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 부부 "하숙으로 한국생활 시작…서울 곳곳 누비고 다녔죠"

입력 2013-02-15 17:36   수정 2013-02-15 21:25

[한경과 맛있는 만남]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 부부 "하숙으로 한국생활 시작…서울 곳곳 누비고 다녔죠"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 부부>

"서울 곳곳 누비고 다녔죠"

여럿이 구워먹던 삼겹살 못 잊어…대사관저 셰프도 한국인…주말이면 전국 각지 여행
20여년前 외교부에서 아내 만나…장거리 연애 거쳐 결혼 골인
이달 초 영국 5곳 돌며 한국기업 경쟁력 홍보 행사




“촉촉하게 다진 새우는 중국식, 그 위에 차조를 얇게 얹어 겉을 바삭하게 구운 건 한국식, 살짝 볶은 채소에 상큼한 맛을 더하는 소스는 유럽식이네요.”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와 그의 아내 앤 와이트먼 여사를 최근 서울 경운동 퓨전 한식집 ‘민가다헌’에서 만났다. 차조를 얹어 구운 새우 샐러드, 한우 불고기 위에 여덟 가지 채소를 얹은 비빔밥, 우유 아이스크림과 절인 복분자 디저트까지 동·서양이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내는 음식들이 연달아 나왔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서로 다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들의 삶과 꼭 닮은 맛이다.

식당 안 풍경도 퓨전이다. 낮은 한옥 천장과 낡은 목조 자재를 지나 미닫이문을 열자 영국 빅토리아 양식의 의자와 서재가 등장했다. 민가다헌은 명성황후 후손인 민병옥의 저택을 2001년 개조한 식당이다. 건물의 외관과 담장은 한옥 전통 양식을 유지하면서 내부는 서양의 주거 양식을 도입한 한국 최초의 건물이다. 긴 한파가 물러간 뒤 봄기운이 느껴졌는지 점심 식사를 시작하기 전 부부는 “마치 봄이 온 것 같다”면서 한옥 처마를 따라 한 바퀴 걸었다.

“한옥의 멋이 어우러진 곳에서 즐기는 한국 음식은 더 맛깔나요. 우리 부부는 비빔밥 불고기 닭갈비 삼겹살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합니다. 영국 사람들은 아직도 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인도 카레를 가장 먼저 떠올려요. 한국 음식은 맛도 있고 몸에도 좋은데 영국에서는 제대로 먹을 기회가 별로 없는 게 아쉽죠.”

○한국에서 1년…전국이 ‘맛집 천국’

와이트먼 대사가 부임한 건 2011년 11월. 아내보다 1년 정도 먼저 서울에 들어와 시작한 한국 생활은 ‘기발했다’. 정동길에 있는 멀쩡한 대사관저를 마다하고 상암동의 한 가정집에 들어가 3주 동안 하숙을 했다. 지하철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했다. 시간이 날 때면 한국 적응 생활과 서울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에 올렸다.

“그때 하숙집에서 먹어본 맛을 잊지 못해 삼겹살을 아주 좋아하게 됐죠. 지금도 허름한 고깃집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구워먹는 자리가 있으면 즐거워요. 서양식 바비큐와 닮았지만 여러 명이 한자리에서 힘을 합쳐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삼겹살 구이는 사회생활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최고의 소셜 푸드’라고 생각합니다.”

와이트먼 대사 부부가 ‘한국 배우기’를 위해 택한 수단은 여행과 음식.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 산책을, 주말에는 여행을 즐긴다. 그동안 설악산 춘천 거제도 제주도 경주를 돌아다녔다. 여행길 음식 얘기가 나오자 아내가 선수를 쳤다. “설악산의 산채비빔밥, 춘천 닭갈비, 제주에서 맛본 흑돼지 오겹살…. 정말 환상적이었죠.”

현재 대사관저에서 부부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셰프도 한국인(김요셉)이다. 르코르동블루 런던에서 공부하고 런던 메리어트호텔과 르가브로슈런던 등에서 10여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대사관저에서 파티를 열어 잡채 파전을 포함한 한국 음식과 대사 부부가 직접 만든 영국식 디저트 트라이플, 칠면조 요리를 나눠먹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가 고향으로 위스키 마니아인 와이트먼 대사는 탈리스커 매캘란 싱글톤 등을 좋아한다. 그는 “위스키는 각각 고유한 풍미와 아름다운 맛이 있기 때문에 순위는 매길 수 없다”며 웃었다.

○소문난 잉꼬부부…英 외교부가 맺어준 인연

와이트먼 부부는 외교가에서 소문난 ‘잉꼬부부’다. 20여년 전 두 사람이 새내기 공무원 시절 영국 외교부에서 처음 만났다. 자주 얼굴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렸을 무렵 앤은 중국 베이징으로, 스콧은 대만으로 발령이 났다. 1980년대 중반 외교 마찰로 중국과 대만 간 외교관계가 끊어졌던 당시 두 사람의 사랑 잇기는 마치 ‘견우직녀’와 같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홍콩에 사는 믿을 만한 분을 알게 됐죠.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홍콩으로 보냈고, 그 편지를 받은 분이 하나는 베이징으로, 또 하나는 대만으로 보내줬어요.”

