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광식 전 장관 "싸이 '젠틀맨'이 북한 미사일 눌렀다… 이게 한류의 힘"

입력 2013-04-17 13:44   수정 2013-04-18 19:35

국립중앙박물관장-문화재청장-문화부장관 5년 공직생활
'한류전도사' 경험 살려 책 펴냈다… 다음달 또 한권 출간
산업에 문화적 관점 입히고 융합행정 해야 창조경제 가능




"신곡 '젠틀맨'을 낸 싸이가 지난 주말(13일) 콘서트를 했어요. 효과가 정말 컸죠. 북한이 15일 태양절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잖아요. 같은 시점에 북한은 미사일, 남한은 젠틀맨. 그런데 북한 미사일을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이 싸이를 타전한 겁니다. '한국은 불안하지 않다', '싸이와 함께 즐기고 있다'. 국가 신뢰도를 높인 거죠."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사진)이 강단으로 돌아왔다. 학교를 떠나 있던 시기가 이명박 정부 5년과 거의 일치한다.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문화부 장관을 연달아 지내며 '한류 전도사'로 자리매김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로 컴백한 그가 처음 손 댄 작업도 한류 집대성이다. 이달 초 문화계 고위직을 지내며 느낀 점을 담은 책 '한류로드'를 펴냈다. 복귀 첫 학기 맡은 수업도 '실크로드와 한류문화'다. 다음 달엔 동명의 책을 또 출간할 계획이다.

최 전 장관은 한류의 힘을 '달라진 세계의 시선'으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의 이미지 자체가 남북분단, 한국전쟁, 북핵에서 싸이와 '강남스타일'로 바뀌었다" 며 "소녀시대, 원더걸스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성과를 냈지만 싸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였기에 세계를 놀라게 하고 그들의 시선까지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공직을 맡은 대학 교수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해 달란 말에 "교수는 해당 분야 전문가지만 전문가의 이상만으로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어렵다" 며 "시스템을 잘 파악해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반에 문화적 관점을 입히고 융·복합 행정을 해야 '창조경제'가 가능할 것"이란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천상 교수였다. 고문헌이 빼곡히 들어찬 좁디좁은 연구실이 어색하지 않았다. 마침 연구실을 찾은 제자에겐 "논문은 잘돼 가느냐" "읽어봤는데 일리 있는 주장이다"라며 어깨를 툭 쳤다. 인터뷰 때가 돼서야 점퍼 차림에서 양복으로 갈아입는 소탈한 전직 장관을 16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 이임 후 대학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됐네요. 어떠세요.

"공직에 있을 때도 가끔 학교에 오고 특강도 했지만 정규 수업은 5년 만입니다. 많이 달라졌네요. 예전엔 강의하고 판서하고 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비주얼 자료를 원하더군요. 파워포인트 자료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웃음)"

- 평소 한류를 강조한 것처럼 강의명도 '실크로드와 한국문화'입니다.

"제 전공이 한국사지만 밖에 나가 활동해 보니 시야를 넓혀야겠더군요. 한국사 하면 기껏해야 한·중·일 3국을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과거에도 세계 문화와 교류했습니다. 그 통로가 실크로드였죠. 자료는 제가 많이 갖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 때부터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스 등 문명전을 여러 번 열었죠. 학생들에게도 시야를 넓히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학교로 돌아온 지 한 달 남짓인데, 벌써 책도 냈습니다.

"장관으로 있으면서 한류를 많이 얘기했죠. 그동안 특강을 많이 해 강의안도 있었고 녹취록도 있었어요. 어떤 분들은 벌써 어떻게 썼냐 그러는데, 자료가 갖춰져 있어 정리해서 나온 거죠. (공직생활) 5년 동안 공 들인 겁니다. (웃음)

책 제목인 '한류로드'는 제가 만든 용어예요. 실크로드가 인바운드(in-bound) 성격의 문화 교류였다면 한류로드는 아웃바운드(out-bound)란 뜻을 담은 거죠. 다음 달에도 책을 낼 계획이에요. 강의명과 똑같은 '실크로드와 한류문화'란 타이틀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 '한류로드'란 단어가 착 감기는 맛이 있습니다.

"그렇죠? 사람들 반응이 좋아서 많이 쓰고 있어요. 장관 때 한류 사업에 역점을 뒀습니다. 정점이 작년이었죠. 싸이가 대표적이지만, 저는 가장 의미 있는 지표로 문화·오락·서비스 분야 첫 흑자를 꼽아요. 굉장히 큰 성과입니다. 문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뀐 거죠. 그래서 '한류로드'란 단어를 만들어낸 거예요."

- 지난해 한류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다변화죠. 한류 1.0이 드라마, 한류 2.0이 K-팝이었다면 3.0은 어디로 갈 거냐. 한류 다양화의 조짐을 뽀로로에서 발견했어요. '캐릭터'가 통한다는 의미였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주목받고, 지표상에서 한식도 올라갑니다. 다변화가 되면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한국어를 배우죠.

기 소르망이 문화 수출국은 전 세계에 얼마 없다고 했어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7~8개국 정도인데 한국, 일본도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영어 불어 독어 일어, 재미있게도 외국어학원이 있는 나라들이죠. 외국에 요즘 한국어 학원이 많이 생겨요. 의미 있는 변화죠."

