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 "경기 침체기, 긴축은 재앙" vs "재정건전성 악화가 진짜 재정절벽"

입력 2013-01-07 17:02   수정 2013-01-08 04:34

'재정확대' 치열한 논쟁

폴 크루그먼 교수
"현재 미국경제 침체는 민간소비 위축서 발생
정부 지출 늘리면 가계소득·소비 늘어날 것"

해럴드 울리그·발레리 래미 교수
"재정늘려 고용 늘어난 건 2차 세계대전 때 뿐
인위적 단기부양보다 의료비 감축 등 구조개혁을"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만이 정답이고 긴축은 늘 끔찍한 정책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재정 긴축은 재앙을 몰고올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지금과 같이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재정절벽’이 될 것이다.”(해럴드 울리그 시카고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6일(현지시간) 폐막한 ‘2013 미국경제학회’ 마지막날의 하이라이트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었다.

정부의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 주자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다. 반면 울리그 교수와 밸러리 래미 UC샌디에이고 교수는 “재정정책은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뿐”이라며 크루그먼 교수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간 소비 위축 정부가 메워야”

크루그먼 교수는 우선 현재 미국 경제가 겪고 있는 침체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민간 소비에 극심한 충격이 오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가계의 저축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나 늘어났다는 것. 그만큼 민간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크루그먼 교수는 “만약 1950년대 경제학자들이라면 ‘민간의 지출이 줄면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오히려 긴축을 택했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 짧은 기간 재정을 투입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뒤 2010년 초 바로 긴축으로 돌아섰다. 그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쳤거나 아니면 케인스에 대한 혐오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37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긴축 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다시 공황으로 몰아넣는 실수를 범했을 당시 긴축 규모는 GDP의 3%도 안 됐다”며 “GDP의 16%에 달하는 긴축을 시행하고 있는 그리스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긴축은 늘 끔찍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의 긴축은 (대공황과 같은)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재정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세 가지 논리를 거론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첫째는 ‘유휴경제력(economic slack)이 적다’는 논리다. 이는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의 차이인 ‘아웃풋갭(완전고용시 국민소득과 실제 국민소득과의 차이, 즉 GDP갭)’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요컨대 미국 경제의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통해 메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하지만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미국의 아웃풋갭이 1년에 9000억달러에 달한다”며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재정정책 대신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된다’는 논리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재정정책을 더 선호한다. 그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물가관리목표(인플레이션 타깃)를 바꾸려면 정치적인 장애물을 많이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5~10년 후에는 Fed 관료들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통화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나중에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소비가 줄어든다는 ‘리카도 불변정리’다. 크루그먼 교수는 “증세에 대한 우려가 정부 지출을 완전히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며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 추가적인 소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단기 부양보단 구조개혁 필요”

크루그먼 교수에 이어 토론에 나선 래미 교수는 정부 지출이 GDP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나타내는 ‘재정승수’가 미국의 경우 0.59~0.69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100억달러를 지출하면 GDP는 59억~69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뜻으로 결국 재정지출은 재정 낭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래미 교수는 “미국에서 정부 재정을 늘려 고용이 늘어났던 건 2차 세계대전 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실업자가 700만명 줄었는데 군대가 고용한 인원이 1100만명이었다”며 “고용을 늘리려면 지금이라도 징집을 늘리면 된다”고 꼬집었다.

래미 교수는 미국 경제의 문제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보험 개혁이다. 그는 “미국은 현재 GDP의 17%를 의료비로 쓰고 있다”며 “이를 11%로 줄이면 1년에 95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사용한 7240억달러보다 많은 돈이다.

그는 “이는 정규교육 과정의 학생 한 명에게 1년에 1만9000달러를 더 투자할 수 있는 돈”이라며 “의료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경제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울리그 교수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민간의 경제활동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제주체들이 정부만 쳐다보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GDP를 늘릴 수 있지만 민간의 소비는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울리그 교수는 특히 “재정건전성 악화를 진지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등 유로존 취약국들의 국채 금리는 아주 짧은 기간에 치솟았다”며 “미국 국채 금리도 순식간에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울리그 교수는 “국채 금리가 급등해 이자 부담이 높아지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생기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재정절벽”이라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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