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악몽이 또…SK '비상경영' 돌입

입력 2013-01-31 17:24   수정 2013-02-01 01:59

최태원 회장 법정구속 - 김창근 의장 리더십'시험대'에

계열사 자율경영 불구 반도체 등 차질 불가피
'무죄' 최재원 역할 관심



“10년 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SK그룹이 31일 큰 충격에 빠졌다. 서울 서린동 그룹 본사 곳곳에선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후 3시15분께 최태원 SK 회장이 법정 구속됐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임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총수가 구속되는 악연이 정확히 10년 만에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2003년 2월22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사흘을 앞두고 전격 구속됐던 최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다시 수감되는 가혹한 운명에 처했다. 공교롭게도 10년 전엔 그룹 창립 50주년, 올해는 60주년이 되는 해다.

○10년 만에 다시 이어진 악연

이날 법정구속은 2003년 첫 구속 때보다 그룹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크다. 당시 1심에서 부당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 회장은 수감 7개월 만인 그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항소심을 거쳐 2008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가 그해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엄중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SK 측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1심 재판 직전까지만 해도 해외를 활발하게 오가며 의욕적으로 활동해왔다. 올해 신년사를 중국 베이징에서 화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전할 정도로 글로벌 경영에 매진했다.

연초 ‘서포터(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룹의 세부적인 의사결정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계열사 사장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신사업과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해외 유명인사들을 접촉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최 회장이 올해 초 대외적인 그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나 그룹의 주요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회장이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 공동 대표이사를 맡은 후 미국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회사인 LAMD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경영에 의욕을 보여왔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최 회장은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등을 만나 최신 정보기술(IT) 동향을 교환하고 반도체 사업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4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를 실적개선의 전환점으로 삼으려던 SK하이닉스로서는 최 회장 구속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창근 의장 중심 비상체제 가동

최 회장 구속으로 김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최 회장으로부터 넘겨 받았다. 1974년 선경합섬에 입사한 김 의장은 올해로 39년째 SK를 지키고 있는 정통 ‘SK맨’이다. 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과 구조조정 추진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통으로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인수 실무를 주도해 주목받았다.

2003년 최 회장 구속 때 SK는 손길승 당시 그룹 회장을 내세우고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7개월간의 ‘총수 유고’ 위기를 넘겼다. SK는 올해부터 계열사들이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시작한 만큼 최 회장 구속이 그룹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2002년 계열사 중심의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1.0’을 첫 도입한 이후 10년 이상 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왔다”며 “회장 구속에도 불구하고 경영공백 우려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연초 주요 의사결정을 미뤄왔던 터여서 당분간 그룹 경영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새해 들어 한 달이 지나도록 SK텔레콤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임원 인사를 하지 못했다. 그룹 전체로도 올해 투자금액 확정을 미루고 있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룹 집안 살림은 김 의장이 맡고 최 부회장이 형을 대신해 글로벌 성장, 차세대 먹거리 개발, 해외 네트워킹 등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관련된 ‘큰 그림’을 맡아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이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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