉴와 레시피, 식당 콘셉트를 결정했다. 개업 1주일 전부터 식당을 콘셉트에 맞게 꾸미고 주방과 홀 동선을 파악해 전체적인 규칙과 홀, 주방별 구체적 규칙을 정했다. 학교 실습실이 개방되는 기간과 시간에 맞춰 메뉴 개발 연습을 했고 6개의 메인 메뉴와 2개의 사이드 메뉴, 4개의 음료로 ‘일루쏘’의 메뉴를 확정 지었다. 메뉴 한 개 당 담당 인원을 배치해 더 구체적으로 개발했고 시식과 피드백은 팀원 전체가 함께 참여했다.

팀원들의 근무시간은 각 팀원들의 수업 시간표에 맞춰서 정했다.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로 저녁에 나갈 음식들의 재료를 준비한다. 식당 영업이 끝난 오후 8시 이후에는 또 다시 회의를 하며 손님들의 피드백을 반영 및 수정하고 있다.”



△식당 이용객들의 피드백을 듣기 위해 마련돼 있는 노트와 크레파스. (사진=김화영 대학생 기자)



‘일루쏘’를 기획할 때 어떤 계획을 세웠나

이승주 “재료값과 학교에서 먼저 부담하는 비용을 갚기 위해 적절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잡았다. 또한 학우들에게 질 좋고 값싸며 맛있는 음식 제공을 위해서 노력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도움을 주셨나

이승주 “원래 메뉴는 덮밥이었는데 지금의 이탈리아 음식으로 바꿨다. 교수님께서 학교 주변에 이미 많은 덮밥집이 있고 먹음직스럽게 꾸미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기존에 했던 학교 주변 상권 분석을 통해 메뉴를 다시 개발했고 결국 지금의 메뉴로 결정됐다.”



△기자가 일루쏘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주문한 파스타와 샐러드. (사진=김화영 대학생 기자)









‘일루쏘’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이승주 “팀원 수가 많아서 의견 대립이 생기면 조율하기가 어려웠다. 또 창업 경험이 부족해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고, 끝없는 회의와 재료 준비로 인해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식당 내에 있는 냉장고 공간이 부족해 학교에 있는 냉장고까지 재료를 가지러 가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송혜주 메뉴개발팀장(이하 송혜주)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직접 기획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았다. 팀원 간의 사이가 계속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도 힘들었다.”



△주방 내 재료들은 정갈하게 보관돼 있었다. (사진=김화영 대학생 기자)

식당 운영을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

이승주 “팀원과 수많은 회의를 하면서 타협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다. 또 ‘내가 맛있다고 남들까지 맛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배웠다.”

운영 수익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이승주 “메뉴를 개발하고 연습하기 위해 학교에서 먼저 부담해주는데, 이를 다시 갚는데 사용하고 있다. 또 식당을 운영하면서 드는 가스비, 수도비 등을 지불하는 데에도 쓰고 있다.”

‘솔반’은 우송대에만 있는 시스템이다. 재학생으로서 뿌듯할 것 같다

전은서 팀원(이하 전은서) “상권분석부터 메뉴 개발, 식당 콘셉트 디자인, 매출 분석까지 쉽게 할 수 없는 창업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뜻깊은 경험이다.”

이승주 “외식조리학부를 졸업해도 모두가 창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반 수업을 통해서 메뉴를 직접 개발하고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값진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식당에 준비된 포토존. (사진=김화영 대학생 기자)









첫 창업이라 힘든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창업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나

백의주 팀원(이하 백의주) “솔반을 시작하기 전에도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하면서 다시 한 번 깊게 깨달았다. 또 팀원들과의 원활한 의견 조율과 식당 운영을 위해 인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재차 느꼈다.”

이승주 “입학 당시, 창업에 관심이 있어 솔반을 기대하고 있었다. 또 이전 ‘솔반’ 기수들이 영업 종료 후 뿌듯해하는 모습에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끝없는 회의 진행과 피드백을 받으면서 요식업 창업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뛰어들면 안 되는 거구나 생각했다.”

'솔반'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승주 “처음 솔반을 시작했을 때 이전 기수들의 정보를 많이 얻지 못해서 감을 잡기 어려웠다. 이전 기수들의 운영방식, 기획 방법, 메뉴의 예시 등을 알았다면 더 수월했을텐 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졸업 후 계획이 있나

이승주 “현재 3학년이라 취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위생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 위생사 자격증 공부를 한 후 시험을 볼 계획이다.”

송혜주 “나만의 빵을 개발해 빵집을 차리는 것이 목표다. 학교 앞 ‘파이 한 모금’이라는 빵집처럼 내 이름으로 된 작은 베이커리를 차리고 싶다.”

백의주 “졸업 후에 파티시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일루쏘를 찾아준 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 달라

이승주 “방학동안 고생하면서 ‘솔반’을 준비했기 때문에 맛있다는 피드백만 들어도 행복했고, 그런 피드백을 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했다. 또 ‘솔반’을 운영을 응원해준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송혜주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셔서 고맙다. 첫 창업이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이날 기자가 일루쏘 식당에서 요리를 먹는 동안 다양한 방문객이 오고 갔다. 식당을 이용한 최 모(22) 씨는 “솔반 57기 소속인 친구가 방학 중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준비한 것을 잘 알기에 직접 와서 응원해주고 싶었다. 또 친구가 직접 메뉴 개발도 하고 만든다는 게 신기해서 와봤다. 친구가 해준 음식을 맛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승주 메뉴개발팀장은 상권 분석 당시, 20대를 타겟층으로 두고 ‘일루쏘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르신, 교수님, 원어민 교수님, 아기들 등 생각하지 못했던 손님들이 방문해 놀랐다고 전했다.

외식조리를 전공생들이 의미 있는 실습강의로 손꼽는 ‘솔반’은 학기 중에도 계속 운영된다. 대전을 방문한다면 솔반이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해 다양한 요리를 맛보길 추천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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