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노렸나?…슈퍼개미의 급습

입력 2013-07-23 17:37  

야금야금 지분 늘리는 슈퍼개미, 슬금슬금 쫓기는 대주주

박영옥·한세희·김승호
경영권 분쟁 의도 없다지만 경영진 압박하며 '불편한 동거'



개인 큰손 투자자를 일컫는 ‘슈퍼개미’가 특정 회사 지분을 집중 매집하면서 때아닌 경영권 분쟁 조짐이 일고 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해당 기업에는 꾸준히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 기업은 분쟁 가능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주주에 버금가는 지분 확보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23일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공업 주식 4만주를 장내에서 추가로 사들여 보유 주식이 378만3275주(지분율 15.94%)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9만4105주까지 더하면 지분율은 16.34%에 이른다. 최대주주 김준식 부회장 지분(21.17%)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만 5곳에 이르는 박 대표는 태평양물산 등 다른 투자기업 지분은 일부 정리하면서도 대동공업 지분은 계속 늘리고 있다.

슈퍼개미 한세희 씨는 감시용 카메라 등을 만드는 하이트론 주식 17만여주를 이달 들어 장내에서 사들였다. 한씨의 보유 주식은 133만110주(24.05%)로 늘었다. 길대호 회장과 최영덕 사장, 허창행 전무 등 현 경영진 측이 보유한 지분 24.8%에 버금간다. 한씨의 지분 확대 등으로 하이트론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12.3% 상승했다. 한씨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김밥 파는 CEO’로 유명한 미국 동포 김승호 씨는 가발 원사 기업인 코스닥의 우노앤컴퍼니 지분을 확대 중이다. 지난 5월 지분 5%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한데 이어 이달 18일에는 6.53%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미국 대형 식품유통 업체 ‘크로거’ 등을 통해 김밥을 판매 중인 연매출 2억달러의 JEF를 이끌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하라”… 압박

슈퍼개미들이 이처럼 지분 매집에 나서는 것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너무 낮게 형성됐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 종목에 수십억,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은 동일하다.

다만 이들은 주가가 제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면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점에서 일반 개미와 다르다. 10년 가까이 대동공업 주식을 보유 중인 박 대표는 지난해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을 선언하며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회사를 압박했다. 올 3월 정기주총에서는 소액주주와 손잡고 경영진 교체까지 시도했다.

하이트론에 2011년부터 투자한 한씨는 “경영권 분쟁을 벌일 의도가 전혀 없다”고 공시 등을 통해 밝히면서도 지분보유 목적은 ‘경영참여’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씨는 길 회장과 최 사장 등에게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자고 제안했으나 경영진은 응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우노앤컴퍼니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고 있으나 경영참여를 배제하진 않는다.

김씨의 공시 대리인 측은 “경영진을 신뢰하지만 주가 관리에는 다소 미흡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며 “연말까지 이 상태라면 회사에 여러 가지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가 5000원 아래에서는 지분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노앤컴퍼니는 이날 0.42% 오른 3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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