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낭송 축제' 없애면서 문화 융성?

입력 2013-03-17 16:54   수정 2013-03-18 16:24

박한신 문화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놀리고 때린다. 피해 학생은 괴로워하며 죽음을 생각한다. 그때 다른 학생 한 명이 시를 낭송하기 시작한다.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다. 교실에는 노래 ‘거위의 꿈’이 흐르고, 곧이어 모든 학생들이 하나돼 시를 낭송한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지난해 ‘청소년 시낭송 축제’에 참여한 서울 이화여대부속중학교 학생들이 시 내용과 학교폭력 문제를 연결지어 만든 단막극이다.

한국도서관협회가 2007년부터 열어온 이 축제는 전국 중·고교생들이 자유롭게 동영상을 만들고, 한데 모여 교류하는 시 잔치다. 작년엔 114개교 3000여명이 참여해 단막극을 연기하거나 시를 노래로 만들어 연주했다.
7년 동안 이어져온 이 축제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예산을 배정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에서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복권기금에서 지원하는 축제 예산 1억원은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게 돼 있어 일반 학교에 주는 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올해만이라도 행사를 이어가고 새 후원자를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했다.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입시경쟁과 학교폭력 등 어른들이 만든 사회적 부조리가 그대로 투영돼 있는 교육 현장의 아이들 모두는 우리 사회 전체가 돌봐야 할 ‘약자 중의 약자’다. 복권기금 지원 대상에도 ‘아동·청소년’이 명시돼 있다. 축제에 참여하는 학교는 지역·특성별 안배를 통해 선정돼왔다.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를 부제로 한 이 시낭송축제는 정답을 정해놓고 강요하는 문학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창의적 놀이터’이기도 했다.

새 정부는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낭송회에 초대됐던 시인 손택수 씨는 “창의력은 정답을 정해놓지 않는 문학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가 어렵다는 보고에 ‘지금 프랑스에 시인이 몇 명이나 되지?’라고 묻고 ‘그 정도면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는 일화를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문화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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