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드라마 열광…터키선 지금 '한국 앓이'

입력 2013-08-19 17:04   수정 2013-08-20 09:12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31일 개막

JYJ·FT아일랜드 등 아이돌 팬미팅·팬사인회 줄이어
드라마 '닥치고…' 인기 짱

성 소피아 성당 광장 등서 40개 프로그램 동시 진행
한류팬 줄잡아 20만여명



이스탄불 현지에 가보니…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요? 하나만 꼽기는 어려운데…. ‘꽃보다 남자’ ‘주몽’도 좋았지만 최근 본 것 중에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요.”

터키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에미뇌뉘 광장에서 만난 한류 팬클럽 ‘코리아 팬스(Korea Fans)’ 회장 마리아 겐치(20)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드라마 출연진을 한 명 한 명 설명하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1월30일부터 두 달간 국내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했던 이 드라마 시청률은 2%대였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셈. 하지만 터키에선 한국에서보다 더 유명한 드라마가 됐다.

○터키는 ‘한국앓이’ 중

에미뇌뉘 광장 한쪽에선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경주 불국사 자하문 모습을 본뜬 건물을 짓는 공사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한국 문화를 알릴 전시관이다. 오스만제국의 지배자 ‘술탄’이 살았던 톱카프궁전 정문에는 한국 문화재 특별전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이스탄불 전역에서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열린다. 경북도·경주시와 이스탄불시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아야소피아(성소피아 성당) 광장, 탁심 광장 등 이스탄불 명소에서 40여개 프로그램이 동시에 펼쳐진다. 이스탄불을 통째로 빌려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다.

이스탄불의 공식 인구는 1400만여명. 반면 경주의 인구는 27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두 도시가 공동으로 행사를 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터키의 ‘한국앓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드’ 능가하는 한국 드라마 인기

터키에서 한국 드라마 인기는 ‘미드(미국 드라마)’ 이상이다. 시작은 2005년 터키 국영방송 TRT에서 장보고의 일생을 그린 KBS 사극 ‘해신’을 방영하면서부터다. 터키는 한국 못지않게 TV 드라마를 즐기는 나라다.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다. 하지만 국영방송 그것도 메인 채널인 TRT1에서 해외 드라마를 틀어준 것은 ‘해신’이 처음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TRT는 ‘주몽’ ‘대장금’ 등 사극을 잇달아 방영했다. 현대물을 틀어달라는 젊은층의 요구가 빗발치자 TRT 청소년 채널을 통해 ‘꽃보다 남자’(꽃남)를 방영했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 정서적으로는 가깝지만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터키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꽃남’ 방영 이후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배우는 송일국(해신 주연)에서 이민호(꽃남 주연)로 바뀌었다고 마리아 겐치는 전했다.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영되고 1시간 정도면 인터넷에서 영상을 구할 수 있고, 이틀 뒤면 터키어 자막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어권 시청자가 만든 자막을 다시 터키어로 번역해 배포하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한 대학생 예심 아트시(22)의 설명이 재미있다.

“한국 드라마에는 터키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나이 많은 사람에게 예절을 갖추는 모습도 비슷하고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 딸 때문에 골치 아픈 엄마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아이고, 아이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터키에서도 그렇거든요. 하하.”

○“터키 내 한류팬 20만명 이상”

한국 가수들의 인기도 상상 이상이다. 특히 JYJ FT아일랜드 씨앤블루 등 ‘꽃미남’ 외모를 가진 남성 아이돌의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2월, JYJ 멤버 김재중이 주터키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앙카라 대에서 팬미팅을 열자 신청 접수 30분도 되지 않아 마감됐을 정도였다.

이번 엑스포 행사 가운데 터키 젊은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행사도 내달 7일 이스탄불 윌케라 아레나에서 열리는 K팝 공연이다. KBS와 TRT가 공동으로 제작하며 슈퍼주니어 FT아일랜드 엠블랙 비스트 미쓰에이 에일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동우 주터키 한국문화원장은 “코리아 팬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한류 팬클럽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터키 내 한류 팬이 20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다.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 입학 커트라인이 최상위권으로 올라갔을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글교육을 위해 외국에 설립하는 터키 내 세종학당도 올해 6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 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박용덕 터키한국문화교류협회 회장은 “세종학당뿐 아니라 한국어 사설 학원도 성업 중”이라며 “현재 한류 팬들의 주류는 학생이지만 시간이 지나 이들이 직장인이 되면 경제적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탄불=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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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눈 형제"…6·25 참전으로 특별한 인연

한국문화 왜 열광하나

이스탄불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칸카르데쉬(kankardesh)’란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피를 나눈 형제’라는 뜻의 터키어다. 터키에 부는 한류 바람의 원동력은 이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한국과 터키의 인연은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아시아를 근거지로 삼아 고구려와 군사동맹을 맺었던 돌궐(튀르크)족이 바로 터키인의 조상이다.

이보다 더 직접적인 인연의 시작은 터키가 6·25전쟁에 참전한 연합군 중 세 번째로 많은 1만5000여명을 파병하면서부터다. 참전 16개국 가운데 가장 용맹하게 싸운 것으로 유명했던 이들은 군우리전투 등 주요 격전지에서 승리를 거두며 공을 세웠다. 6·25전쟁으로 터키 군인 765명이 숨졌고, 175명이 행방불명됐다.

한국과 UN이 공식 참전용사를 1만5000여명으로 집계하는 반면 터키는 2만명으로 추산한다. 숫자가 서로 다른 이유는 마지막에 파병된 5000여명이 한국에 상륙하기 직전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젊은 남성 가운데 2만여명을 보냈기 때문에 터키인들은 지금도 주변에서 ‘코렐리(한국전 참전 용사·원뜻은 한국사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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