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취업과 '취집' 사이

입력 2013-05-06 17:17   수정 2013-05-07 00:16

취업 대신 시집 잘 갈 생각만 한다?…여성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한 탓일까

은수미 <민주당 국회의원 hopesumi@na.go.kr>



청년 고용률이 외환위기 때의 40.6%보다 낮은 심각한 현실(3월 기준 38.7%)에 대해 강의를 하는데 갑자기 한 여학생이 물었다. “취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괜찮은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임신이나 출산, 육아로 어렵사리 잡은 직장마저 포기하는 여성이 많다 보니 취직보다 결혼이 더 솔깃한 것이 현실이다. 질문이기보다 고민이겠다.

문득 2년 전 만난 두 개의 여성모임이 기억났다. 하나는 학교 졸업 후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섯 명의 40대 여성. 이 중 두 명은 미혼이고 나머지 기혼자 네 명 중 둘만 아이가 있다.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주영씨는 항상 아이에게 잘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미혼인 경화씨는 내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며 씁쓸하게 웃고, 아이가 없는 숙희씨는 엄마모임에 끼지 못하는 이방인이란다.

이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또 다른 여성 모임 참석자 52세 미자씨는 자연유산을 한 다음날도 어김없이 출근한 경험이 있다. 생활이 어려워 출산이나 육아로 쉬는 것은 생각도 못했단다. 성미씨는 파견으로 일하다 성희롱을 당했지만 결국 항의하지 못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정숙씨는 최저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차마 말을 못한 채 일자리를 전전하다 마흔이 넘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여학생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고민만 커진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80%인데 도전도 하지 않고 좋은 신랑감부터 찾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 그만인가. 개인이 해결할 수 없으니 제도나 시장을 바꿔야 한다거나, 여성도 버티고 도전하면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면 끝인가. 어느새 강의실은 토론장으로 바뀐다. 그래도 여성은 취집이라는 또 다른 길이 있지 않느냐, 남성에게는 취업밖에는 없는데 그것이 너무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강의는 영화 ‘헝거 게임:판엠의 불꽃’ 소개로 끝났다. 24명의 소년소녀가 오직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생존게임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영화, 헝거 게임에서 혼자 살아남으라는 룰을 바꿔 함께 살기를 택하는 여주인공. 룰 바꾸기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구호일까? 취업과 취집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현실의 룰 자체를 바꾸는 것, 다음 강의는 그 질문으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은수미 <민주당 국회의원 hopesumi@n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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