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업도시 울산·포항] …울산·포항, 창조경제의 심장 '바운스 바운스'

입력 2013-05-02 15:35  

지역경제에 불 붙인지 40년…

태화강의 상전벽해
현대중공업 등 기업들 숨은 노력…은어떼 돌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포항운하 프로젝트' 로 名品 문화관광도시로 변신




6·25전쟁이 끝난 지 20년째 되던 1973년 한국 경제사의 큰 흐름을 바꾼 두 가지 일이 있었다. 바로 현대중공업의 첫 선박 건조 돌입(3월20일)과 포스코의 첫 쇳물 생산(6월9일)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중심축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옮아갔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2013년, 울산과 포항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울산과 포항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연봉 7000만~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며 화이트칼라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네오 블루칼라’ 계층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 울산과 포항은 기업도시란 이미지보다는 친환경 녹색 도시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공해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어떻게 탈바꿈했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들 도시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박맹우 울산시장과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구동성으로 기업덕분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과 적극적인 투자유치 등을 통해 ‘소득 상승→소비 확대→투자 확대→일자리 창출→환경 재투자’의 선순환구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해백화점' 울산 태화강의 기적…은어떼 노는 1급수로

7대째 울산에 살고 있는 김연수 씨(75)는 “태화강을 보고 있노라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 태화강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변하기 이전의 맑디 맑았던 태화강, 공업화 이후 하루가 다르게 오염된 태화강, 그리고 다시 옛 모습을 찾은 태화강이 그것이다.

김씨는 “어린 시절 태화강 물은 그대로 마실 만큼 깨끗했는데 19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잿빛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며 “2000년 초에는 1만여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울산은 사람 살기 힘든 공해도시의 대명사로 국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금 울산은 태화강 덕분에 저탄소 녹색 성장 도시의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년 전부터는 태화강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누치떼와 연어떼가 발견되고 있다. 은어 연어 황어 가물치와 고니 원앙 백로 수달 등 모두 427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 수영대회가 이곳에서 열리고 하루평균 1만5000명, 휴일엔 3만명이 찾는 생태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태화강의 기적 뒤에는 바로 공해천국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았던 기업들의 숨은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기업들이 왕성한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연간 1조원 이상이 울산지역 환경에 재투자된 덕분이란 게 울산시 측 설명이다.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들 덕분에 풍요를 누린 울산이 또다시 기업들 덕분에 삶의 질이 충만한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산업과 환경이 병존하는 울산의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바로 현 정부가 찾고 있는 창조경제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철강에 기대어 사는 도시에서 생태 해양관광도시로 재도약하는 포항

포항 인구는 2000년 51만7250명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철강경기 침체 여파로 해마다 감소하면서 2006년 말에는 인구 50만명 선이 붕괴될 위기까지 맞았다. 인구 감소 현상을 상승으로 되돌려 놓은 힘은 포스코에서 나왔다.

당시 깊은 경기침체 여파로 상당수 기업들이 기존 투자계획마저 접던 상황에서 포스코는 영일만 신항 배후 단지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사업을 과감하게 벌였다. 포스코의 투자는 신한기계 강림중공업 참앤씨 태창철강 등 국내 최대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포항으로 진출하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포항공대), 포항가속기 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나노기술집적센터 등이 적극적인 첨단과학 인프라 투자 및 인재양성에 나서면서 포항은 철강경기 불황에도 끄떡없는 첨단 과학산업기지로 탈바꿈했다.

포항은 지금 새로운 첨단 과학 미래 명품도시로의 변신을 재촉하고 있다. 그 핵심전략이 바로 테라노바(라틴어로 새로운 땅이라는 뜻) 프로젝트다. 박승호 시장은 테라노바 프로젝트를 “청정 해양도시인 포항이 마치 공해에 찌든 공업도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포항을 명실상부한 문화관광도시로 만드는 하나의 도심 재생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2007년 추진한 중앙상가 실개천 조성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점에 따라 지역상권의 침체로 많은 상인들이 폐업하는 안타까움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상가 657m 구간에 사업비 24억원을 투자, S자로 24시간 실개천에 물이 흐르도록 조성한 사업이다. 지역상가 활성화는 물론 다양한 문화행사 공간으로 변신했고 2~3도 정도의 도심 열섬현상 완화 효과도 덤으로 거두면서 전 세계 환경단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시작한 포항발 감사나눔운동은 국내 기업들은 물론 일본의 도요타, 중국의 당산강철 등 해외 기업으로 급속히 퍼져나가 글로벌 감사나눔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승호 시장은 올초 정부의 국정지원 모범사례로 선정돼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기도 했다.

새로운 미래 100년 준비하는 울산과 포항

울산은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부문 전국 1위, 조선해양 세계 1위의 거대 저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50년을 먹여 살린 중화학공업에 첨단 과학과 녹색을 입혀 1인당 소득 6만달러가 넘는 풍요로운 그린스마트형 경제자족도시로 발전시키자”는 것이 박맹우 시장이 던지는 ‘울산 신르네상스’다.

울산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의 세계적인 산업 인프라를 고부가가치화, 스마트그린화, 융복합화를 통해 글로벌 선도 도시로 또 한 번 도약한다는 목표다.

포항은 2020년까지 환동해 중심도시, 글로벌 포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걸고, 포항운하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운하는 형산강 입구에서 포항 도심에 위치한 송도교 인근 동빈내항까지 1.3㎞ 구간에 물길을 뚫어 폭 15~26m, 수심 1.74m 운하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르면 8월 중 준공 예정이다.

박승호 시장은 “동빈내항 주변을 수상 카페와 호텔, 콘도,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으로 리모델링해 동양의 나폴리로 만들겠다”며 “10년 뒤에는 인구 75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인당 6만달러에 달하는 자족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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