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이슈 프리즘] 데자뷔, MB와 박근혜

입력 2013-01-31 17:00   수정 2013-01-31 23:38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2008년 1월2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소집해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성토했다. 정보통신부 통일부 여성부 국정홍보처 등을 없애기로 한 데 대해 ‘참여정부 흔적 지우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합치고, 해양수산부를 건설교통부에 흡수시켜 국토해양부로 통폐합하는 등의 ‘대부(大部)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개편이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MB 주변에서도 기존 정부편제를 뒤흔드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편과정이 너무 전격적이라는 게 문제였다. 결국 국회 심의과정에서 통일부와 여성부는 존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국정홍보처 등을 없애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은 공론 수렴과정이 필요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MB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핵심 측근인사가 얼마 전 들려준 얘기다.

'전광석화 조직개편' 후유증

당시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한 행정학자 출신 측근은 나름의 반론을 폈다. “부처·직역 이기주의에 말려들지 않고, ‘작은 정부’ 원칙에 맞춰 정부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안과 전광석화와 같은 추진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열흘 만에 작업을 해치웠다.”

유감스럽게도 ‘보안’과 ‘전광석화’는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MB 정부의 임기 중반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과학기술정책이 교과부로 넘어간 뒤 미래지향적이고 체계적인 컨트롤 타워 기능이 사라졌다”는 각계의 문제 제기를 인정한 결과였다. “가장 뼈아픈 건 국정홍보처 폐지였다. 광우병 파동에서부터 4대강 논란에 이르기까지 정부를 흔들어대는 현안에 대해 도무지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꼭 필요한 범 정부 차원의 정책 홍보를 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조직과 예산조차 끌어낼 방도가 없었다.” MB 측근들의 토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면서 5년 전의 논란이 떠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학기술 교육 통상교섭 등 주요 정부기능을 ‘헤쳐모여’식으로 재편하면서도, 이렇다 할 공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은 게 5년 전과 판박이다.

바뀌지 않은 '不通' 논란

박 당선인이 ‘공약’을 통해 예고한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렇다고 쳐도, 외교부에 소속해 있던 통상교섭본부를 산업정책 관장부처인 지식경제부로 이관하기로 한 결정 등에 대해서는 ‘졸속’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은 제조업보다는 금융 법률 농업 등 비(非)제조·서비스 분야가 통상문제의 주요 축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정 산업을 국한해서 다루는 부처에 통상교섭본부를 맡겨도 되는 건지, 정밀한 검토를 한 건지 의구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래부의 경우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미래 창조’ 기능을 넘어 교육부 소관이었던 산학협력 등의 관할권까지 거머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과식(過食)’ 논란이 끓어오르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서도 정부조직 개편작업은 극소수의 특정인 몇 명에 의해 비밀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역시 ‘현장지식’보다는 ‘이론지(理論知)’의 대가들인 학자들이 주도했다. 사후(事後)에라도 최소한의 공론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과정을 외면했다가 적잖은 행정비용을 치른 끝에 ‘땜질 보완’을 해야 했던 MB 정부로부터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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