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반짝 유행이 되지 않을 이유, 가사에 답 있다

입력 2020-05-06 11:38   수정 2020-05-08 11:35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김유진 대학생 기자] 우리나라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올 1월에서 3월까지 TV조선 채널에서 방영했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을 필두로 각종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사마다 생겨나고 있다.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 행사용 음악이라 여겨졌다면 지금은 청년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모든 연령층의 시청자가 열광하고 있다. 한 예로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표의 20대 비율은 43.3%를 기록했다. 이 열풍은 언제까지 갈까. 또 트로트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이유를 4가지 키워드로 분석해봤다.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 방송사의 트로트 프로그램. (사진 출처=각 방송사 홈페이지)

1. 경쟁하다: 트로트 열풍은 어떻게 시작됐나…방송국이 엄선한 실력자들 출연

전 세계에 k-트롯 한류를 일으킬 진정한 ‘트롯맨’을 찾기 위해 기획된 ‘미스터트롯’의 경연과정은 철저했다. 직장부, 현역부, 대학부 등의 각 분야별 참여자들은 15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뛰어난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호강시켰다.

2. 기억되다: ‘트로트’ 라는 장르자체에 대한 대중성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와 가사는 트로트만의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트로트는 나이 많은 분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었고 선거송, 행사송으로도 인기를 끌어왔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를 탄 귀에 콕콕 박히는 멜로디와 쉬운 가사는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그 진가를 드러냈다.

3. 울리다: 진실된 감정전달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호소력 있는 감정 전달에 눈물을 흘렸다. 특히 일부 참여자들의 인생스토리와 맞물린 진실된 감정은 고스란히 시청자들과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됐다. 14세 정동원 군의 ‘보릿고개’와 우승자 임영웅 군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무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4. 알리다: 은 층에게도 소문낼 수 있었던 여러 매체의 홍보성과 화제성 

트로트팬들의 ‘스밍 돌리기’는 트로트가 음악차트 상위권에 안착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트로트를 찾게 했다. 또한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 군의 무대영상의 다수가 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하며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 캡쳐본. 14세 정동원 군이 ‘보릿고개’속 ‘초근목피’ 라는 가사를 이해하고 연습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트로트 인기 비결 '쉬운 가사', '한국감성'에 있다

프로그램의 유명세와 출연자들의 인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제든지 식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이면서도 간단해 기억되기 쉬운 가사의 특성과 한국정서를 담은 트로트만의 감성은 앞으로도 트로트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직접적인 가사

트로트의 묘미는 들으면 바로 이해되는 가사다. 김연자의 ‘십분내로’ 가사 중, “내가 전화할 땐 늦어도 십분내로 내게로 달려와요 꾸물대지 말고 핑계대지 말고 옆길로 새지도 말고” 하고 구체적인 시간인 ‘십분’안에 자신에게로 오라며 사랑의 감정의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이찬원의 “딱!풀” 또한 “붙어라(딱!) 붙어라(딱!) 붙어 있어라 딱 딱 딱 딱 딱! 붙어 있어라” 라며 명령조를 통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간단한 가사반복 속 여러 의미를 함축

트로트의 가사반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영탁의 ‘찐이야’는 짧은 문장이나 단어의 반복이 많은 대표적인 곡이다. 노래의 첫 시작은 “요즘같이 가짜가 많은 세상에~믿을 사람 바로 당신뿐”이라며 가짜가 많은 세상을 비꼰다. 후렴구의 “찐찐찐찐 찐이야~진짜가 나타났다 지금” 이라는 가사를 통해 진짜 자신의 사랑을 찾았다는 것을 표현하면서도 “찐하게 사랑할 거야 찐하게 찐하게 찐하게 찐하게“의 가사를 이어가며 진실된 사랑을 하겠다는 것을 반복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끌리네 끌리네 자꾸 끌리네. 쏠리네 쏠리네 자꾸 쏠리네”와 같이 재밌는 가사반복을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확실하게 기억되는 가사전달을 하고 있다.

가수 나훈아의 노래 잡초’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라며 가진 것 하나 없는 ‘잡초’의 모습을 ‘아무’라는 인칭대명사의 반복을 통해 드러낸다. 또 ‘잡초’라는 쓸모없는 풀을 비유대상으로 자신의 볼품없는 모습을 표현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공감대 형성하는 대한민국의 정서, ‘한’

트로트라는 장르자체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돼 발전해온 만큼 각 시대의 배경을 담은 경우가 많다. ‘미스트롯’ 송가인이 불러 음원 요청이 쇄도했던 손인호 원곡 “한많은 대동강”이 그 예이다.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철조망이 가로막혀 다시 만날 그때까지 아 소식을 물어본다” 곡의 인기에는 경연자의 실력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60년대 감성이 현재에도 일종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편지 한 장 전할 길이 이다지도 없을소냐”와 같이 아날로그 시대 감성은 실버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공감을 사는데 성공했다. 반대로 10대, 20대에게는 한국인 특유의 ‘한’정서로 유대감을 형성시켰다.



△‘내일은 미스트롯‘ 방송 캡쳐본. 우승자 송가인의 한많은 대동강’ 무대모습. (사진 제공=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이 불러 화제가 됐던 도성의 ‘배신자’ 또한 이러한 ‘한’이 담겨 있는 곡이다. “얄밉게 떠난 님아 내 청춘 내 순정을 뺏어 버리고” “너 혼자 미련 없이 돌아서서 가는가 배신자여 배신자여 사랑의 배신자여“ 같이 상대방에 대한 ‘한’이 담긴 애타는 마음이 담겨있다.

다양한 인생사로 위로를 건네다

트로트의 또 다른 묘미는 음악을 통해 직접 청자를 위로한다는 것이다. 장민호의 ‘역쩐인생’은 “돈 없다고 무시하지 마 사람일 아무도 몰라”, “돈 있다고 으시대지 마 뒤통수 맞을지 몰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와 인생사의 새옹지마를 잘 표현하는 가사다. 또 “신나게 가즈아 힘차게 가즈아 한 번뿐인 인생 별거 없는 거야 맘껏 펼쳐봐 다 함께 웃자 더 크게 웃자”라고 외치며 모두에게 심심찮은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이찬원의 ‘딱!풀’에도 이러한 위로가 담겨있다. “세월도 인생도 왔다가는 거야. 아등바등 살 필요 없어”, “사랑도 우정도 왔다가는 거야. 허전하면 채우면 되지. 꽃피는 봄이 가고 추운 겨울 와도 걱정 마라, 지나갈 테니. 아아아 아아 힘겨워 마라“와 같은 직접적인 위로의 가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4월 26일 14시 기준 멜론차트.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이미 3월 12일 종방했음에도 트로트 곡들은 여전히 차트인 하고 있다. (사진 출처=멜론차트 캡처)

트로트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음에도 주요 음악차트엔 인기 곡들이 장시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각종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심찮게 출연하는 것만 봐도 이 열풍은 쉬이 식지 않을 듯 보인다. 최근 SBS에서는 ‘트롯신이 떴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세계 무대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음악 팬들에게도 트로트의 매력에 대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있다. 트로트 분야는 전에 없던 다른 양상으로 음악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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