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X’, ‘개XX’ 험한 소리 듣고도 참아야죠” 중년층 알바생이 말하는 알바 환경 현주소

입력 2020-04-02 22:08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김유진 대학생 기자]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구직자의 82.6%가 구직이 어렵다고 느꼈다. 그 중 27.6%의 응답자가 경쟁이 심해 불합격 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알바구직에 한파가 불고 있는 지금, 중장년층의 알바경쟁까지 더해져 “일을 구하기 어렵다”는 체감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년층 구직이 어려운 가운데, 편의점, 택배 기사 등의 아르바이트에 눈 돌리는 사람이 많다. 험한 욕설과 무시하는 일부 고객들의 태도, 중장년층이 적응하기힘든 여러 요소들을 감내하면서도 궂은일들을 도맡아서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중장년 알바생들을 직접 만나 알아봤다. 



△밤낮 쉬지 않고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먼저, 중장년층 알바생을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들렀다.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을 이용해 택배서비스, 무통장 송금 서비스,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에게 여러 서비스를 익히는 것은 청년 알바생보다 쉽지 않다. 편이점 스토어 매니저로 근무하는 최 모(46) 씨는 컴퓨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아 포스(POS, 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 적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 씨에게 편의점 알바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편의점 택배 홍보를 위해 붙여둔 포스터.







“안 그래도 깜빡깜빡하는데…”

아줌마 편의점 알바생 최모 씨


편의점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우리 편의점에는 ‘나만의 냉장고’, ‘반값택배’ 같은 서비스들이 있다. 나만의 냉장고는 앱상에 보관해뒀다가 손님들이 필요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반값택배 같은 경우도 수수료를 받고 보낼 수 있는 송장을 직접 붙여드린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여기서 받아두고 건네 드리기도 한다. 요즘은 고속도로 통행료나 각종 공과금까지도 대신 납부해드린다. 칩(전자카드)도 판매하고 있다.”



△여러 가지 먹을거리 판매와 ATM 기계 운영을 명시해둔 편의점 외부 에어간판.



가장 힘들거나 서비스 제공이 복잡한 업무는

“다른 것보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 특히 학생손님들의 경우 말할 때 ‘씨’자로 시작해서 ‘씨’로 끝나고 ‘개’자로 시작해서 ‘개’로 끝나는 말들을 듣고 있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 물건이 많이 들어올 때,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할 때도 힘들다. 정산하는 일도 헷갈려서 익숙해지기까지 오래 걸렸다. 쓰레기도 무작정 밖에 낼 수 없고 항상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내야한다. 이것저것 신경써야할 일이 많은 편이다.”

업무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딱히 포스를 다뤄 볼 기회가 없어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담배종류는 지금도 못 외웠다. 포스를 다루는 것 외에도 일하다 보면 매번 다른 것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손님들께서 안 해본 것들을 요구할 때 당황된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기능들이 많아서 익히는 데 한두 달은 걸린 것 같다. 아줌마들이야 자주 깜빡깜빡해서 오래 걸리지만, 학생들은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웃음)”



△다양한 결제수단, 할인 및 적립 카드가 명시된 편의점 외부모습.







시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만이다. 사실 기본 시급도 안 쳐준다. 알고는 있지만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어제 온 대학생 알바생과 몇 년째 근무 중인 내 시급이 같다. 청소는 내가 더 하는데 이 부분도 불만이다. 매주 평일 5일 꼬박 일하지만 주휴수당은 없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편의점 매출 변화는

“매출은 많이 떨어진다. 학원도 휴원 중인 상태라 학생도 없고 일반인들도 예전보다 많이 안 온다. 대신 라면, 샌드위치, 삼각 김밥, 도시락 같은 간편식품이 많이 나가는 것 같다. 마스크가 있냐는 질문도 하루에 수십 번 듣는다.”

편의점 알바를 학생들에게 추천할 수 있나

“우리도 불만이긴 하지만 임금만 제대로 해준다면 추천하고 싶다. 학생들이 어차피 학비, 생활비 등에 보태려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생들에겐 추천하고 싶다.”



△퇴직한 중장년층이 많이 선택하는 직업 중 하나인 경비원. (사진=한국경제 DB)

“퇴직한 사람들 줄섰죠”

중장년 경비원 최모 씨
이어 경비원으로 하루 8시간 근무 중인 있는 최 모씨(62)를 만나봤다. 최 씨는 경비원을 시작한 이후 몇 번의 근무지를 옮겼다. 현재 근무환경엔 비교적 만족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

“현재 은퇴자로서 생계유지의 이유가 없지 않다.(웃음) 자식들도 다 독립하고 혼자 살기 때문에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시작했다.” 

현재의 근무강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 근무했던 다른 곳보다 만족하는 편이다. 그곳은 민원업무까지 맡아야 하는데다 24시간 맞교대였다. 지금도 다른 곳에서는 24시간 맞교대가 많은 것으로 들었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은 주어진 임무 외에 다른 일은 없다.” 

예전에 근무하던 곳이 많이 힘든 편이였나

“24시간 풀로 맞교대였고, 점심시간도 2시간이나 쳐서 급여에서 빼버렸다. 그때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대기 상태인데도 무급이였다. 이건 사실 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민원을 받는 것만 해도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지금 근무하는 곳의 관리실 주임들이 하는 일을 모두 내가 했다. 7시 이후의 모든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해야 했다. 지금은 민원업무가 빠져서 스트레스가 덜하다.”

경비원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젊은 사람들은(경비원 업무를) 하라고 해도 잘 못 할 거고 잘 오지도 않을 거다.(웃음) 젊은 분들은 생활하는 데 있어 이정도 돈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60대 넘은 분들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정년퇴직하고 많이들 온다. 경비원 일을 하려고 줄을 선다. 은퇴자들에게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양의 택배상자가 들어있는 택배 상하차.




“할 일 없으면 택배일 한다고요?”

택배 상하차 기사 이모 씨
20년 동안 H택배 사에서 상하차 일을 하고 있는 이 씨(47)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 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고객의 택배확인 전화를 받으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상하차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직장을 그만두고 일을 시작하게 됐다. 가장으로서 가족들 부양 차하게 됐다. 힘들 때도 많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고 일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배달이 많아지고 있는데

“거의 택배를 문 앞에 두는 편이다. 집 앞에 마스크 걸어주시는 분도 있고 음료를 두시는 분도 있다.”

근무하며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몸이 아픈 게 제일 힘들다. 몇 년 전에 허리 수술도 했다. 사람한테 치이는 것이 제일 고되다. 택배기사를 무시하고 종을 부리듯이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근무하다 보면 욕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럴 때면 관두고 싶은 생각도 많다. 그래도 전보다 인식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근무강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음 오시는 분들은 새벽 1~2시까지 하신다. 오래 하면서 노하우가 생기다 보면 정상 퇴근을 하게 된다. 퇴근시간은 따로 없고 자기가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다. 국공일 제외 주말 없이 일나오는 게 힘들다.”

min503@hankyung.com

[사진=김유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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