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잘해야 다른 사랑 찾아온다④]“어떻게 이런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20대가 말하는 내 인생 최악의 이별 통보는?

입력 2020-06-08 17:50   수정 2020-06-12 10:37

[이별, 잘해야 다른 사랑 찾아온다④]“어떻게 이런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20대가 말하는 내 인생 최악의 이별 통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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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주수현 대학생 기자]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는 법. 우리는 어제까지 서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랑을 하다가도 오늘내일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별은 언제나 힘들지만 그 방식이 잘못됐다면 더욱 아프기 마련이다. 20대가 경험한 최악의 이별 통보, 과연 무엇이 있을까.



20대가 뽑은 최악의 이별 통보

20대 남녀 93명에게 이별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잠수 이별 통보(53.8%)’가 최악의 이별 통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상대방이 먼저 이별을 말하도록 싫어하는 행동하기(20.4%)’, ‘제3자를 통한 이별 통보(19.4%)’, ‘SNS를 통한 이별 통보(5.4%)’ 순이었다. ‘전화이별 통보’에는 1표가 던져졌다.

20대가 최악으로 꼽은 잠수·SNS·제3자를 거치는 이별 통보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이별을 말하는 당사자의 ‘얼굴’이 없다는 점이다.

언택트 세대, 이별도 ‘언택트’?

언택트(Untact)란 ‘접촉하다’라는 뜻의 ‘Contact'에 부정을 의미하는 ’Un'을 합성한 단어다. 언택트 세대는 비대면 소비, 그리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더 익숙한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언택트’한 이별을 경험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1. 꼬르륵…. 갑자기 잠수해버린 내 여자친구

고등학생 때 A와 저는 친구 소개로 만났어요. 떡볶이를 먹으러 오랜만에 만난 날, A가 오뎅국물을 먹다 말고 말했죠. “B가 화장실에서 나를 째려봤어.” B는 A와 사귀기 전 잠깐 만났던 여자친구였어요. 그 사실을 말해주니 A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더라고요. 이후 집에 잘 들어갔냐는 문자를 보냈고 A의 답장은 영영 오지 않았어요. 이게 마지막 연락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처음엔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걱정하던 제가 바보였죠. 불쾌한 기다림 끝에 이게 이별이라는 걸 어렴풋 알았을 땐 화가 났어요. 우리가 키워온 감정이, 겨우 이런 걸로 허무하게 끝날 만큼 하찮았던 건가? 얼굴 보고 헤어지잔 말을 꺼내기 힘들 순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A는 제게 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싫었던 걸까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게 제일 답답해요. 덕분에 떡볶이는 지금도 손이 안 가는 음식 중 하나예요. 그 때의 불쾌했던 감정이 떠오르거든요.



#2. 군대에서 받은 이별 통보 “그만하자, 우리”

전 군 복무 시절 병장 1호봉 때 연애를 시작했어요.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망설였지만, C의 고백에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게 됐죠. 워낙 노는 것을 좋아하던 C 때문에 저는 부대 안에서 늘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어요. 하지만 걱정과 달리 C는 무얼 할 때마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두곤 했어요. 사이버지식정보방(PC 이용이 가능한 부대 내 시설)에서 저는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죠. 또 C는 퇴근하고 강원도 춘천에 있는 부대로 찾아오기도 했어요. 

C를 향한 제 믿음은 날이 갈수록 커졌죠. 그러던 어느 날, C는 저에게 친구들과 클럽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C에 대한 믿음으로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클럽에 간 C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새벽 3시 쯤 몰래 전화를 걸었을 때 마침내 C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아직 노는 게 더 좋아. 그만하자, 우리. C는 갑작스럽게 저에게 이별을 통보했어요. 부대에서 전화로 듣는 이별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는데도 한동안 웃을 수 없었죠.

#3. 6년간의 만남이 작은 화면 속 노란색 말풍선 하나로

우리는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추억이 많았어요. 전 D의 군대도 기다렸고, 함께 여행도 많이 다녔죠. 긴 연애에 권태로움은 불쑥불쑥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노련하게 잘 이겨냈다고 믿었어요. 그러다 제가 취업을, D는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때였어요. D도 저도 각자 신경 쓸 게 많아 예민해져 있었죠. 그 날은, D의 수업이 끝나는 대로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요.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도 D에게선 연락 한 통 없었죠. 기분이 상한 저는 약속을 취소해버렸고, 그렇게 돌아간 날 D로부터 “더 이상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헤어지자”라는 카톡을 받았어요. 욱하는 마음에 알겠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얼굴 보며 끝내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니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6년의 연애는 작은 화면 속 짧은 통보로 끝이 났어요. 이별 자체보다는, “어떻게 얼굴도 안 보고 헤어지지”라는 미련 때문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들은 왜 ‘얼굴 없는 이별’을 선호할까?

언택트 이별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 때 사랑했던 이에게 굳이 ‘최악’을 전하는 이들의 심리는 대체 뭘까. 연애심리 전문 상담소 ‘나만 아는 상담소’의 황규진 상담가(34)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만 아는 상담소’는 프로 짝사랑러부터 재회를 고민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연애 고민을 털어놓고 적절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연애 전문 상담소다.

황 상담가는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스는 ‘지옥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별하라’고 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이별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황 상담가는 “이별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언택트 이별은 그 어떤 이별보다 더 더욱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상대방 없이 오롯이 나 혼자서 ‘이별’이라는 과정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황 상담가는 언택트 이별을 “사인 없이 죽은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언택트 이별, 특히나 잠수 이별은 ‘이별을 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짐을 고할 때 발생하는 상대방의 비난과 도덕적 책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상담가에 따르면, 잠수 이별을 고하는 이들은 이별의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그러한 통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을 ‘언택트’하게 매듭짓는 사람들에게

황 상담가는 잠수 이별을 택하는 이들에게 “아마 당신은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할 거다. 하지만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서 ‘이별’이라는 직접적인 위협이 오가지 않았기 때문에 실상은 심리적으로 끝나지 않은 관계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충고의 말을 던졌다.

그는 “잠수 이별을 당한 이들은 이별을 인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쉽게 자기비난에 빠지고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리에 대한 경험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더라도 상대방과 잠시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혹시 그 때 당신처럼 잠수를 하진 않을까’ 하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후유증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황 상담가는 “잠수를 하는 당신도 결국엔 이별이 두려운 것 뿐이다. 이별을 하는 데 있어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도덕성과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은 맞다”며 이별 앞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를 강조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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