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며느리의 창작열…"삶이 바로 그림"

입력 2013-03-03 16:46   수정 2013-03-03 22:26

추상화가 최구자 씨 오늘부터 한경갤러리서 개인전
백혈병 투병 남편·가정 보살피며 하루 10시간 작업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 앞에 닥친 일을 종종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요. 제가 나이 50줄에 화필과 팔레트를 다시 꺼내 든 것은 나와 내 가족,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가치를 더하려는 것뿐입니다. 이게 내가 마음 쓰는 부분이죠.”

4~1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추상화가 최구자 씨(69). 그는 “온갖 집안일을 혼자 떠맡아야 하는 청주 한씨 종갓집 큰며느리인 ‘종부(宗婦)’로 살면서 고달프고 힘겨운 마음을 뒤늦게 미술로 승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한 최씨는 기하학적 추상계열 작품으로 전통 화단에 도전장을 냈다. 종부로 살면서 한동안 멀어진 그림을 1997년부터 다시 시작한 최씨는 2003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공존’이란 작품으로 특선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평화로운 공존’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화업에 뛰어들어 그려온 기하학적 추상화 20여점을 내놓았다. 1990년대 미공개작 5점도 내보인다.

최씨는 1980년대 구상화 작업을 거쳐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평화로운 공존’ ‘자연과 공존’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평화로운 공존’이 유동적인 선과 간결한 면, 그러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는 반추상 작품이었던 데 비해 ‘자연과 공존’ 시리즈는 격렬한 화면이 내면으로 심화한 완전추상 작품이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미학적으로 구성한다”며 “그림 속 기하학적 요소들은 돌, 물, 풀, 꽃 등 순수한 자연을 압축한 것으로, 제 삶에 개입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뒤늦게 그림에 승부를 거는 데에는 50대 들어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창작열이 다시 솟아났기 때문이다. 친구(화가 전명자)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친구는 최씨에게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데 엔진이나 다른 걸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그건 너와 똑같다. 너는 재능을 갖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좋은 차 운전하듯이 그림만 운전해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의 조언에 감사하며 화구를 메고 강원도 정선을 비롯해 선유동 계곡, 설악산, 도봉산, 제주도, 강화도 등 전국을 찾아다니며 사생을 했다. 2010년에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백혈병 투병으로 간병을 하면서도 작업에 열중했다. 그림 그리다 죽는다는 각오로 고양 벽제 작업실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에 매달렸다. 예쁜 구상 그림이 아닌 어려운 추상화 작업을 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대학 시절 저를 돌봐주시던 이준 선생님이 추상화를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때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빌럼 데 쿠닝 등을 알게 됐고 정말로 매료됐습니다.”

그는 초기에는 사물의 형태를 살려내면서 다채롭고 명징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점차 선과 면을 늘려가며 풍경을 지워갔다. 직선과 원, 사각형, 삼각형을 칠하고 긁어내고 덧칠해 동양화의 힘과 서양화의 질감을 절충했다.

“땅을 잘 가꾸어야 좋은 곡식이 올라오듯 그렇게 그림을 그렸어요. 제 삶을 자연과 곁들여 녹여낸 그림은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림이 완성되면 그것은 우리의 가족이 되는 것이니까요.”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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