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대학생들] '1000/50이 평균?' 비싼 월세 주고 집 구했는데 갑자기 비대면 발표에 학생들 ‘울상’

입력 2020-08-21 18:02   수정 2020-09-10 16:56


[한경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2학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각 대학들이 서둘러 비대면 수업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면 강의 혹은 대면/비대면 혼합 강의를 대비해 원룸 계약을 했던 학생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치이고, 부동산 정책에 치이고…대학가 월세 평균 금액은 51만원

김소연씨(가명, 숙명여대 1학년)는 9월 개강을 앞두고 기숙사 개방 여부 발표가 늦어지자 학교 근처 원룸을 계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이 만만치 않았다. 월세가격이 이전 학기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가 알아본 청파동 일대의 약 23㎡ 원룸(약 7평)은 기본 50~55만원부터 시작했다. 일대 부동산 중개사들은 “부동산 가격이 원래 유동적이지만 특히 올해 특수한 상황들이 대거 발생해 가격이 변동이 있었다”며 “비대면 강의로 방이 많이 비어있던 지난 학기와는 달리 이번에 일부 학교가 대면 강의를 원칙으로 한데다 최근 시행되기 시작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맞물리면서 대학가 원룸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방이 8월 7일 발표한 서울 주요 대학 월세 비교표.(사진 제공=다방)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8월 7일 발표한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서울시 원룸 평균 월세가 5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인 평균치는 9%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숙명여대(49만원), 한양대(48만원) 인근 평균 월세는 전월 대비 1만원 올라 학교별로 상황은 달랐다. 학생들이 감당하기 비교적 높은 월세에도 방의 여건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 한 대학생은 “대학가 앞 원룸은 심하게 좁거나, 다세대주택 형태 원룸이 많은데도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은 기본”이라며 “대학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같은 가격에 훨씬 깨끗하고 조건이 좋은 방을 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모 학교 에브리타임 캡처.


각 학교 커뮤니티에는 넘치는 원룸 양도 글

학교들이 2학기 운영 방침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면서 대학가 커뮤니티에는 최근 부쩍 원룸, 기숙사 양도 글이 늘었다. 대부분 2학기에 휴학을 하게 돼 내년 2월까지 방을 비우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알바천국이 8월 19일 발표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2903명 중 2학기 휴학을 고민 중이거나, 이미 휴학을 결정한 학생이 42.5%에 달했다. 2학기를 등록할 것이라고 밝힌 대학생 중에서도 ‘학점·졸업 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75.9%, 복수응답)’ 등록을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학생 이 모(24)씨는 학교가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결정하면서 남은 월세 계약기간 재월세를 놓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 씨는 “월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내년에 새로 계약하더라도 지금은 본가로 가는 것이 덜 손해라 판단했다”며 수도권에 살면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친구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심지어 올해는 마음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며 휴학을 한 친구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알바천국에서 8월 19일 발표한 설문조사자료.(사진 제공=알바천국)


이리저리 바뀌는 학교 입장에 갈 곳 잃은 대학생들

거취를 결정하지 못한 대학생도 많다. 일부 학교가 2학기 수업운영 방침을 확정하지 않으면서다. 빠르게는 개강 세 달 전부터, 적어도 한 달 전에는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지방 학생들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는 이 모(연세대 4학년)씨는 “10월까지 비대면 강의가 결정됐다. 기숙사 입사 예정이던 이 씨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 측이 기숙사 입사를 전면 취소하면서 갈 곳이 사라졌다. 자격증 시험, 알바 모두 서울에서 구해놓고 친구집에서 신세지고 있던 이 씨는 서둘러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외대는 8월, 2학기 수업을 대면으로 하기로 발표했다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비대면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일부 재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방에 살고 있는 임 모(22)씨는 학교가 ‘80명 이하 수업은 대면 강의를 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최근 학교 근처 원룸을 계약했다가 낭패를 봤다. 

임 씨는 “외대는 특히 소규모 수업이 많은 만큼 대면 강의 가능 인원을 최소 30명 이상으로 줄였어야 했다. 대면 강의를 원칙으로 변경이 어렵다는 학교 측의 입장을 듣고 집을 계약했는데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며 “최악의 경우는 1학기처럼 2주씩 비대면 수업 기간을 늘려가다가 결국 전면 비대면 강의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월세는 월세대로 낭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대학의 비대면 강의로 인해 대학가 방의 공실률이 높아 기존처럼 공급자 우위 시장은 아니다. 주거비나 월세 부담이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줄어든 상태”라며 “하지만 대학가 월세 시장은 계속해서 세입자가 바뀌는 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임대인이 계속해서 임대료를 5%씩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수도권의 주택가는 항상 공급 부족, 수요 집중의 문제가 공존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면 위와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털이나 중개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지방에서 온 신입생들의 경우, 시세를 모르기 때문에 덤터기를 쓰거나, 불리한 계약을 하는 등의 문제를 겪곤 한다”며 “지방학생 비율이 많거나, 주변 주택지구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곳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중개사를 채용하거나, 학교가 보장하는 원룸이나 고시원, 하숙 등을 추천해주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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