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백과사전③] 별점으로 평가되는 내 등급? 목숨 걸고 달리는 플랫폼 노동자들

입력 2020-10-13 11:51   수정 2020-10-28 16:30


[한경 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한유진 대학생 기자] “배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기사님이 불친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한 배달 플랫폼에 남겨진 배달 기사에 대한 리뷰다. 3점 이하의 별점을 받게 되면 배달기사의 평균 별점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다시 별점을 높이기 위해서 더 빨리, 더 많은 배달을 해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평균 별점이 떨어진 배달 플랫폼 노동자에게 배정되는 배달 건수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플랫폼에서 고객을 배정하는 우선 순위가 온전히 평균 별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큐 인사이트-별점 인생’ 중 한 장면.(사진 제공=KBS)

별점으로 매겨지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등급

실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별점과 리뷰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별점과 리뷰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자의 평균 별점 차이는 담당하는 업무의 건수 차이뿐 아니라 건당 급여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 인생’에 따르면 청소 노동자의 경우 별점 순으로 일종의 ‘등급’이 매겨졌다. 가장 낮은 별점이 매겨진 사람과 평균 별점을 받은 사람의 건당 급여 차이는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8000원 이상까지 난다. 

일방적인 고객의 평가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등급이 책정되는 과정에는 분명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현재 배달 대행 플랫폼에서 1년 2개월째 일하고 있는 김 모(21)씨는 “고객에게 교통 체증으로 인해 배달 지연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예상 도착 시간보다 늦었다는 이유로 낮은 별점을 받았다”라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고객의 일방적인 평가 때문에 입은 피해에 대해 호소했다. 

그는 “이 상황을 플랫폼 업체에 알리고 싶었으나 업체에 직접 불만 사항을 알릴 방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가 말한 것처럼, 고객의 부정적인 평가에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반박할 기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플랫폼 업체가 고객의 컴플레인(불만사항)에 대한 모든 책임을 플랫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등록된 계약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용노동부 공개청구에서 실시한 산업재해 사망자 수 통계.(사진=뉴스타파)

산재보험 가입 기준 완화돼도 변화 없는 플랫폼 기업, 위험도는 ‘제자리’ 

지난 5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디지털 플랫폼 노동 배달업종 분과 위원회’가 300여 명의 배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산재보험에 가입한 플랫폼 배달 노동자는 전체의 0.4%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사고와 문제점이 계속해서 발견되자 9월 16일 노사정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재보험 가입 대상은 제한적이다. 이는 전속성 기준과 적용 제외 조항 때문이다. 전속성 기준은 소득 절반 이상을 하나의 사업장에서 발생시켜야 한다는 조항이다. 적용 제외 조항은 노동자 당사자가 원치 않을 시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산재보험 개선을 위한 법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 대부분이 업체로부터 산재보험에 대해 별다른 공지를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입 기준을 확인한 후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업장에서 수입을 내는 것이 아니라, 투잡이거나 다른 플랫폼 노동을 겸업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준을 내세운다면 누구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플랫폼 노동자들 중 특히 배달 대행 노동자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고용노동부 공개청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산업재해 사망자 중 배달 사고 사망자 수가 전체의 44%에 달한다. 



△한 배달 카페에 올라온 회원의 470만원 수익 인증 글.(사진 제공=네이버 카페)


코로나19로 특수 누린다? 실상은 달라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플랫폼 노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취재차 만난 다수의 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로 ‘건당으로 지급되는 급여’를 꼽았다. “배달 건수별로 소득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에 따라 급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주일간 470만원을 벌어들였다는 한 배달기사의 인증샷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요즘 들어 이전보다 배달 건수 잡는 게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물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노동자 수도 함께 증가해 이전보다 극심한 건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달 대행 플랫폼 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업체 내 배달 수행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600만 건 이상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달 노동 지원자 또한 약 20배 정도 증가했다. 결국 플랫폼 노동의 부흥을 누리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수수료를 받는 업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배달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허울뿐인 정책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한유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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