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통화로 일본에선 '국민 메신저'

입력 2013-01-20 17:08   수정 2013-01-20 22:58

'소중한 사람 연결' 강조
일주일 300만명씩 늘어…러시아·스페인서 입소문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가입자가 지난 18일 1억명을 넘어섰다. 2011년 6월23일 일본에서 공개한 뒤 19개월 만이다. 트위터가 가입자 1억명을 넘어서기까지 49개월, 페이스북은 54개월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가입자 90% 이상이 해외

18일 기준으로 라인을 쓰는 사람은 일본에서 4151만명, 태국에서 1227만명, 대만에서 1183만명 등이다. 해외 가입자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라인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달리 친구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무료로 음성 통화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많은 사람에게 공개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라 1 대 1로 대화할 수 있는 메신저 앱이다. 한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과 비슷하다.

토끼, 곰, 노랑머리 외국인 등 각종 캐릭터로 구성된 스티커로 다양한 감정이나 상황을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라인의 특징이다.

○일본에서 큰 인기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릴 정도로 성공했다. 일본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점유율은 라인이 44%로, 2위(페이스북 메신저 15%)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카카오톡(6%)에 비해서도 한참 앞선다. 10~20대 일본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NHN이 라인을 운영하는 일본법인 NHN재팬을 설립한 것은 2000년 9월이었다. 처음에는 도쿄 시부야에 작은 사무실을 내고 온라인 웹보드 게임을 서비스했다. 이듬해 검색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야후재팬에 밀려 2005년 검색사업을 포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일본 7위 포털사이트 라이브도어를 735억원에 인수, 검색시장에 다시 도전했으나 현재 점유율이 3%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NHN이 ‘대박’을 냈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도호쿠(東北)대지진’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연결’이 화두로 떠오르자 NHN재팬은 그해 4월 모바일 메시지 앱 개발에 착수했고, 한 달반 만에 라인을 만들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라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급속히 증가했다.

광고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성공 요인이다. 출시 3개월 만인 2011년 9월 NHN재팬은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높은 여성 연예인 벡키를 앞세워 TV광고를 시작했다.

일본 내 사용자가 늘면서 정부와 기업들도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성인의 날’을 축하하며 ‘라인에 계신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후쿠오카시나 교토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라인에 ‘공식계정’을 열고 행정·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 라인 계정에 친구로 등록한 사용자에게 이벤트 정보나 쿠폰을 발송해준다. 로손(편의점), 코카콜라, KFC 등에는 벌써 400만명이 넘게 등록했다.

○세계로 확산

라인은 대만과 태국에서도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대만에서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유명한 여배우 구이룬메이를 TV광고에 출연시켰다. 일본에서 성공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의 마케팅으로 시장을 뚫었다.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한 태국에서도 성공했다.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 스페인 칠레 멕시코 등 스페인어권에서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으로 고객이 찾아왔다. 스페인어 버전은 처음에 없었는데 사람들이 요구해 뒤늦게 내놓았다는 것이 회사 측 얘기다.

NHN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1주일에 가입자가 300만명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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