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Mice] 일본 후쿠시마 봄여행

입력 2013-03-24 10:11  


벚꽃이 시리도록 화사한 4월의 후쿠시마는 일본 여행자들을 은밀하게 유혹한다. 일본 후쿠시마현에 아이즈라는 지역이 있다. 묵직한 시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메이지시대와 다이쇼시대 정서가 거리 곳곳에 흐르고 에도시대의 흔적까지 엿볼 수 있다. 아이즈는 소박하고 담백하다. 번잡한 도시의 느낌이 아니라 일본다운 면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630년 역사 쓰루가성, 벚꽃의 화사한 자태

도쿄에서 북쪽으로 신칸센을 타고 1시간20분 가면 후쿠시마현이 나온다. 후쿠시마는 대표적인 겨울여행지지만 봄이면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 덕분에 특별한 관광명소가 된 곳도 있다. 전통가옥과 아기자기한 건물이 어우러져 정취를 자아내는 아이즈가 그렇다. 아이즈의 중심도시인 아이즈와카마쓰는 에도시대(1603~1867년)의 성 밖 도시. 후쿠시마의 상징인 쓰루가성이 있는 곳이다. 날렵한 모습이 마치 날아가는 학과 같다고 해서 쓰루가(학)라는 이름이 붙었다.

쓰루가성은 시내 어디에서든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최상층인 5층 천수각(天守閣)에 서면 시가지와 ‘아이즈의 후지’라고 불리는 반다이산(1819m)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이면 단풍, 봄이면 화사한 벚꽃잎이 아이즈의 섬세하고 화려한 풍경을 완성시킨다.

1384년에 지어진 쓰루가성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611년 대지진으로 붕괴됐고, 1639년 5층으로 다시 지어졌다. 이후 메이지 정부에 의해 다시 허물어졌다가 1965년 현재 모습으로 복원됐다. 약 630년 전부터 붕괴되고 다시 짓고, 또 무너지고 재건하고….

대지진 이후 다시 일어서는 후쿠시마현의 모습이 쓰루가성을 통해 투영된다. 후쿠시마현은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후 몸살을 앓았다. 일본관광청 관계자는 “후쿠시마는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데, 아이즈는 당시 사고가 있었던 연안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고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원으로 지역 경제가 힘을 얻었고, 관광객 숫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도시대 풍경에 보양온천 체험도

아이즈와카마쓰역에서 아이즈 철도를 타고 가야부키까지 가면 일본 전통의 초가지붕 마을이 나타난다. 아스팔트 국도변으로 흙길을 걸으면 40여채의 초가집이 거대한 단지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에도시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도로가 뚫리고 개발의 바람이 불었지만 용케도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고립된 지형 탓에 외지 사람들이 관심을 덜 가진 것이 어찌보면 천운이 됐다.

초가집들의 정체는 료칸(여관)이다. 료칸지역이 몰려 있다 보니 료칸촌이라는 뜻의 오우치주쿠(大內宿)라고 불리게 됐다. 가야부키는 과거 에도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에 있어서 크고 작은 료칸이 많았다. 과객들은 오우치주쿠에서 여정의 피로를 풀었다. 초가집이 죽 늘어서 있다 보니 마치 우리의 민속촌 같지만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아직도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곳이다. 선대로부터 배우고 익힌 손재주 그대로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귀중한 유산이다. 화로에 장작을 태우고 장작의 연기가 목조를 건조시켜 초가의 수명을 늘렸다.

오우치주쿠에서 약 10분만 가면 온천지대가 나온다. 온천은 화산의 흔적이다. 땅이 꺼지고 갈라진 틈에 물이 솟아 온천이 됐다. 화산, 즉 불이 물(온천)을 낳은 것이다. 일본의 산자락에 호수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즈에는 약 1300년 전 발견된 유서 깊은 온천이 있다. 히가시야마 온천은 아이즈의 아랫목으로 불리는 온천. 도요토미 히데요시, 노구치 히데요 등 일본의 역사적 인물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보양온천’으로 입소문 나있는 황산염 온천은 피로 회복은 물론 류머티즘, 피부질환, 냉증, 신경통,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의 피로가 온천욕만으로도 말끔히 가신다. 이곳에선 일본 전통 게이샤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전통춤 등 게이샤들의 특별한 공연을 연중 내내 감상할 수 있다. 전성기엔 100명의 게이샤가 활동했지만 지금은 20여명이 명맥을 유지하며 손님에게 애잔한 게이샤 문화를 선보인다. 동북지방의 온천에서 이 정도 수의 게이샤가 활동하는 곳은 드물다. 전통술과 게이샤, 온천으로 상징되는 삼색(三色) 일본 풍류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아이즈다.

◆수타 소바에 특제 돈가스까지…입도 즐거운 미식여행

후쿠시마는 미각도시다. 깔끔하고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아이즈는 복류수(伏流水)로 만든 술이 특히 유명하다. 복류수는 주변 산에 내린 눈이 대지에 스며들어 만들어진 물이다. 일본 명주는 대부분 대물림해온 자그마한 전통도가에서 나온다. 도가에서 나온 보류수 술은 부드러우면서 은은한 단맛이 나는데 여성에게도 인기다. 시내에는 모두 9개의 구라모토(양조소)가 있으며, 견학과 시음장도 있다.

후쿠시마 전통음식인 수타 소바도 맛있다. 시내 곳곳에 인기 가게가 많은데, 아이즈 주민들이 예부터 행사가 있을 때 먹었던 음식이다. 밥에 가늘게 채 썬 양배추를 깔고 그 위에 갓 튀긴 돈가스를 올리는 소스카쓰동도 꼭 먹어볼 일이다. 20여곳에 달하는 가게가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카레야키소바가 뜨는 음식이다. 만주(앙금을 넣은 빵)로 만든 일본식 튀김도 맛있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요리를 끝없이 만들어 내는 일본의 식문화가 부럽기만 하다.

이용빈 여행작가 kocons21@naver.com

■여행팁

하네다와 나리타 등 도쿄 인근 공항에서 아이즈로 가려면 우선 도쿄역에서 JR동북신칸센을 타고 고리야마역(약 1시간20분 소요)까지 가야 한다. 이곳에서 가이소쿠전철(급행)로 갈아타고 아이즈와카마쓰역(약 1시간 소요)에서 하차하면 된다. 센다이공항을 이용할 경우 센다이역에서 JR동북신칸센을 타면 고리야마역까지 약 50분이 걸린다.

대지진 이후 지난해 12월 인천~후쿠시마 간 첫 전세기편이 출항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 두 번째 전세기가 운항하면서 후쿠시마 관광이 점차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다른 지역이 그렇지만 후쿠시마 역시 온천이 유명하다. 현내 130여개의 온천이 성업 중이며 수질은 일본에서도 알아준다. 일본 여행 관련 정보는 JNTO 한국어사이트(welcometojapan.or.kr)와 J-ROUTE 사이트(jroute.or.kr) 등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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