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1) 쉽게 풀어보는 논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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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19 14:50  

[아는 만큼 쓰는 논술] (1) 쉽게 풀어보는 논술 주제

▧ 들어가며…

1.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대학의 논술기출문제는 언제나 고등학교 교육의 언어영역과 사탐영역의 과목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사회탐구영역 과목 가운데 학생들은 두세 개만을 공부하고 있으니 모르는 과목의 내용을 논술문제가 다루고 있다면 뭔가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논술문제의 제시문은 정보가 없는 수험자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나오는 것이므로 제시문의 독해만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답안을 써내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논술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탐과목을 고르자면 간단히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논술 기출문제는 경제 분야의 문제의식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2. 어떻게 출제되고 있을까

경제 파트의 주제를 담고 있는 논술문제 가운데 다수는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을 다루고 있다. 경제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시장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이냐, 정부의 개입을 더욱 강화할 것이냐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전파와 신고전파 경제학 그리고 최근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입장이 전자라면, 케인스와 그의 제자들의 학파인 케인스주의나 신케인스주의 경제학은 후자의 입장을 취한다.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삼는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경제적 효율성 즉 생산의 확대를 중시하는 반면, 정부의 개입을 옹호하는 입장은 실질적 평등과 분배 정의, 그리고 환경이나 인권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게 된다. 때문에 이 문제의식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돼 출제되기 마련이다. 지난 기출문제에서 대략적으로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3. 두 견해 이해하기

여러분들은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의 제시문과 정부의 규제를 찬성하는 제시문을 올바르게 골라낼 수 있겠는가? 제시문에 나타난 지엽적 상황에 매몰되어서는 문제의식을 놓치기 쉽다. 제시문의 올바른 독해는 언제나 문제에서 요구하는 주제의 내용에 맞추어 읽어야 한다. 2011학년도 서강대 기출문제의 제시문을 보자.


어떠한 목동도 다른 목동이 공유지에서 가축에게 풀을 먹인다고 해서 자기 가축을 거두진 않는다. 공유지에 있는 풀이 고갈될 것을 염려해 자기 가축을 거두게 되면 혼자 손해 보게 될 것이라 예상해서다. 모두가 그러한 생각을 해 가축을 공유지에 풀게 되면, 공유지는 황폐해지고 결국 모두가 가축을 먹일 수 없게 된다.

만약 모든 노동자가 동시에 파업에 동참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파업을 지켜보려 한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파업의 과실을 챙기려 무임승차한다. 파업 참여자는 비협조자의 배신을 경험하게 마련이고 다음 파업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결국 파업은 좀체 이뤄지지 않고, 모두 파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치게 된다.

깨끗한 물, 이웃 간 우애 등과 같은 공공재를 그것의 생산에 대한 공헌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가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의 유지, 생산에 기여하도록 유도할 체계를 갖기가 힘들다. 그 결과 아주 적은 양의 공공재만이 생산되고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된다. -로버트 퍼트넘, 나홀로 볼링


모든 목동이 가축에게 풀을 먹이는 것, 다수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파업의 과실만을 챙기려는 것, 이 행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라는 점이다. 개인의 이기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고 그리고 이 이기심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사람이 바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였다. 하지만 위 제시문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하에서 일어난 이기적 행동의 결합이 ‘아주 적은 공공재만’을 생산하여 ‘모두가 고통을 받는’ 상황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자유방임의 경제구조는 필연적으로 모두가 궁핍하게 되는 모순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시문의 내용은 국가 혹은 정부의 일정한 개입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제시문을 보자. 2010학년도 서울시립대 모의논술문제에 나온 것이다.

198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는 ‘전화회사’라고 하면 AT&T(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가 전부였다. AT&T는 미국 통신산업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주(州)간 장거리 전화요금을 정했고, 각 주는 결정된 장거리 전화요금을 무조건 승인해야만 했다. 정부는 전력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통신 사업자들도 시장을 독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통신산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통신산업의 경우에는 여러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면 지역마다 전화선을 어지럽게 설치해야 하는 등 낭비와 자원 활용의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부는 AT&T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는 대신에 통신 서비스 가격을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정부의 그런 생각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몇몇 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새로운 통신기술로 AT&T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기업들은 AT&T가 보유한 광대한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자연스럽게 통신산업의 독점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결국, 법정은 1984년에 거대 기업인 AT&T에 지역 지주회사 체제로 분할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통화자가 장거리 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법 및 장거리 전화를 거는 방식에 대해 AT&T가 가지고 있던 독점적 권한을 제거하여 경쟁을 촉진시켰다. 통신산업에서 독점의 시대가 끝나고 경쟁의 시대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 후에도 지역 전화 사업은 AT&T가 계속해서 독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 통신시장의 경우에는 MCI(Microwave Communications Inc.), 스프린트(Sprint)와 같은 경쟁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AT&T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후 수년 동안 장거리 통신시장에서는 경쟁으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타났다. 많은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 전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통신 관련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였으며, 통신산업 또한 경쟁 환경하에서 힘찬 성장을 계속하게 되었다.


과거 미국의 통신산업은 AT&T라는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는데 이후 경쟁체제가 도입돼 결과적으로 통신서비스의 질은 좋아지고 산업의 규모도 성장했다는 내용이다. 이 제시문의 독해에서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은 이유는 ‘법원의 판결로’ AT&T가 분할됐다는 내용 때문인데 이것이 정부의 규제가 될 수는 없다. 법원은 정부가 아닐 뿐더러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거나 시장을 규제하는 룰을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즉 법원의 명령으로 이루어졌든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이루어졌든 중요한 내용은 그것이 ‘경쟁체제’가 되었다는 것인데 독점 공기업이 경쟁하는 다수의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은 경제주체(개인 혹은 법인)의 이기심과 자유가 보장되는 시장의 자율성을 강화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이 제시문은 자유방임의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내용인 것이다.

4. 어떤 입장을 선택할까

시장의 자유냐 정부의 규제냐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다만 우리는 여기서 이것이 대립하는 입장이라고 해서 다른 하나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의 견해만을 참이라고 주장하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모든 나라의 경제정책은 시장의 기능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와 개입 또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답안 가운데는 어느 한 의견을 선택하라는 문제를 기계적으로 이해해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는 견해를 취한 학생은 정부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정부의 간섭을 지지하는 견해를 취했다 하여 시장의 기능마저 부정하는 극단적인 길로 빠지기도 한다.

시장을 부정한다면 구소련이나 북한과 같은 과거의 사회주의적 견해가 되고, 정부의 기능을 부정한다면 중앙은행이나 재정경제부마저 없는 19세기 영국과 같은 극단적인 방임경제가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시장과 정부 가운데 누구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둘 것이냐의 문제임을 기억하자.

이지나 S·논술인문대표강사 curitel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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