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특별기획] "日, 안이한 위기대응이 禍 자초…한국, 가계부채 적극 대처해야"

입력 2013-02-22 16:38   수정 2013-02-23 04:11

일본 장기불황에서 배운다 (2부) - 박근혜 정부의 과제 (5) 더 위기감 가져라

성장잠재력 확충 통해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복지비용 마련·배분문제…국민적 합의 이끌어 내야
부동산 등 경기부양책 고려…엔저 대응 등 환율방어 시급

대담 -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990년대 일본은 위기 대책의 타이밍과 방법이 모두 틀렸다. 부실이 생겼을 때 한 번에 정리해야 하는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해 찔끔찔끔 처리하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면서 부실만 키웠다.”

국내 대표적인 ‘일본통’들은 한국이 일본처럼 구조적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과감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과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회의실에서 ‘일본 장기불황이 주는 교훈’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이들은 한국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지 말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질 것 △대담한 리더십과 과감한 의사결정 △가계부채 문제의 선제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차병석 정치부 차장이 사회를 맡았다.

▷사회=한국경제신문 설문 결과 경제전문가의 70%가 한국도 일본식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어떻게 보나.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일본의 장기 불황은 몇 단계로 나눠봐야 한다. 1990년대는 거품이 꺼진 데 따른 금융 부실로 복합 불황이 발생한 단계다. 은행이 망하고 금융 경색이 나타났다. 2000년대의 부진은 저출산·고령화와 관련이 있다. 2010년대는 인구 고령화에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문제가 더해졌다. 한국은 갑작스러운 거품 붕괴는 없었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일본과 비슷하다.

▷이우광 연구위원=일본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말 4%에서 최근 0.7%까지 내려왔다.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저하됐다. 잠재성장력은 노동과 자본, 기술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일본의 경우 기술력을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자본은 거품 붕괴로 타격이 컸다.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1996년부터 감소해 투입할 수 있는 노동력도 줄었다. 잠재성장력이 떨어진 게 장기 불황으로 가는 주요 원인이 됐다.

▷사회=일본 정부가 1990년대 초반에 직면한 위기의 실상을 잘못 판단해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지평=일본의 부동산 가격 하락 초기에는 워낙 땅값이 높았던 탓에 ‘정말로 떨어질까’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격도 한 번에 폭락한 게 아니라 5%, 10%씩 조금 왔다갔다하는 형식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이렇게 된 건 고도 성장기 때의 관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을 쓰면 부동산 가격이 회복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은행은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처리를 계속 미뤘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건 경기부양책을 꾸준히 적용하고, 금융 부실은 집중 처리하라는 것이다. 우리도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처럼 거품이 심하지는 않지만 가계부채가 많은 게 문제다. 가계부채 문제는 미루지 말고 빨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우광=일본은 1990년대 중반 초(超)엔고(高) 사태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재무관과 로런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 간 합의를 통해 해결했다. 한때 엔저(低) 상황이 발생하고 경기가 좋아지자 정책 담당자들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봤다. 곧이어 정보기술(IT) 거품으로 경기가 좋아지자 부실 처리가 느슨해졌다. 경기 순환의 문제인지, 구조 문제인지를 정부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책담당자가 판단을 그르치면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글로벌·디지털화로 경제 상황의 판이 바뀌었는데 정책은 옛날 방식 그대로를 적용해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다.

▷사회=한국은 경기도 살리고, 성장 잠재력도 키워야 하지만 복지 수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나.

▷이지평=일본은 고령화로 복지정책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 문제가 심각해졌다. 인구 고령화는 예측 가능한 문제였음에도 정부 당국이 너무 현안에만 매달리다가 대응 시기를 놓쳤다. 중·장기 과제에는 손을 대지 못한 탓이다. 한국은 노인 복지를 생산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도 지금 말로만 고령화나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장기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우광=복지 문제는 국민의 합의를 구해야 한다. 일본은 국민들이 복지 비용을 적게 부담하면서 높은 복지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복지 정책을 시행하려면 어느 정도 돈이 드는지 솔직하게 밝히고, 그 충당 방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 재정은 한번 나빠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복지 재원을 어떻게 충당하고, 계층 간 배분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사회=일본 사례에 비춰볼 때 부동산시장 침체에는 어떤 처방을 해야 하나.

▷이우광=한국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미리 봤던 덕에 각종 대출 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그런 의미에서 갑작스러운 부동산시장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서민 생활이 부동산과 연관이 많은 만큼 갑작스럽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서민 경제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부동산 부양에 대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가계가 기업보다 크다. 기업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실을 대거 정리했다. 가계부실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이지평=일본에서 부동산 거품 충격이 컸던 건 부동산 가격결정 체제가 비합리적이었던 탓이 크다. 부동산 가격이 수익과 금리에 따라 결정되기보다는 은행 간 대출 경쟁으로 가격이 급등한 측면이 있다. 한국도 강남 지역 아파트값은 교육 여건 때문이라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터무니없이 비싸다. 서민 위주의 부채 해소 정책을 포함해 경기부양책을 고려해봐야 한다.

▷사회=일본이 최근 공격적인 환율 정책으로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 원화 강세 시대를 맞아 환율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하나.

▷이우광=일본의 이번 엔저 정책은 극약처방이다. 재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자칫 외국 자본 이탈과 채권가격 하락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은 5~10년 뒤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다만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경기가 좋았던 게 스스로의 실력이라기보다는 상당 부분 엔고 덕이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이지평=일본의 엔저 정책 영향으로 한국에 단기성 자금인 핫머니 유입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투기자본의 활동을 글로벌하게 규제해야 한다. 지금 물가를 우려할 만한 시기가 아니므로 환율 방어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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