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특성화고 설립 취지 무색, 취업 보다 대학 진학률 더 높아

입력 2020-04-07 11:07   수정 2020-04-08 17:08


[하이틴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들 중 대학진학을 선택한 인원이 취업자 숫자를 뛰어넘었다. 수년간 계속된 취업률 하락으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고졸 인재 양성 및 조기 취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성화고의 취지가 무너지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 비율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20%대였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후 2017년 50%대로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취업률이 2012년 이후 7년 만에 30%대로 추락한 반면 대학 진학 비율은 40%대로 치솟았다.



△사진=한경DB

2019 전국 특성화고 졸업 후 대학 진학 42.2%, 취업 31.2%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2019년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은 총 8만 9146명에 달했다. 이 중 3만 명에도 못미치는 2만 7865명이 취업에 성공해 31.26%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학에 간 학생 수는 3만 7642명으로 42.23%를 기록했다.



2018년~2019년 지역별 특성화고 졸업자 졸업 후 상황 (출처 : 교육통계서비스(KESS))


조희연 교육감 서울시, 특성화고 취업률 전국 3위

전국 주요 지역을 비교해 봤을 때 서울은 특성화고 취업률에서 세종, 경북에 이어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2019년 서울 지역 특성화고 졸업생 총 1만 4942명 중 5465명이 취업에 성공해 36.57%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는 5093명으로 34.09%의 비율을 보였다.

서울 지역에서도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교장 박진숙)는 고졸 금융인재의 요람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해마다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취업률 상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학교 금융정보과는 2019년 102명의 졸업생 중 93명이 취업하고 대학에는 1명만 진학했다. 인터넷 비즈니스 과는 같은 기간 75명의 졸업생 가운데 70명이 취업하고 대학은 역시 1명만 진학했다. 국제통상과는 78명 중 68 명이 취업에 성공하고 대학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이 3개 학과 연간 취업자 수는 231명으로 웬만한 대기업 대졸 공채와 맞먹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였다.

최근 특성화고가 속속 신설되고 있는 세종시(교육감 최교진)는 학생 수는 적지만 진학 대비 취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2019년 총 136명 졸업생 중 67명이 취업에 성공해 50% 가까운 취업률을 보였다. 세종시의 경우 정부종합청사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공무원 취업 등의 진로가 유망하다.

경상북도(교육감 임종식)는 2019년 총 5241명의 특성화고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는 1988명으로 전체의 37.93%에 그쳤다. 반면 45.26%에 달하는 2372명은 취업에 성공했다.





△사진=한경DB



졸업생 가장 많은 경기도 진학률 43%… 제주도는 63%로 전국 최고 진학률 기록

이재정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졸업생 수가 가장 많았지만 취업률은 20%대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서는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의 약 19%를 차지하는 1만 6767 명 중 28.33%인 4750명만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반면 42.65%인 7151명은 대학에 진학해 특성화고가 입시학원이 됐다는 오명에 크게 기여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생수공장 실습생 사망으로 현장 실습 위축 및 취업률 하락 견인차 역할을 한 제주특별자치도다. 이석문 교육감이 재직 중인 제주도는 1284명 졸업생 중 196명만 취업에 성공했다. 무려 62.93%에 달하는 808명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특히 제주고등학교(교장 고용철) 관광그린자원과는 70명 졸업생 중 49명이 대학에 가고 1명만 취업을 해 특성화 고가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학교 관광호텔경 영과 역시 64명의 졸업생 중 50명이 대학에 가고 6명만 취업을 택했다. ‘전문성 신장을 위한 기술인재교육’을 내세운 학교 교육 목표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문경삼 제주교육청 장학사는 “제주도는 섬이 라는 특성상 취업처가 부족하다보니 자격증 취득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진로를 다양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협동조합, 군 특성화고 운영, 글로벌 인재 양성 등도 확대하고 있다”며 “반면 전문대와 4년제 대학 등의 입학생 수가 전체 특성화고 졸업자 수와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제주도에서 일어난 현장실습 사고 이후 기업에서도 현장실습생을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낮은 취업률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노옥희 교육감 담당 울산 특성화고, 5대 광역시 중 취업률 최악 성적표

노옥희 교육감이 교육 수장을 맡은 울산광역시 특성화고 들은 2019년 전국 5개 광역시 중 최악의 취업 대비 진학률을 기록했다. 울산광역시 특성화고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다. 2019년 총 2336명이 졸업했으나 이 중 1228명이 대학 입학을 택해 52.57%라는 경이적인 진학률을 기록했다. 

