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악랄한 진실보다 매력적인 거짓이 낫다

입력 2013-04-25 16:56   수정 2013-04-25 23:29

거짓에 관한 진실
볼프 슈나이더 지음 / 이희승 옮김 / 을유출판사 / 303쪽 / 1만4000원



“세상에, 진실이라니! 누가 진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진실 따위를 듣고 싶어한단 말인가. 초대받은 손님들에게 음식이 형편없다는 진실을 듣고 싶은 이가 있을까?”

《거짓에 관한 진실》은 진실에 대한 도발적인 물음을 던지며 시작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저자는 냉소적인 어법과 독창적인 시선으로 모두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착오가 필요한 이유와 우리가 거짓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정보를 분류하고, 버리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고 탐구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고민과 탐구의 결과물이다. 거짓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거짓이 넘쳐나는지, 거짓이 가져온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치·사회·문화·역사적 실례를 들어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는 세상에 위증과 사기, 타인을 향한 비방 등 매우 악랄한 거짓이 있는가 하면 악의에 찼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진실도 많다고 주장한다. 이런 진실들은 차갑고, 불쾌하고, 가혹하고, 때로는 견지하기 어렵다. 인간은 타인의 불행에 대해 어느 정도 안도하거나 즐기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부자나 권력자가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보고는 쾌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이런 불행과 실패에 대해 겉으로 기쁨을 드러내는 것은 혐오스러운 행동이다. 우리는 진실을 좋아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는 건 진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진실을 은폐하거나, 대부분의 경우 진실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진실은 우리의 삶에서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고, 진실을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지만 잘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착오’라는 개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무언가에 대한 잘못된 진술이 ‘착오’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별점이나 외계인에 대한 맹목적인 미신과 로또를 사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를 가장 흔한 착오로 분류한다. 이런 착오들은 대체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위안을 주거나 적어도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녀사냥, 세계 멸망에 관한 믿음 등과 같은 착오들이 인간의 두려움이나 무지와 결합했을 때 어떤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며 치명적인 거짓의 폐해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착오는 진보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콜럼버스는 인도가 가깝다는 착오에 빠져 신대륙을 발견했고 괴테와 미켈란젤로, 쇼펜하우어는 오만이라는 자기기만에 빠져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행을 초래하거나 세상을 오도하는 착오를 경계하면서도 일상적인 거짓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완벽한 정직은 인간을 절망하게 하는 무거운 짐이 되고, 인간은 착오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시의 일부분을 인용한다. “착오가 바닥나면 우리의 맞은편에 앉은 마지막 이야기 상대는 허공뿐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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