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침침하고 사물이 구불구불…방치하면 '실명'!

입력 2013-02-15 16:46   수정 2013-02-15 21:51

중년층'황반변성'의 공포

노화로 황반의 시세포 손상…시력 갑자기 떨어지고 중심 잃어…50세 이상 실명의 가장 큰 원인
주사제로 40% 시력 개선 효과…'안구내 가스 주입' 난치성 치료도
콜레스테롤 낮추고 자외선 차단을




50대 초반 김남수 씨(서울 강서구)는 얼마 전 눈이 아프고 침침해 안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황반변성(黃班變性). 조금 더 진행된다면 실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김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의 검진 결과는 공복 혈당이 118㎎/㎗로 당뇨병 범위 안에 들어가 있고 중성지방은 230㎎/㎗로 기준치(150㎎/㎗)보다 훨씬 높았다. 김씨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눈을 자외선에 너무 자주 노출시키지 말라는 전문의의 충고를 들었지만 ‘실명이 되지 않을까’ 상심이 크다.

선진국 실명 원인 1위인 황반변성 환자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노년층 6명 중 한 명이 황반변성을 갖고 있었다. 고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육식 등의 서구식 식습관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40대를 넘어가면서부터 꾸준히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50대 직장인들의 발병이 많아 황반변성이 중년층에 공포의 안(眼) 질환이 되고 있다.

○황반변성 실제 체험해보니

기자가 직접 황반변성 체험을 위해 특수 제작된 고글을 쓰니 알록달록 컬러가 사라진 흑백 세상이 됐다. 눈이 안 보여 갑갑해 숨이 차 올랐다. 황반변성 증상을 겪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발을 신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중심시력이 소실돼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중심 잡기가 어려웠다. 신발을 신다가 기우뚱 넘어질 뻔한 걸 옆에서 바로잡아 주었다. 신을 신고 나니 시야가 좁아 한 발짝 내딛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본능적 감각에 의존하다 보니 신경은 곤두서 머리가 무거웠다. 음료수를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고 우유팩을 집어 들었지만 유통기한을 읽을 수 없었다. 탁자 아래 신문을 겨우 찾았지만 글씨는 찌그러진 점들에 불과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했다. 팔과 다리는 후들거리고 바닥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깊숙이 숙이다 보니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칫하면 계단을 구를 뻔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노화 시작되는 50대 황반변성 증가

황반이란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망막의 중심부위다. 책을 읽거나 사물을 인식하며, 색을 구별하는 등 보는 기능의 90% 정도를 담당한다. 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생긴 혈관에 의해 손상되고 사물이 뒤틀려 보이는 등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병이 황반변성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 흡연, 햇빛 노출, 유해산소,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증상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져 보이고 글자에 공백이 보이거나 그림을 볼 때 어느 한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 한쪽 눈에 먼저 나타나고 반대쪽 눈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초기에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물 찌그러져 보이면 즉시 검사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성’은 노화로 파괴된 황반의 시세포(視細胞) 찌꺼기가 망막 아래에 쌓이면서 생긴다.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실명 단계까지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10% 정도는 빠르게 진행해 실명을 유발하는 ‘습성’으로 이어진다. 습성 황반변성을 치료하지 않으면 15% 정도는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액체인 혈액이 배어 나와 망막에 흉터를 내기 때문에 습성이라고 부른다. 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은 “습성 황반변성은 1주일 새 시력이 1.0에서 0.1로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진행이 빠르다”며 “50대 이상 중년층의 경우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야 가운데가 검게 보이면 즉시 안과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 금연을 하고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항산화 영양소 비타민A, C, E가 함유된 녹황색 채소나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무엇보다 50세 이상이거나 황반변성 가족력이 있는 경우 1년마다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반변성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면 레이저나 주사제로 치료한다. 그러나 실명 위험이 있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 중 레이저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10~15% 정도로, 수술 후 약 50%의 환자는 재치료가 필요하다.

주사제는 황반에 숨겨진 신생 혈관을 제거하고 시력개선 효과까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주사제 치료를 받은 황반변성 환자의 95%가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고, 40%는 시력이 개선됐다. 국내에는 ‘루센티스(노바티스)’ 등의 주사제가 나와 있다.

○습성 황반변성 신치료법 개발

고 교수는 이달 초 습성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사람 가운데 주사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안구 내 특수가스를 넣는 ‘가스 주입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고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 중 30%는 안구 내에 약물을 주사하는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아 실명에 이른다”면서 “임상을 통해 유리체 망막유착이 있는 환자에게서 유난히 습성 황반변성이 많다는 것을 입증했고, 이에 맞춘 치료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교수가 개발한 ‘안구 내 가스 주입술’은 현재 12명의 난치성 습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시술됐고, 망막부종과 시력이 호전되는 결과를 얻었다. 고 교수의 신치료술은 최근 국제 학회지(Retina)에 실렸다.


◆황반변성

안구 뒤쪽에 있는 신경 부위인 황반에 손상이 생겨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 녹내장·당뇨망막병증과 함께 영구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 중 하나다. 눈앞에 보이는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진국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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