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해도 자연스레 살 빠지는 약?' 돈은 돈대로 쓰고, 살은 안 빠지는 다이어트 식품의 진실

입력 2020-09-14 10:28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해인 대학생 기자] A 씨(25)는 자칭 ‘탄수화물 러버’이다. 고기는 포기해도 밥, 빵, 면 군것질은 포기 못 하는 그는 늘어나는 무게 덕에 부담을 느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 도시락, 다이어트 과자, 다이어트 시리얼 등 다이어트 관련된 식품을 주문해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다이어트하면 당연히 줄어들 줄 알았던 식비는 다이어트 이후 지출이 더 늘었고 살은 생각만큼 빠지지 않았다. 온통 다이어트식인데…! 괜히 억울해진 A 씨. 뭐가 문제였을까. 

저칼로리의 비밀’ 양도 반 토막, 칼로리도 반 토막 

저칼로리라며 팔고 있는 다이어트 과자의 칼로리를 보면 시중에 팔고 있는 일반 과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다이어트 과자 한 봉지의 칼로리는 평균 200kcal 정도. 일반 시중의 과자의 칼로리가 대략 400kcal인 것을 고려하면 착한 칼로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격은 착하지 않다. 그런데도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값을 더 주고서라도 다이어트 과자를 선택한다. 다이어트 과자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처럼, 더 건강한 식품이라고 광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간과한 사실이 있다.  



다이어트 크래커와 일반 크래커의 비교

다이어트 과자라며 팔고 있는 한 회사의 크래커와 비슷한 느낌의 일반과자 크래커인 제크를 비교해봤다. 다이어트 크래커는 한 봉지에 45g, 220kcal이고 제크는 한 봉지에 100g, 510kacl 다. 사람들은 이때, 단순히 칼로리만 보고 다이어트 과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똑같이 45g을 기준으로 두고 보면 제크의 칼로리는 204kcal이다. 다이어트 크래커보다 더 낮은 칼로리이다. 영양성분인 지방, 콜레스테롤 수치를 봐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일반 과자들도 40g씩 판다면 다이어트 과자가 될 수 있다. 다이어트 간식이 칼로리가 낮은 이유는 양이 적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도시락과 편의점 도시락의 비교

다이어트 도시락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도시락의 중량은 200g으로 밥과 반찬 모두 합쳐 햇반 한 개 정도의 중량이다. 일반 편의점 도시락은 다이어트 도시락 양의 2배인데, 같은 중량으로 놓고 비교해보자면 영양성분에 큰 차이는 없다. 편의점 도시락도 양을 절반으로 줄이면 300kcal대의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둔갑할 수 있다. 용량 차이는 두 배지만 가격은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다이어트 도시락이 2배 더 비싼 셈이다.  

저탄수화물 빵, 비건 빵= 다이어트 빵? 

다이어트할 때 밥은 안 먹을지언정 빵은 안 먹을 수 없다. 빵순이, 빵돌이들. 대신 버터, 설탕, 밀가루 등이 많이 들어간 빵이 아닌 탄수화물이 적게 들어간 빵이나 버터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빵들을 찾는다. 그러나 사실 저탄수화물 빵은 키토 제닉(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요법)에 적합한 빵이고, 비건 빵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적합한 빵이다. 둘 다 다이어트를 위해 만들어진 빵이 아니다.  

 



 저탄수화물 스콘과 일반 스콘의 비교

먼저 저탄고지(글루텐 프리)를 위한 스콘과 일반 스콘을 비교했을 때, 탄수화물 함량만 보면 저탄수 스콘이 일반 스콘보다 3배 적다. 그러나 지방 함량을 보면 저탄수 스콘이 36g, 일반 스콘이 13g으로 저탄수 스콘의 지방이 약 3배 많음을 알 수 있다. 칼로리를 비교해봐도 저탄수 스콘이 더 높다. 저탄고지(키토제닉)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탄수화물의 빵을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다이어트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솔직하게 밝힌 비건 스콘 사장님의 고백

비건 빵도 마찬가지다. 비건 빵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빵으로 우유, 버터,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칼로리 높은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건강한 다이어트 빵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많은 가게들이 비건 빵을 ‘건강 빵’, ‘체중 조절용 빵’이라며 소개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파는 빵과 비교했을 때, 들어가는 설탕량이나 밀가루 양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빵으로 착각하자 한 비건 빵집의 사장님은 “비건 빵은 다이어트 빵이 아니다. 뭐든지 많이 먹으면 찐다”라며 솔직하게 홈페이지에 밝히기도 했다. 

이름에 ‘곤약’ 붙으면 일단 믿고 먹는다? 