반면 취업문에 들어선 학생은 전체의 18%대인 425명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등 정유·화학 대기업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이 20%도안 되는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학교 및 학과별로 살펴보면 울산생명과학고등학교 (교장 김정규)의 경우 보육과 67명의 졸업생 중 47명이 대학에 갔으나 취업자는 한 명도 없었다. 울산애니원고등학교(교장 태근주)의 창작만화과는 25명 의 졸업생 중 절반인 13명이 대학을 선택했으나 취업자는 역시 전무했다. 

송혜진 울산시교육청 장학사는 울산의 경우 소득수준이 높기 때문에 중소기업 취업보다는 대학진학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송 장학사는 “학생 수 감소 및전문대학 학생 충원율이 저하되며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장학금 및 각종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며 “취업률은 여러 요인이 함께 고려돼 지역경기 회복, 전문대학 구조조정, 중소기업인식 개선 등 다양한 여건들이 종합적으로 개선 되면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대학 진학률이 높은 지역은 부산(교육감 김석준)이다. 2019년 6713명의 졸업생 중 3462명이 대학에 가 51.57%의 진학률을 보였다. 특히 실무를 중시하는 과목들로 구성된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교장 예성일)의 상황이 심각했다. 이 학교 영상디자인과는 총 37명의 졸업생 중 25명이 대학에 들어가고한 명도 취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영상연출과 역시 총 49명 중 33명이 대학에 갔지만 취업생은 없었다.

최규식 부산교육청 장학사는 “취업률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학률이 높아졌다”며 “부산 특성화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업계고가 많다. 이 때문에 제조업 기반인 부산은 경제가 살아야 상업계열 학생들의 취업이 원활한데 최근 경제 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부산 기업 중 일본과 무역을 하는 기업들도 교류 약화로 고용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경DB


전북·충북, 대학 진학이 취업보다 2배 이상 높아

주요 도(道)별로는 전라북도와 충청북도가 취업한 졸업 생보다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이 2배 이상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전라북도(교육감 김승환)는 2019년 3816명의 졸업생 중 47.48%인 1812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반면 709명만 취업에 성공해 취업률은 채 20%도 안됐다. 특히 전북 임실군 소재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교장 설동 주) 치즈과학과가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이 학교는 ‘우리나라 치즈산업의 역군이 될 인재를 양성 하기 위한 전국 유일의 학과’라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면서 2019년 총 20명의 졸업생 중 75%인 15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자 수는 전무했다. 학교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설명을 듣고자 김수정 전북교육청 장학사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반면 항공우주기술 인재의 요람으로 알려진 전북 고창 소재 강호항공고(교장 김상일)는 녹슬지 않은 취업 기량을 과시했다. 이 학교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항공 기계과는 80명 중 63명이 취업에 성공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 학과는 2018년에도 82명 중 67명이 취업문을 통과한 바 있다

충청북도(교육감 김병우)는 4390명의 졸업생 중 절반을 훨씬 넘는 2379명(54.19%)이 대학에 들어갔다. 취업을 선택한 학생은 1052명(23.96%)에 불과했다. 특히 충청북도는 2018년에도 20%(29.93%)대 취업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 떨어졌다.

충청북도 관내 특성화고 중 청주농업고등학교(교장 김일환)와 영동산업과학고등학교(교장 김원구)는 졸업생 들이 대학에 진학은 했으나 취업자는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학교로 기록됐다.

전통의 취업 강호로 알려진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교장 이병옥)에서도 진학률 상승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학교 경영회계과는 2019년 총 130명 중 84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또 금융정보과는 총 118명 중 79명이 취업 대신 대학을 선택했다. 한석일 충북교육청 장학사는 “전공과 맞는 분야로만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어서 생산직에 지원하고 싶은 상업계고와 농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충북은 상업계고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진학자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교육부 김세봄 중등직업교육정책과 과장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2017년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이후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려하면서 취업률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취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실 습제도에도 변화를 줬다.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하고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 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세웠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대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신규 과제로 현장실습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취업과 연계할수 있도록 기업들에 대한 유인책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교육부 영역 이지만 기업 쪽은 고용노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연계해야하므로 타 부처와 함께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현재 활발히 조율 중이며 빠른 시일 내로 발표할 것이다.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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