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곧 사람이다④]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 홍보는 사치?···"회사에 널린 홍보 재료부터 찾아 보세요"

입력 2020-03-19 18:11   수정 2020-03-24 18:18

[스타트업은 곧 사람이다④]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 홍보는 사치?···"회사에 널린 홍보 재료부터 찾아 보세요"

<p>스타트업 PR 전문가 이미나 렌딧 홍보이사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창업에 뛰어든 수많은 청년들이 오늘도 생존을 위해 ‘존버’중이다. ‘경험 취득’이라는 감성적 접근을 뛰어 넘어 ‘성공’을 향해 달리는 그들은 오늘을 버텨야 내일을 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몰래 땀을 훔친다. ‘스타트업’이 청년을 대변하는 단어가 된 이 시기에 <캠퍼스 잡앤조이>에서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PR(Public Relation)과 HR(Human Resources)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HOT가 세상에 나오던 시절 홍보와 인연을 맺고, BTS가 세계를 제패한 현재까지 '꼬날'을 자처하며 홍보를 맡고 있는 이미나 렌딧 이사는 20년 넘게 스타트업에서 잔뼈가 굵은 업계 대표 홍보 베테랑으로 꼽힌다. 

스타트업 PR을 꽤 오랫동안 맡아 온 걸로 알고 있다. 언제 PR과의 인연을 맺었나 

“정확히 말하면, 1998년에 홍보와의 첫 인연을 맺었다. 사회생활은 1995년 음반사에 취직하면서부터였고 그 이후 우연한 계기로 홍보를 시작했다.” 



△이미나 렌딧 홍보이사.


음반사는 의외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고등학생 때까지 피아노를 전공했었다. 그때만 해도 음악을 계속 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반대가 있었다. 음악은 취미로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성적 맞춰 이대 사학과에 들어갔는데 음악이 계속 생각나더라.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서 대학가요제를 쫓아 다니다가 졸업하고 음반회사에 들어갔다. 당시 로드매니저 비슷한 걸 했었는데, 그 무리에 있다 보면 피아노를 칠 기회가 올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1년 정도 일하면서 내가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끼가 1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이 IT회사였고, 어느날 정말 우연히 언론 홍보를 맡게 됐다. 그게 홍보와의 첫 인연이다.” 

20년 이상, 그것도 스타트업 PR을 주로 맡아왔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을 것 같다 

“처음 일할 무렵에 HOT 2집이 나왔는데, 당시 자연언어 검색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회사에서 사이버 HOT CD롬을 제작해 그 홍보를 맡았었다. 나온우리, 하이텔에 있는 HOT 팬클럽을 따라다니면서 홍보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검색엔진을 만드는 엠파스로 이직했는데, 당시 사수가 한성숙 네이버 대표셨다. 그때 많이 배웠다. 그때 홍보에 재미를 느껴 홍보전문가를 꿈꿨지 싶다. 홍보대행사를 거쳐 첫눈, 태터앤컴퍼니, 엔써즈, 본엔젤스, 파이브락스를 거쳐 현재 렌딧까지 오게 됐다.” 

스타트업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스타트업의 매력은 뭔가

“스타트업은 자신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해 일할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도 다른 기업에 비해 크다. 그리고 자유로운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초기 스타트업 CEO 대다수가 PR을 어려워한다. 스타트업 PR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궁극적으로 홍보는 회사의 콘텐츠를 외부에 연결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회사마다 규모나 서비스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본다. 스타트업 홍보의 핵심은 창업자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다. 유튜브나 온라인을 활용하는 건 홍보의 작은 줄기일 뿐이다. 그게 핵심은 아니다. 핵심이 되어서도 안 되고. 창업자가 그리는 목표에 맞게 홍보담당자가 같이 홍보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창업자가 그리는 그림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사실 회사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투자 시기, 제품 출시 등의 시점에 맞게 기사를 내고 홍보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꿈이 단지 금전적인 성공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함께 일해 온 창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난 많은 창업자들은 세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혁신을 꿈꾸는 분들이었다. 홍보담당자라면 CEO가 생각하는 목표점이 어디이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홍보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먼저 드릴 말씀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보통 홍보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홍보의 도구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 보도자료를 내보기도 하고, 여러 소셜미디어를 오픈해 운영하는 등에 대한 것들이다. 하지만 한 번도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던 스타트업에서 홍보를 시작할 땐 이런 방법보다 그 안에 담을 다양한 재료들을 먼저 발굴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해 가는 과정에 있더라도 기자들이나 여러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만의 스토리를 발굴해 내는 것이다. 나는 이 재료들을 '스토리모듈'이라 부른다.” 

구체적으로 ‘스토리 모듈’이 뭔가

한마디로 ‘우리 회사라는 커다란 이야기 재료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사실 나 혼자만의 용어다.(웃음) 우리 회사의 스토리모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렌딧은 물론 이전 회사들에서도 홍보를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대표님과 아주 인텐시브(intensive)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었다. 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창업 목표는 무엇인지, 심지어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등까지 다양한 질문을 드리고 답변을 정리하다 보면 우리회사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를 알게 된다. 직원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작업이 스토리모듈을 만드는 시작인 셈이다. 이 스토리들이 우리회사의 홍보를 시작하는 재료가 된다.” 