홍콩을 거쳐야 했던 두 사람의 사랑은 3년 뒤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다. 부부에게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딸이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큰 딸은 방학 때면 한국에 와 홍대 앞 클럽에 가는 걸 즐긴다. 둘째는 한국 음식이 맛있고 안전한 나라라서 좋아한다고 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에 쏠려 있는 걸 실감한다”며 “지금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문화 강국’에서 온 만큼 대사 부부는 영국 문화를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대사관에서 영국의 패션 섬유 음료 식품 등을 소개하는 ‘브리티시 라이프스타일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백화점과 연계한 ‘브리티시 페어’도 개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3번째 007영화인 ‘007스카이폴’이 국내에 개봉할 때 대사관 주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열었다.

이 대목에서 와이트먼 대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에든버러의 고교 교사였던 할아버지가 초대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한 숀 코너리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가 제임스 본드 탄생 50주년이었다”며 “진화하는 007영화는 새롭게 바뀌어가는 영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국 기업에 한국 알리고 왔습니다”

와이트먼 대사는 이달 초 1주일간 아주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영국의 주요 5개 도시인 런던 에든버러 버밍엄 맨체스터 브리스톨에서 300개 영국 기업을 초청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기회의 한국(Opportunity Korea)’ 행사를 마련했다.

영국 외교부에서 2006년부터 3년간 글로벌경제국장, 2008년부터 3년간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지낸 그의 눈에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큰 기회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고, 영국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요. 삼성 휴대폰에 영국 기업이 만든 중앙처리장치가 들어간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영국 ARM사는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휴대폰 중앙처리장치의 90% 이상을 생산합니다.”

"탈북자 위해 무료 영어교육…英 유학까지 지원"

와이트먼 대사는 직접 행사를 기획했을 뿐만 아니라 현지 연사로도 나섰다.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는 “삼성 LG 외에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기술과 기업 이야기에 영국 기업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영국의 첨단 테크단지를 주목하라고 했다. 런던을 뉴욕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 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융업보다 제조업이, 제조업보다 창의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영국의 창의산업은 패션과 건축, 식음료와 자동차, 우주항공 등 범위도 넓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영국 기업이 함께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한다면 시너지가 클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영국의 한국 수출은 30억파운드(약 5조1762억원)였고 한국의 영국 수출은 28억파운드였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각 16%, 22% 늘어났으니 긍정적인 신호죠.”

와이트먼 대사는 정보기술(IT)로 앞서가는 한국과 전통적으로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영국이 만날 수 있도록 영국 기업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왜 좋은지’ 확실히 알리고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탈북자에게 가장 절실한 건 ‘영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많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2500억파운드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영국은 유럽의 녹색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까지 줄이기로 하고 친환경 빌딩과 자재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대사관은 지난해 세종대 기후변화센터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 분석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했다. 덕분에 지난 10일 한국 실정에 맞는 인터넷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영국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와이트먼 대사는 “친환경 빌딩과 자재 등 30여개 분야에 저탄소 사업 기회가 있고 양국은 녹색산업 육성 의지가 분명해 협력 방안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이트먼 대사 부부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영국문화원과 손잡고 탈북자를 위한 무료 영어교육 프로그램 ‘잉글리시 포 더 퓨처(English For the Future)’도 진행하고 있다. 와이트먼 대사는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취업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가장 불편을 겪는 분야가 영어”라고 지적했다.

한 해 70~100명의 탈북자에게 혜택을 주는데 이 중 3명은 영국대사관 영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의 3개월 인턴십에 참가했다. 별도로 1명을 선발해 영국 내 대학원 석사과정(1년 과정) 진학 시 교육비와 생활비도 전액 지급한다. 이 프로그램은 롯데그룹 현대산업개발 GS칼텍스 아산사회복지재단 한국투자증권 캠브리지ESOL코리아 코리아타임스 한·영협회 등이 후원한다. 모두 와이트먼 대사가 협조를 요청해 이끌어낸 나눔의 손길이다.



와이트먼 대사의 단골집 민가다헌 너비아니 스테이크 등 퓨전한식 일품

‘차를 마시는 작은 오두막’이란 뜻의 서울 경운동 민가다헌(閔家茶軒)은 명성황후 후손의 저택을 개조한 퓨전 레스토랑이다.

4개의 실내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있다. 저녁에는 와인을 즐기는 손님이 많다. 한식과 양식의 조화가 돋보여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퓨전 한식 분야에 수년째 몸담고 있는 송경섭 셰프는 동서양의 맛을 조합해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스테이크처럼 만든 대표 한식 너비아니, 돼지고기와 새우를 곁들인 쉬림프 포크가 인기 메뉴다. 부추 오일을 기본으로 쓴다. 토속적인 감자전, 돼지고기에 발효시킨 고추장 굴소스를 얹은 요리도 맛이 좋다. 요리에는 와인 대신 막걸리나 안동소주가 많이 들어간다.

새우와 돼지목살 스테이크 4만6200원, 자두 소스의 오리콩피 3만4100원, 로즈마리 마늘 오일의 오리콩피 4만7300원, 더덕구이와 불고기 양념의 너비아니 스테이크 5만1000원, 코스요리 점심은 2만9700원부터, 저녁은 7만5000원부터다. (02)733-2966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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