- 비결이 뭘까요.

"소재를 우리 것에서 가져올 필요가 있어요. 독특한 한국적 정서에 하이브리드(hybrid)를 시키는 겁니다. 저는 '전통과 한류의 창조적 융합'이라고 표현합니다. 아시아 전체를 석권한 드라마가 '대장금'이었죠. 우리 전통이 녹아든 작품이었잖아요. 싸이도 노랫말이 '강남스타일'과 '섹시 레이디' 빼면 모두 우리말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모두 따라 부른단 말이죠."

- 싸이 효과가 워낙 컸잖아요.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는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완벽한 문화상품이었어요. 원더걸스가 빌보드 차트 100위 안에 들었는데, 영어 노래였거든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잘하긴 하지만 패스트 팔로어인 반면 싸이는 퍼스트 무버예요. B급이었지만 통한 이유가 그겁니다. 한국 하면 한국전쟁, 북핵을 떠올리던 외국에서 이젠 싸이, 강남스타일을 말하죠."

- 정말 '코리안' 하면 바로 싸이, 강남스타일, 이렇게 나오더군요.

"예. 정말 그래요. 태권도나 올림픽, 월드컵 같은 스포츠로도 이름을 알렸지만 싸이는 문화 콘텐츠거든요. 한국에 문화가 있구나, 이렇게 인식이 바뀌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스포츠에서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나 리듬체조 손연재는 의미 있어요. 예술성이 강한 종목이니까요."

- 제자인 한 고려대 학생이 '싸이와 역사는 무슨 관련이 있느냐',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역시 사학과라.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웃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죠. 싸이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태양절을 앞두고 굉장히 불안한 시기였잖아요. 그런데 그 시점에 신곡 내면서 콘서트를 했죠. 북한 미사일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이 한국은 굉장히 평온하다, 이렇게 타전하는 거죠. 굉장히 큰 역할을 한 겁니다.

한국의 브랜드와 국가신뢰도가 높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역사적 의미구요. '전쟁 발발 위험' 기사가 아닌 '싸이 뮤직비디오 1억뷰', 이렇게 국면 전환이 되는 거죠. 한국의 이미지 자체가 180도 바뀌는 겁니다."


- 교수로 지낼 때와 공직 생활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장관 이전에 처음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갔었어요. 고려대에서도 박물관장을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인력이나 예산, 자료에서 차이가 나죠. 하고 싶었던 것들 신나고 보람 있게 한 것 같습니다. 박물관이 구태의연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썼어요.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패션쇼와 결합하기도 하고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문화재청장 땐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어요. 그간 문화재 보존 위주였지만 활용에도 힘써보자고 생각했어요. 대표적인 게 '창덕궁 달빛기행'이었죠. 밤에도 개방했는데, 창덕궁 야경이 아주 멋있었죠. 외국인 관광객들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 교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나요.

"한국문화의 대중화, 정보화, 국제화. 이게 제 일이죠. 교수일 때나 공직에 있을 때나 똑같습니다. 직(職)은 계속 바뀌었지만 업(業)은 항상 그대로였어요."

- 공직에 나가는 교수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시죠.

"MB 정부에 5년 내내 있었던 케이스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저, 두 명인 걸로 압니다. 공직은 자기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죠. 교수가 전문가로서 비전과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결국 주변 시스템이 따라줘야 하니까요. 교수가 공직에 가서 잘하려면 그게 제일 관건이죠.

학문 융합을 얘기하는데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려면 폭넓게 융·복합 행정을 해야 합니다. 예컨대 한식 세계화, 전통가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나 국토교통부 혼자서 못해요. 경계를 허물고 같이 해야죠. 제품에 디자인이 중요한 것처럼 모든 산업에 문화적 관점을 입히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창조경제 성공의 발판 아닐까 싶어요."

-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입니까.

"우선 학생들 잘 가르치고 연구도 열심히 해야죠. 학교에서 할 역할이 있습니다. 한국학 세계화, 한류 다변화 같은 것들이에요. 한류도 대중문화분 아니라 전통문화, 순수문화도 같이 발전시켜야죠. 한류 관련 책을 마무리 지으면 '삼국유사'를 풀어 쓸 생각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원천이 우리 것이거든요. 좋은 소재들이 '삼국유사'에 많이 있습니다."

- 작가나 PD들을 위한 작업인 셈이네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제대로 된 한류는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의외로 잘 몰라요. 직접 현장에 가보니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렘브란트, 마네는 배우는데 김홍도, 신윤복은 잘 모릅니다. 심지어 김유신이 먼저인지, 이순신이 먼저인지도 잘 몰라요."

- 김유신과 이순신을 헷갈린다, 그건 좀 너무한 것 같은데요.

"아니, 정말 현실이 그래요. 사학자라 그렇게 얘기한다 할 것 같아서 미국을 예로 들게요. 미국에서 제일 중요한 게 영어와 미국사입니다. 미국사를 얼마나 가르치는지 몰라요. 자국의 언어와 역사를 배우지 않으면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없죠. 우리는 요즘 중등교육 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국사로 배우잖아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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