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티베트 '하늘길'의 두 얼굴

입력 2013-02-15 17:14   수정 2013-02-15 20:59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이른 아침 푸른 목장에 서서/새벽빛 가르며 나는 독수리 바라보니…그건 한 줄기 신비로운 하늘길/우릴 인간의 천당으로 데려가네.’ 톈루(天路·하늘길)라는 제목의 중국 가요다. 톈루는 티베트 고원을 넘어 칭하이성 시닝에서 티베트의 라싸를 잇는 1956㎞의 칭짱(靑藏)철도를 말한다. 평균 해발 4500m, 가장 높은 곳은 5072m나 되는 구름 위 원시자연속을 내달린다. ‘하늘길’이란 별명은 참 그럴싸하다.

하늘길이 통과하는 티베트 고원 서쪽의 티베트족과 동쪽 한족 간 역사는 복잡하다. 티베트에서 7세기 통일왕조로 탄생한 토번국은 실크로드의 중심부를 차지한 강국이었다. 당시 당태종은 조카딸(양녀란 설도 있음)인 문성공주를 토번의 왕에게 시집보내 평화를 얻어야 했을 정도다. 방직 제지 등 첨단 문명이 티베트로 전수된 게 이때다. 그 영향이 얼마나 컸던지 티베트에선 지금도 문성공주의 생일과 그가 라싸에 도착한 날을 기념한다. 티베트엔 문명을, 한족엔 평화를 가져다주는 길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토번국이 내분으로 무너진 뒤 원나라 헌종 때부터 티베트는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된다. 시대별로 차이가 있을 뿐 중국과는 주종의 관계가 이어졌다. 청 말기 중국이 피폐해진 틈을 타 티베트는 독립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1951년 중국 공산정부는 강제로 평화협정을 맺으며 영향력을 회복했다.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한 정교합일의 고유한 지배체제는 사실상 부정됐다. 1959년 독립을 요구하던 티베트인들은 무력진압에 무너졌고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칭짱열차가 개통된 것은 2006년이다. 중국의 지배민족인 한족의 티베트 이주가 본격화됐다. 거대한 장막처럼 티베트를 둘러싸고 보호하던 티베트 고원은 무력화됐고, 칭짱열차는 날카로운 바늘처럼 티베트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에 비례해서 티베트인의 저항도 거세졌다. 2009년 3월10일 합병 50주년을 맞아 벌인 독립요구 시위는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채 실패로 돌아갔다. 연쇄 분신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이 동원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지난 14일 100번째 분신자살이 발생했다.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교체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협)를 앞두고 있어 분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본래 하나인 하늘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칭짱철도가 중국(한족)에 티베트 지배강화의 길을 열었지만, 티베트인에게는 순교자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할까. 시간이 흐를수록 분신과 탄압의 끈이 더 조여지는 것 같다. 하늘길을 달리는 열차가 참 슬퍼 보인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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