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만난 한국영화…이전에 없던 부가가치·기능 급속 창출

입력 2013-03-28 15:30   수정 2013-04-02 18:02

경영정보통신학회와 함께하는'이달의 우수논문' - 한양대 경영학과 조남재 등 2인'한국영화산업의 생태계분석'

80년대 아날로그 영화 시기…제작·배급·상영·감상 등 단순한 가치 네트워크 뿐
2000년대 디지털 컨버전스 출현…영화산업 생태계 새 판도 예고



정보기술(IT)이 기업 생태계에서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고, 생태계 판도와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여러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남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와 오승희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가 공동 연구한 ‘한국 영화산업의 생태계 분석’ 논문은 영화산업을 예로 들어 산업 생태계 구조를 분석했다. 영화는 창작에서 유통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내재화한 산업이고, 모든 단계에 걸쳐 디지털 기술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연구 대상은 1980~2010년 30년 동안 개봉한 국내 영화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고 활용된 것은 선진국 영화산업과 다소의 시차가 있을 뿐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1980년대까지 아날로그 기술에 의존했던 영화산업은 1990년대 들어 편집작업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는 영화의 제작, 상영, 유통 등 전반에 걸친 디지털 기술 도입과 변화가 특징이다.

‘아날로그 영화 생태계’ 시기였던 1980~1989년은 한국 영화산업이 제작과 배포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기 이전 단계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한 태흥영화사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분석해보면 영화산업은 제작, 배급, 상영, 감상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가치 네트워크(value network) 구조를 갖고 있었다. 디지털을 활용한 부가가치 활동이나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작사의 총괄지휘 아래 각 기능 담당자들이 참여해 영화를 만들어가는 구도였다. 세부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적 활동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 아날로그 영화 생태계는 디지털화된 기능이나 디지털 기반의 독립적 활동자가 존재하지 않아 생태계 디지털화 지표는 모두 ‘0’의 값을 갖는다.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과정에 해당하는 ‘변환과정 영화 생태계’ 시기인 1990~2001년은 영화 제작이나 배포에서 디지털 기술이 부분적으로 사용됐다. 이 시기 가장 큰 배급사였던 시네마서비스(주)에서 출시한 47편의 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시기부터 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기능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배포나 예약 같은 디지털 기능이 생겼고, 특수효과나 음향, 편집 등에서 기존 기능이 디지털화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전체 기능 중 디지털화된 기능 비율은 35.7%로 증가했다.

‘디지털 영화 생태계’ 시기인 2002~2010년은 영화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CJ엔터테인먼트(주)가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지배적 배급자였다. CJ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140편의 영화에 대한 엔딩 크레디트 자료를 분석해보면 영화 제작에서 유통에 이르는 과정에 관여한 부가가치 기능이 급속하게 다양해지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영화 유통과 배포에서 영화관이나 비디오를 통한 상영을 넘어 방송 및 통신서비스산업과 활발하게 엮이는 ‘디지털 컨버전스’도 나타났다. 이전 시기에 비해 디지털 변환이나 신규 탄생을 통해 디지털과 관련한 기능이 급격히 늘었다. 디지털화가 영화산업 생태계의 우세한 추세로 자리매김해 가는 현상이다.

디지털 영화 생태계에서는 기능별로 독립된 활동을 하는 사람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디지털 기능을 수행하는 활동자 수가 산업 전체 활동자 수 증가에 비해 현저히 빠르게 증가했다. 영화산업 생태계의 구조가 특화된 기능 활동자 중 우세 활동자 중심으로 소생태계(sub-constellation ecosystem)를 형성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는 영화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판도와 구도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생태계 디지털화 지표에서도 보인다. 전체 활동자 중 디지털 기능을 수행하는 활동자 비율은 58.6%로 절반을 넘었다. 영화산업 생태계가 디지털 기반이 우세한 구도로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화는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초기 10년에 걸쳐 디지털화 비중이 급격한 확산을 보이며, 다음 10년에 걸쳐 증가세가 점차 완화되고 안정화된 디지털 영화산업 단계에 도달한다. 영화산업과 같이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에서조차 생태계의 디지털화는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변환이 완성 단계에 이른 뒤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산업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영화산업과 같이 산출물 자체와 제작 유통과정이 모두 디지털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산업에서도 전체 산업의 모든 기능과 산출물이 디지털화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에서도 제작자 성향에 따라 아날로그 기법만으로 예술적인 미(美)를 살리려는 영화가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

이 연구에서 개발한 생태계 매핑(mapping) 방법론은 다른 산업에도 디지털 변환 특성을 가시화해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산업의 진화 방향과 수준, 속도에 대한 분석을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리=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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