곤약 젤리, 곤약 국수, 곤약 밥 등 다이어트에 있어 곤약은 필수 상품이다. 곤약의 칼로리는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몸에 잘 흡수되지 않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곤약에 이것저것 첨가된 형태의 식품은 다른 이야기이다.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곤약 쫀드기는 기존 쫀드기와 달리 밀가루 함량을 줄이고 곡물의 비율을 높여 탄수화물 함량을 줄였다고 한다. 그러나 곤약 쫀드기와 일반 쫀드기를 비교했을 때 칼로리, 탄수화물, 당의 차이 등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없었다. 



 곤약 쫀드기와 일반 쫀드기의 비교

곤약 팝콘도 마찬가지다. 곤약 팝콘의 칼로리는 100g에 300kcal로 맛과 식감이 비슷한 강냉이와 비교했을 때, 100g에 390kcal인 강냉이와 90kcal 정도 차이가 난다. 일반 식품과 별다른 것이 없음에도 이름에 ‘곤약’을 붙여 마치 다이어트 식품인 것처럼 판매한다.  

다이어트하는 건 나인데 왜 지갑이 살 빠져…? 

사실 다이어트 식품과 일반 식품 사이에서 눈에 띄는 차이는 바로 가격이다. 다이어트 과자의 용량은 평균 40g으로 가격은 3000원대. 일반 과자의 용량은 70g으로 가격은 1500원 정도다. g당 가격으로 비교하면 다이어트 간식은 1g에 75원, 일반 과자는 1g에 22원으로 다이어트 과자가 3배 넘게 비싸다. 도시락의 경우에도 같은 중량으로 비교했을 때, 다이어트 도시락이 두 배 비쌌다. 



 일반 스콘 3개 가격과 맞먹는 저탄수화물 스콘

 

영양성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사람들은 단순히 칼로리가 낮다는 이유로 양은 더 적음에도 가격은 더 비싼 다이어트 식품을 선택한다. 앞서 A 씨가 말한 것처럼 다이어트를 하는데 오히려 식비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다. 다이어트 과자를 자주 구매했던 B 씨(21)는 “다이어트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칼로리였다”라며 “일단 다이어터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과자나 빵이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해 가격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난 후에 그는 “그때 내가 꼼꼼히 따져 봤더라면 다이어트 식품에 목매지 않아도 충분히 다이어트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만 먹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C 씨(24)는 “1년 동안 곤약 떡볶이, 저칼로리 도시락, 닭가슴살 등 다이어트 식품을 냉동실에 쟁여두며 먹었는데 살은 크게 빠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왠지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하니 안심이 돼서 2개씩 먹었다”며 “특히 다이어트 식품의 경우 속세 음식보다 맛이 떨어져 먹어도 배가 헛헛해 ‘맛이 없을 바엔 양이라도 채우자’라는 이상한 심리가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이어트 빵 2개 먹는 것보다 맛있는 빵 반 개씩 먹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라고 전했다.  



 다이어터 홀리는 자극적인 유튜브 광고

다이어터 홀리는 자극적인 다이어트 식품 광고 

한편 사람들이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꾸준히 올라오는 유튜브 광고나 SNS광고가 한 몫 한다. 유튜버나 SNS 인플루언서들은 다이어트 제품에 대해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일주일 만에 5kg을 감량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살 뺐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이다”라며 소개한다. 그러나 사실 ‘내돈내산’이 아닌 경우도 많으며, 온전히 다이어트 식품의 효과인지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해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지난 7월 허위□과장 광고로 식약처에 의해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구독한 유튜버나 유명 인스타그램 스타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신뢰하며 이들이 진행하는 공구(공동구매)를 통해 꾸준히 상품을 구매한다.  

 



 한 곤약 팝콘의 홈페이지 광고

한편, 눈속임으로 소비자들에게 광고하는 회사들도 있다. 상품 전체 칼로리를 기재하지 않고 ‘1회 제공량’ 칼로리만 기재해 칼로리가 낮은 척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식품영양성분 전문분석기관에 맡기지 않고 판매자 자신들이 임의로 칼로리를 추정해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곤약 팝콘 제품의 경우 1회 제공량 칼로리가 마치 제품 전체의 칼로리인 것 마냥 광고했다. 이를 구매한 적이 있는 B 씨는 “’맘껏 먹어도 60kcal’를 강조하길래 팝콘 한 통이 60kcal인 줄 알고 진짜 마음 놓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20g에 60kcal이었다”라며 “20g은 한주먹 정도인데…제대로 안 본 내 잘못도 있지만 저런 식으로 1회 제공량을 표시하지 않거나 매우 작게 표시해 눈속임하는 것도 잘못됐다”라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라면 무작정 낮은 칼로리, 살 안 찌는 음식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적당히 먹고 적당히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 다이어트 식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이어트 식품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도 아니다. ‘저칼로리’, ‘살 안 찌는’이라는 말에 꽂혀 의지하게 된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살은 살대로 안 빠지는 억울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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