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이길수 있다면 등에 칼도 꽂는다’…블록딜 주관사 경쟁 점입가경

입력 2013-02-21 17:02  

이 기사는 02월19일(06: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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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만삭스·JP모건, 파격제안 내건 메릴린치에 ING 블록딜 허찔려
- 작년 SKT 블록딜선 모건스탠리, 공동주관사 씨티·CS 몰래 따돌리기도

투자은행(IB)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국내외 거래를 독식하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하룻밤 사이 승부가 갈리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의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외국계 증권사들끼리의 암중모색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15일 ING는 보유하고 있던 KB금융지주 지분 5.01%(194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금융권에선 ING와 KB금융지주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14년 만에 끝났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증권업계의 관심은 ING의 블록딜을 수행한 주관사에 쏠렸다.

시장에선 당연히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거래를 맡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외국계 증권사가 ING생명의 매각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를 성사 직전까지 조율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ING와 KB금융지주 양측의 사정을 두루 잘 아는 증권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주관사 자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차지였다. IB업계에 따르면 ING는 블록딜 당일인 14일 장 마감 후에야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해 한 시간 반 만인 오후 4시30분께 메릴린치의 손을 들어줬다. 블록딜 하루 전날 주관사를 정해놓고, 당일 장 마감 직후부터 블록딜 작업에 돌입하는 국내 기업들보다 하루가 늦다. 보안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지만 입찰에 참여한 외국계 증권사로서는 피가 마르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을 제친 것은 메릴린치가 '할인율 1.4%에 백스톱(블록딜에 실패할 경우 남은 주식을 주관사가 떠안는 잔액인수 조건)'이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할인율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블록딜하는 주식의 종가보다 일정 금액을 깎아주는 것이다. 할인율이 낮으면 매각 가격이 높아지므로 발행사(ING) 입장에선 환영할 만하지만 반대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업계에선 이날 KB금융지주의 할인율을 2~3%로 예상했었다.

할인율도 낮은데 블록딜이 실패해도 물량을 모두 사주겠다니 메릴린치가 ING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했지만 정치적인 변수도 함께 고려된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ING가 골드만삭스와 JP모건에 대해 ING생명의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한데 따른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설사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메릴린치와 똑같은 조건을 제시했어도 ING는 일종의 경고차원에서 메릴린치를 주관사로 선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로서는 정치·경제적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던진 승부수가 먹혀들었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입장에서는 뒷통수를 맞은 셈이다.

몇 개월전, 길게는 1~2년 전부터 주관사를 정하는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상장(IPO)과 달리 거래가 이뤄지기 직전에서야 주관사를 선정하는 블록딜은 외국계 증권사들간의 암중혈투가 특히 치열한 분야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이 포스코 지분을 블록딜할 당시에는 모건스탠리가 공동 주관사였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의 등에 칼을 꽂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록딜이 한차례 실패하자 모건스탠리는 씨티와 CS 몰래 SK텔레콤을 설득, 단독 주관사 계약을 따내 거래를 성사시켰다. 보통 월요일에는 블록딜을 진행하지 않지만 모건스탠리는 씨티와 CS를 따돌리기 위해 주말 동안 업무를 진행해 월요일 개장 전 거래를 밀어붙였다.

경쟁사를 꺾기 위한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블록딜은 수수료 덤핑이 가장 치열한 영역이기도 하다. '1% 내외'라는 관행이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다. 작년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을 블록딜할 주관사를 뽑기 위한 경쟁입찰에서 한 외국계 증권사는 0.01%의 수수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블록딜을 주관한 증권사가 대량으로 물량을 떠안아 손실을 입게 됐다'는 식으로 거래가 끝난 뒤에도 뒷말이 끊이지 않는 점도 무한경쟁에 돌입한 블록딜의 단면을 보여준다. ING의 블록딜 이후에도 메릴린치는 7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떠안았다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개 외국계 증권사 법인 7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떠안는다는게 말이 안된다는 건 경쟁사들도 아는 사실"이라며 "이번에 블록딜을 맡은 증권사가 실패했다는 음해를 해서라도 다음번 블록딜 주관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유정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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