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도마위에 오른 조세피난처

입력 2013-06-07 15:44  

“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지만, 달리 말하면 세금을 피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죽음만큼이나 크다는 뜻도 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하거나 줄이고 싶은 대상이다. 최근 많은 기업과 개인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실체 없는 서류상의 회사)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당국은 탈세 여부를 엄격히 조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원칙대로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와 한푼이라도 덜 내려는 기업(개인)의 숨바꼭질은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조세피난처가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게임의 룰(법)은 지켜져야 한다. 페이퍼컴퍼니를 무조건 탈세로 몰아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논란 뜨거운 '페이퍼컴퍼니'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대기업 오너일가 명단이 공개된 데 이어 한 대기업은 그룹 차원에서 조세피난처를 통해 소득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재벌닷컴’은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그룹 가운데 24개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125개 현지법인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추가 발표했다. 올해 3월 기준 125개 법인의 자산 총액은 5조6903억원으로 집계됐다. 명단에 포함된 해당기업과 경제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운 것은 정당한 경영활동”으로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탈세로 취급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은 대부분 조세피난처를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회계감사원(CR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평균 43%를 조세피난처로 옮겨놨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외 지역에 최소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세웠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인터뷰에서 “구글은 여러 나라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따랐을 뿐이다. 세금을 아끼는 방법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세 겨냥한 'FIU의 칼'

작년 한 해 동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잡아내 법 집행기관에 넘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STR)’는 50% 이상 증가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FIU의 탈세 적발 기능은 더욱 강화돼 FIU의 칼 끝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FIU가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금융거래 내역이 수상하니 자세히 조사해달라’고 넘긴 의심거래정보 건수는 1만8106건에 달했다. 2011년(1만1843건)에 비해 53%가량 증가한 것이다.

FIU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기에 탈세·횡령·마약 등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 내역을 넘겨받아 국세청이나 수사기관 등 관련 법 집행기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금융회사와 직원들은 비밀 보장을 요구하는 등 수상한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FIU의 역할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박근혜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거래 보고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이르면 오는 9월 중 시행될 전망이다.

#법규상 합법…마녀사냥식은 곤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 자체는 분명 불법이 아니다.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 사업을 벌일 때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마녀몰이식 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는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 조성·탈세 등 ‘역외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세보다는 탈세 수단으로 의심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절세의 목적으로 세율이 낮은 곳으로 법적 소재지를 이동시키는 것과 불법적인 탈세와 돈세탁 행위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세금을 피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탈세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국세청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절세와 탈세행위를 구분해 범죄에 해당하는 탈세는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을 덜 내려는 시도 자체는 기업과 개인의 본능이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올리버 홈스는 ‘세금은 우리가 문명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내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합법적인 수단을 통한 절세는 좋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조세회피와 탈세는 누구도 예외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조세피난처

법인세 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장소. 외국환관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제도, 홍콩, 스위스, 쿡 아일랜드 등 50여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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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의 유래…고대 그리스 무역상 '묘수'

조세피난처(tax haven)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역상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도시국가 주변의 섬들을 물품 창고로 이용한 것이 시초다. 당시 아테네 등의 도시국가들은 외국산 물품 거래에 약 2%의 세금을 매겼다. 때문에 상인들은 상품을 도시국가로 바로 보내지 않고 일단 주변의 섬으로 빼돌렸다가 들여가는 방식을 애용했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됐을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오늘날 조세피난처 상당수가 섬이라는 점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중간에 위치한 ‘맨섬(Isle of Man)’은 노르만족이 영국을 정복하던 11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카리브해 동쪽에 위치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콜럼버스가 항해길에 발견하면서 15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활용돼 왔다.

20세기에 들어선 스위스가 떠올랐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 각국은 막대한 전비 처리를 위해 급격히 세율을 올린 데 반해 중립을 선언했던 스위스는 세금을 늘리지 않았다. 다른 나라 기업과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뒤로 많은 도시국가와 섬들이 조세피난처 설립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협소한 국토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자금의 유입을 필요로 했던 나라들이다.

현재 조세피난처의 종류는 다양하다. 모든 세금이 면제되는 조세천국(tax paradise), 외국 법인에 대해 조세 혜택을 주는 좁은 의미의 조세피난처(tax haven), 특정 법인에 대해 우대해주는 조세휴양지(tax resort)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인 조세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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