이미나 이사가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스토리를 만들려고 해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럴 땐 어떤 방법을 찾는지도 궁금하다

대부분 나오더라.(웃음) 스타트업 창업자분들에게는 대개 커다란 꿈이 있다. 내가 이 앱을 만들어서 바꾸고 싶은 일, 내가 이 서비스를 개발해서 만들어 가고 싶은 세상, 그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잘 담아내는 게 홍보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대표나 직원들의 스토리를 알리기엔 그 스토리가 탄탄하거나 흥미롭지 않다면 기자 또는 대중들의 이목을 사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스토리 모듈을 만드는 작업을 해놔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언제라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홍보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세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2015년 9월 렌딧에 입사했는데, 당시 포털사이트에 회사명을 검색해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회사의 업종인 P2P금융을 검색해도 이렇다 할 정보가 안 나왔다. 그때 세운 전략이  해외의 P2P금융 발전상을 국내에 알리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의 이야기가 굳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P2P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미국, 영국 등에서 발표된 자료를 공유하면서 국내에서 조금씩 우리 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여전히 더 노력해 나가야 하지만 초기에 산업을 알리고 더불어 렌딧을 알리는 데에도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말씀하신대로, 홍보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보통 홍보 전략은 어떻게 계획해야 하나

3단계로 만들어 간다. 첫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재료를 발굴하는 일이다. 많은 대화를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스토리모듈을 구성하는 일이다. 앞서 대화를 통해 꺼내 놓은 많은 내용들 속에서 작은 이야기 단위들을 만들어 낸다. 이 때 좋은 방법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진짜 우리 회사만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우리가 이루어내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 같은 식이다. 회사에 대한 스토리, 창업자에 대한 스토리, 서비스에 대한 스토리, 우리 산업에 대한 스토리, 이렇게 수없이 많은 스토리모듈이 만들어지면 마지막으로 홍보 전략을 세우게 된다. 이 부분은 회사마다, 상황마다 정말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업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활용한 홍보를 많이 한다. 유행하고 있는 플랫폼을 통한 홍보는 꼭 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홍보의 도구보다 그 도구에 얹을 재료를 먼저 생각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 안에 스토리들이 있는지를 펼쳐 놓고 생각하면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우리에게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우리 회사 안에 어떤 재능들이 숨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 초기에는 회사의 다양한 활동에 초기 멤버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만일 회사 안에 사진 촬영에 능한 직원이 있다면, 영상 편집을 잘 하는 직원이 있다면 펼쳐내 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더욱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는 스타트업은 구성원들의 성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조직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좋다.” 

언론 홍보, 꼭 필요한가

기자들은 새로운 스타트업의 등장을 좋아한다. 그래서 언론 홍보가 중요하다, 아니다를 말하기 전에 꼭 도전해 보시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려움이 많다. 만일 원래 홍보 업무를 했던 사람이 우리회사에 없다면, 우리회사를 담당하는 기자분들을 알아내야 한다. 처음 연락이 닿는데까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꼭 전문적인 홍보 인력이 없더라도 미디어에 우리 회사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 홍보를 시작할 때 기자분들의 연락처를 모을 빈 엑셀파일을 열어 놓고 시작했었다. 렌딧에 입사했을 때에도 금융 산업 쪽은 처음 접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언론 홍보를 처음 시작한다면 우선 검색창에 우리 회사와 같은 분야의 회사 중 가장 유명한 회사를 검색해 보자. 그 회사에 대해 기사를 쓴 기자분들의 이메일 주소를 하나 하나 엑셀파일에 옮겨 적는 일 부터가 시작이다. 언론 홍보는 언제나 우리 회사를 아직 모르는 새로운 기자분들을 만나는 일의 연속이다. 오래 홍보를 한 사람에게도 늘 새로운 만남이 계속된다. 그러니 너무 망설이거나 어려워하지 말고, 시도해 보시기를 권한다.“ 

이미나 이사가 말하는 언론 관계 구축 3단계 법칙 

step1 : 미디어리스트 만들기 

 -가장 핫 한 회사 뉴스 검색, 기자 리스트 작성

 -이메일 및 휴대폰 번호까지 정리

step2 : 자료 배포&전화 통화

 -회사 소개 or 첫 번째 보도자료 배포

 -되도록 많은 기자들과 직접 통화 

step3 : 1개월 미디어 투어(대표와 동석)

 -대표님 시간 한 달 비워두기

 -가능하면 대표와 기자 간 직접 만나게 하기

스타트업 특성상 홍보 인력을 갖추고 출발하기가 힘든 구조다. 언젠가는 뽑아야 하는 분야이기도 한데, 홍보담당은 언제 채용하면 좋을까

대표님마다 각자의 홍보에 대한 철학이 있으신 것 같다. 그리고 회사마다 상황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홍보는 우리의 스토리를 써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초기 단계부터 내재된 가치를 함께 정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 홍보를 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동기 부여가 크게 되었었던 것 같다. 렌딧에는 직원이 10명 정도였을 때 합류했다. 이제까지 일했던 거의 모든 회사들에 매우 초기에 입사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설립 초반에 홍보담당을 채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상황과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홍보예산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떤 계획을 세우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건비만 들 수도 있고, 실제 예산이 들어갈 수도 있다. 사업 방향에 맞게 설정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홍보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대표들에게 PR전문가로서 한마디 해 달라

최근에 만난 여러 창업자들에게 홍보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창업자들은 시기나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긴 하다. 홍보담당을 단지 보도자료를 쓰고 배포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표와 우리회사 구성원들의 생각과 우리가 이루어 나가고 있는 일을 기록하고 남기고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지난한 성장의 시간을 거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이 어떠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면, 5년 뒤 10년 뒤에 지금의 시간들을 만들어 낼 수는 없으니까. 스타트업의 홍보담당은 이렇게 혁신의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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