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우리은행은 왜 금호산업 빚 독촉에 나섰나

입력 2013-02-26 15:31  

이 기사는 02월26일(06: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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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산업 정상화 가능성 낮다에 '베팅'한 듯
- 우리-산은 갈등으로 4월 추가 지원안 무산 가능성도


우리은행과 KDB산업은행은 워크아웃 플랜을 짜는데 늘 손발을 맞춰왔다.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 남산구조조정이라는 회사를 설립, 해외 비협약채권자들을 설득해 대우그룹의 법정관리행을 막은 것도 두 금융기관의 공이었다. 

이랬던 우리-산은의 공조 체계가 금호산업과 관련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사이공(KAPS)에 제공한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며 금호산업의 산은 계좌에 대해 취했던 가압류 조치를 일단 해제하기로는 했으나 아직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우리은행은 다른 금융기관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왜 이런 전례없던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손해볼 것 없는 우리은행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금호산업 채권 잔액은 1160억원이다. 2009년 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무렵 채권액은 2356억원이었다. 우리은행은 이 가운데 담보채권 1359억원을 돌려받았다. 기존 채권 중에선 997억원이 남았고, 여기에 워크아웃 이후 신규로 투자한 163억원까지 더해 1160억원이 남아 있다.

채권 잔액으로만 보면 우리은행은 다른 협약채권 금융기관인 산업은행(181억원), 국민은행(636억원), 농협(123억원)에 비해 돌려받아야할 돈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출자전환을 한푼도 하지 않았고, 기존 채권 997억원 가운데 941억원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다. 신규 대출금 163억원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으로 금호산업이 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금호산업을 상대로 당장 빚을 갚으라고 나선 데엔 이같은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은행이 받아내려고 하는 대출금은 금호산업의 자회사인 KAPS 대출금 590억원이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 예금 계좌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취하면서 대출금의 절반인 295억원을 당장 상환하거나 금호산업의 KAPS 지분(50%)을 담보로 제공하라고 압박했다.

우리은행이 이같은 강수를 둘 수 있는 것은 KAPS 대출이 비협약채권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개인이나 일반 상거래채권자들의 경우처럼 법적으로 최우선 보호 대상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다른 채권 은행들은 최근까지도 우리은행이 비협약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기업의 채무 상황은 오로지 주채권은행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까지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이었다. 

◆2014년 말 금호산업의 운명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리은행은 금호산업 정상화에 상당히 회의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감자를 추진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KAPS 대출금을 당장 상환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우리은행이 감독 당국의 경고와 다른 은행들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대출 회수에 나선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2014년 말로 예정된 워크아웃 종료 시점에 채권단 내부 이견으로 워크아웃 연장이 불발돼 금호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면 우리은행은 KAPS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지 않는 한 금호산업으로부터 590억원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KAPS 지분은 산업은행 등 무담보 협약채권자들 앞으로 돌아가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종료 시점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협약채권단의 일원인 미래에셋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행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래에셋파트너스3호PEF, KTB2005, KTB2006, 기업은행-KTB제1호 등 FI들은 1조8792억원의 채권 가운데 98%를 출자전환했다. 투자 시점이 2006년께로 내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이들 FI의 출자전환 단가가 주당 7580원으로 3000원대인 현 주가와 비교해 턱없이 높은 데다 나머지 협약채권 은행들 입장에선 FI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마음대로 처분하는데 동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연기금 등 LP로부터 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PEF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의 명운과도 관련 있는 만큼 2014년 말에 FI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역시 미지수다.

FI들 사이에서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매각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금호산업 FI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라도 아시아나항공과 한국항공우주(KAI)를 함께 국내 대기업 가운데 한 곳이 인수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호산업 정상화 시점이 관건
우리-산은 간 공조체계가 무너지면서 금호산업 정상화를 위한 시계는 안갯에 휩싸이게 됐다. 오는 4월로 예정된 금호산업 추가 지원을 위한 채권단 모임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현재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금호산업의 국내외 PF 사업장에 대한 부실 규모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4월 중으로 조사를 완료한 뒤 해외 PF 사업에 대한 지급 보증 등의 지원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게다가 금호산업이 결제를 해주지 못한 협력업체 미지급금만 약 1000억원에 달한다.

금호산업은 연결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으나 다음달 8일로 7대1 감자가 완료되면 자본잠식률을 40%대로 낮출 수 있게 된다.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유지하면 일단 관리종목 지정은 면할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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