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안 먹으면 쓰러지지 않을까요?" '비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20-02-14 17:44   수정 2020-02-20 18:09


[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매번 식사시간에 샐러드 가게로 향하는 대학생과 회사원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푸드비즈니스랩이 분석한 2019년 푸드 트렌드에 따르면 샐러드 시장은 최근 3년간(2018년 기준) 평균 17.1% 성장했다. 최근 대학생들에게 인기있는 ‘투고 샐러드’나 ‘메이크샐러드’ 매장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정진주 씨의 채식하는 회사원 칼럼 중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먹는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채식’하면 생각나는 식단은 채소로만 이루어진 식단이다. 특히 식단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바쁜 대학생이나 회사원들의 경우 채식만으로는 균형 잡힌 식단을 챙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경제매거진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채식에 대한 직장인 인식’을 조사해봤다. 그 결과, 응답자의 70%가 채식을 해볼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유는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또한 채식을 ‘채소만으로 이루어진 식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채식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없지만 해볼 의향이 있다고 밝힌 30%의 응답자들은 채식을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사람들이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걱정하는 대로 채식 식단으로 영양 및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일까.

5년째 페스코 베지테리언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정진주 씨는 “한국에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많은 채소가 있어 더욱 다양한 식단 유지가 가능하다”며 “대장암 발병률, 혈관질환과 각종 성인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시적이라도 채식을 유지하며 건강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건 한달 차 김은아 씨는 오랫동안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했는데, 고기를 끊고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더니 피부염이 많이 나아졌다”며 가장 큰 변화는 소화가 잘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채식이 건강에 이로운 점만 있을까. 올해로 2년차 비건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정안나(28) 씨에게 직접 물어봤다. 



△ 정안나 씨 인스타그램 캡쳐.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무릎 통증으로 유제품을 끊으면서 효과를 봤다. 태국 패키지 여행의 코끼리 트레킹, 악어 쇼에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이 희생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때부터 동물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다. 결정적으로는 18년도에 김한민 활동가의 <아무튼 비건>을 읽고 채식을 결심하게 됐다. 19년 3월부터 페스코 채식을 시작해 7월부터는 완전 채식인(비건)으로 살고 있다.”

본인의 채식 단계는 무엇인가

“완전 채식인(비건)이다. 우유 대신 아몬드 브리즈를 마시고, 꿀 대신 메이플 시럽을 사용한다. 술의 경우도 제조과정에서 동물성 원료(젤라틴, 카세인) 등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맥주나 와인을 마신다. 식생활 이외의 영역에서도 동물성 소비를 배제하고 있다. 의류의 경우 구스다운 대신 웰론 소재의 패딩, 캐시미어나 울 니트 대신 아크릴 니트를 입는다. 화장품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화장품을 사용한다.”

채식을 하고 가장 먼저 몸에 일어난 변화가 무엇인가

“17년도까지 무릎에 통증이 있었다. 16년도에는 MRI까지 촬영했는데 관절에는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리치료와 관절 영양제도 소용이 없어서 의학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때 유제품 소비가 많은 나라일수록 골다공증 발병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접했다. 그 이후로 액상으로 된 우유, 라떼와 같은 유제품을 끊었고 3개월 후부터 무릎 통증이 아예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채식은 건강과 많이 연결해 생각한다. 정말로 건강에 도움이 되나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의 영양 섭취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한다. 하지만 고기가 들어가야 영양소를 잘 섭취한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하다. 특히 단백질의 경우, 식물성 식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양질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세계적인 운동선수 역시 채식 식단으로 전환한 후에 더욱 향상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더 게임 체인저스 : The Game Changers>,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What the Health>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채식을 하면서 이것만은 지키자고 생각했던 것이 있다면

“음식물 쓰레기 남기지 않기. 식당에서 너무 많은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장 볼 때는 하루, 이틀 치 식재료만 구입한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 중이다. 특히 채소의 경우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채식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채식을 한다고 고백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아직 채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나, 사회적인 공감대는 부족한 것 같다. 회사에서는 다행히 팀원들이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 매일 도시락을 싸서 다녀서 전날 저녁에 준비해놓는 편이다. 점심 회식이 있을 때는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에 간다. 최근 비건 빵집이나 식당이 많이 생기고 있어 생활을 유지하는데 크게 힘든 점은 없다.”



△정안나 씨 인스타그램 캡쳐.

가장 좋아하는 식단이 있다면

“두부가 들어간 것을 가장 좋아한다. 두부 부침부터 두부 아보카도 덮밥, 쿵파오 두부, 두부 스테이크 등 한식과 양식을 아우르는 조리법이 매력적이다. 채식 식단을 매번 사진으로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재미도 있다. 채식하는 사람의 식단이 궁금하거나, 식단을 추천받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saga.vegan으로 놀러 오길 바란다.”

채식 입문자나, 채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든 처음 시작이 가장 두렵고 혼란스러운 것 같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식단을 변형시킬 수 있으니 부담 가지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나는 ‘고기를 절대 안 먹겠다’로 접근하면 식단을 유지하기가 힘들 수 있다.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식당에 가면 육류는 먹지 않겠다, 육류로 육수를 낸 것은 먹겠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고기나 유제품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은 하루에 100~160g 정도다. 채식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의 두 배다. 러셀 헨리 치턴튼 예일대 생리화학과 교수는 6개월 동안 하루에 단백질 60g을 섭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종료 시 실험그룹의 건강은 모두 양호했으며 운동 수행능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채식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는 “균형 있는 식사의 한 축이었던 동물성 식품이 더 이상 이롭지 않다는 의학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며, “채식의 의학적 근거를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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