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조 봉투' 네개 낸 중소기업인

입력 2013-03-28 17:17   수정 2013-03-28 22:26

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K사장은 얼마 전 거래처 대기업의 임원 상가를 찾았다가 생각지도 않은 고민에 빠졌다. 상가에 나와 있던 대기업 직원들이 부조 봉투를 보더니 “협력사 부조금은 3만원 이상 받지 못한다”며 돌려줬기 때문이다. 순간 당황한 그는 상가에 온 다른 기업인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고는 3만원씩 봉투 네 개를 만들어 낸 뒤 상가를 떠났다. K사장은 “아무리 윤리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지만 소액만을 부조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 B사장은 최근 사내 홍보팀을 없앴다. “대외 홍보를 하지 않는 게 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개선된 실적을 홍보했더니 다음날 거래처 대기업 구매 담당 임원이 ‘단가 내려달라’는 전화를 해왔다”며 “좋아도 좋다고 말할 수 없으니 중소기업은 현대판 홍길동이 아니냐”고 푸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상생)을 추진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을 진정한 성장 파트너로 대하겠다”며 가이드 라인을 선포하고, 협력사 대표들과의 자리를 만들어 상생협력을 다짐하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소기업계에 ‘경제 3불 문제(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의 해결을 약속한 뒤 이런 움직임은 한결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다. 정부 부처들도 ‘3불 해소’에 열을 올린다. 산업 조장 업무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소기업청장까지 나서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을 얘기할 정도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바라보며 씁쓸해하는 중소기업인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인위적인 정책과 노력 등을 통한 상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 중소기업인은 “대기업 모두가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의 문제를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협력 중소업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체질 개선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주는 것을 부러워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반의 ‘상생’이 자리잡기까지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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