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 흑산도 해군장병들과 4박5일

입력 2013-05-17 17:22   수정 2013-05-17 21:36

이승하 < 시인·중앙대 교수 >

바다를 지키는 충무공의 후예들, 거친 파도도 두렵지 않다는 눈빛
그들이 있어 편히 잠들 수 있거늘



갖고 있는 회원카드 중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NAVY 문인클럽 회원증’이다. 회원번호 11-14, 클럽 결성 당시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발급해준 것이다. 2010년 겨울, 해군은 민과 군의 관계 개선 및 친목을 위해 다수의 문인에게 NAVY 문인클럽에 가입해줄 것을 요청했고, 문인 가운데 군의 요청에 응한 20명이 서울 신길동에 있는 해군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사실 군과 민은 아주 오랜 기간 함께했던 동료였고 전우였다.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종군한 문인들이 임시수도 대전에서 문총구국대를 결성했고 이 단체는 정부가 대구로 내려가자 대구에서 종군작가단으로 확대됐다. 종군작가단 아래 육군종군작가단·공군종군문인단·해군종군작가단이 만들어졌다. 육군종군작가단은 전선을 따라 종군하며 전선시찰 등에서 얻은 경험을 소재로 반공의식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작품을 ‘전선문학’ 등에 발표했으며 강연 및 연극공연 활동을 했다. 종군작가단 소속 구상 시인이 민간인으로서는 최초로 금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공군종군작가단은 별칭 ‘창공구락부’로 알려져 있는데 전쟁이 끝나고서도 존속했다. 단체기관지 ‘공군순보’ ‘창공’ 등을 발간했고 공군기관지 ‘코메트’ 편집에도 참여했다. ‘사병문고’란 시리즈 제목을 붙인 단행본도 여러 권 간행했다. 창공구락부는 2006년 53명 문인들의 ‘창공클럽’으로 다시 발족했다.

해군은 그런 면에서 좀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발족한 ‘NAVY 문인클럽’은 민과 군의 유쾌한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문인 회원들은 재작년 여름 해군본부 초청을 받아 진해를 방문했다. 문인 10여명은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도 타보았고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의 이름을 따서 만든 1800t급 초대형 잠수함 손원일함도 돌아보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군사관생도들과의 만남이었다. 5㎞ 바다를 다섯 시간에 헤엄치는 훈련을 받고 갓 도착한 해군사관생도들 앞에서 한 시간 남짓 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조는 생도가 한 명도 없어 ‘이 정도 군기면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 여러 차례 해군 초청 만찬이나 행사에 참가했는데 대접을 융숭하게 받기만 해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던 차 용단을 내렸다.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에서 흑산도를 추천해줘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흑산도 236전진기지에서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목포역에서 나를 영접해준 3함대 장교 두 분과 상사 한 분이 사준 목포의 명물 갈낙탕 맛은 일품이었다. 두 시간 항해 뒤 도착한 흑산도에서는 상사 한 분이 맞아주었다. 그날 저녁부터 부대에서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눠보았다. 해군은 학력 수준이 무척 높았다. 거의 다 대학 재학 중에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장병은 한 학기만 다니고 빨리 군대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는데 장교로 오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었다. 어떤 장병은 8월 제대라 가을학기에 복학할 거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흑산도 최정상에 있는 레이더 기지까지 갔던 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기지 대장과 운전병의 안내로 최익현 유허비, 유배공원,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간첩동굴 등 흑산도 일대를 둘러본 뒤 한 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두 장병과 함께 올라갔다. 기지 옥상에서 내려다본 흑산도와 인근 섬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야 그저 한 명 구경꾼의 입장에서 보았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해군은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 많은 아픔을 갖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순신 수군통제사의 후예 4만이 바다를 지키고 있어 나는 오늘 밤도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것이다.

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동안 눈을 반짝이며 듣던 젊은 병사들의 눈망울이 생생히 기억난다. 모두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가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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