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혁신, 스핀오프] 스핀오프의 명암…체계적인 지원받지만 지분구조 등 문제도

입력 2020-09-04 21:19  


[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양성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도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해 힘을 보태고 있다.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기업의 조직 구성원은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그 과정에서 내부에 혁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특히 사내벤처에서 별도의 회사로 독립하는 스핀오프(Spin-off, 분사 창업)는 내실을 탄탄하게 갖추고 창업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핀오프는 모기업에서 나와서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모기업의 자원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내벤처는 일반 창업보다 성공률이 높다. 사내벤처 인큐베이팅 기간 동안 연구개발에 집중해 사업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전념할 수 있고, 모기업의 시장 역량을 통해 판로도 안정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올해 분사한 스타트업 임직원들.

기업들 사내벤처 육성 활발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C-Lab)’은 지난 2012년 말 도입됐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다. C랩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과제들은 사업화 단계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높은 과제들은 각 사업부문으로 이관돼 후속 개발이 진행되고, 외부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스핀오프를 통해 사업을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제도인 ‘벤처플라자’를 통해 사내벤처를 육성하고 있다. 기존에는 현대·기아차 임직원에 한해 공모를 진행하다가 2017년부터는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개방형 공모방식으로 사내벤처팀을 선발한다. 초기에 자동차 부품 국산화를 위한 사업에서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자동차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각각 ‘하이게러지’와 ‘스타트앳’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LG CNS(아이디어 몬스터)와 LG디스플레이(드림챌린지), LG유플러스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화장품 기업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사내벤처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부터 뷰티·헬스케어 사내벤처 제도인 ‘린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규모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창의적인 브랜드를 육성하는 기반을 다지고, 니치 브랜드 개발을 장려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단순 투자 지원을 넘어 파트너로서 동반성장 체제를 구축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올해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그룹 등 5대 대기업에서 분사한 벤처기업은 최대 30여 곳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스핀오프 기업 대표는 “스핀오프는 기술이나 서비스의 완성도가 높고 이미 사업화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창업에 필요한 일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창업학과 교수는 “선행적으로 적절한 인큐베이팅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 창업보다 생존율이 높다”며 “스핀오프 기업 중에는 기술기업이 많아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분구조 탓에 투자 발목 잡히기도

반면, 대부분 분사 후에는 인력과 자금 등 지원을 끊는 경우가 많아 분사 이후에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지분구조 때문에 벤처캐피탈(VC)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기술기업은 창업하자마자 매출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데스밸리를 지나는 동안 지속적으로 자금이 필요한데, 자본금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기업에서 추가로 자금을 지원받기 어렵다.

초기 자금 지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져 사업의 성격에 따라 어떤 기업은 6개월을 버틸 수 있지만, 어떤 기업은 한 달도 못 버티는 경우가 생긴다. 기업의 성격에 따라 투자금 지원도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모기업에서는 스핀오프를 할 때, 특정인이 절대 다수의 지분을 갖는 걸 원치 않는다”며 “모기업이 일부 지분을 가져가기도 하고, 대표이사라도 함께 회사를 나온 동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분을 나누게 된다”고 입을 뗐다.

이어 “대부분 초기 창업 기업은 대표이사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며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지만, 초기 창업 기업은 대표이사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지분구조가 복잡하면 투자받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분구조나 인력구조 때문에 실제로 스핀오프와 일반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모기업의 지원이 창업 초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추후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zinysoul@hankyung.com

사진=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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