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가득찬 '뜨거운' 화가의 도시

입력 2013-08-25 14:30  

해외여행

멕시코 멕시코시티

대통령궁·교육부·시 청사…도심의 주요 건물 벽화 장식
대표 화가 디에고와 프리다, 벽화 그리며 운명적 사랑
세계 3대 성모 마리아 발현지 과달루페 테페약서 시내 한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멕시코시티를 떠올릴 때 느끼는 막연한 정서가 있다. 거칠고 남성적인 기운이 물씬 풍길 것 같은 나라, 사람에 비유하자면 정확히 마초의 느낌이다.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담아낸 멕시코의 물리적·정서적 풍경 역시 대부분 그렇다. 눅눅하고 매캐한 공기, 희뿌연 하늘, 작열하는 태양 아래 얼굴을 찡그린 진한 인상의 사람들, 유독 거칠게 들리는 스페인어는 멕시코에 처음 발을 디딘 여행자를 주눅들게 한다. 하지만 천천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처음 느꼈던 거친 인상이 어느 순간부턴가 마법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2000만 거대도시의 중심, 소칼로광장

멕시코시티를 둘러보기 위한 가장 좋은 시작점은 단연 소칼로 중앙광장이다. 이곳은 14~16세기 아스텍 제국의 수도였던 ‘메히코 테노치티틀란’이라는 아름다운 호수 위의 도시였다. 당시 정치·종교의 중심지였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무참히 파괴됐다. 정복자들은 호수를 메우고, 대통령궁과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 등을 지으며 그들만의 도시를 재건했다. 역사적 배경은 아프지만 그 영향으로 광장 주변에는 볼거리가 넘친다.

대통령궁과 스페인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대성당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있고, 박물관·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 많다. 특히 1979년 대성당 뒤편의 상수도 공사 중 발굴된 ‘마요르 신전’터는 테노치티틀란의 중앙 신전 터였음이 밝혀졌다. 지금은 신전의 기단 부분만 남아있지만 아즈텍 문명의 중요한 탐방코스다. 소칼로광장은 멕시코시티 시민들이 가장 아끼는 도심 속 휴식처다.

많은 예술가들이 소칼로광장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한편에는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군악대가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광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스텍 원주민들의 후예들이다. 어떤 이는 허브를 태운 연기로 사람의 악한 영혼을 쫓아내주는 대가로 돈을 벌고, 누군가는 전통 의상을 입고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공연료를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갖가지 멕시코 원주민의 토속품을 파는 좌판도 즐비해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인 화가의 도시

도시 자체가 미술관이다. 대통령궁을 비롯해 교육부, 국립예비학교, 시 청사의 벽은 온통 벽화로 장식돼 있다. 1910년 멕시코에서는 독재에 반대하는 혁명이 일어났고 그 이후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벽화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등이 참여했고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가 선봉에 섰다. ‘알라메다 공원에서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은 수많은 벽화 중 수작으로 평가된다. 1947년에 제작된 길이 15m, 높이 4m의 벽화로 디에고 리베라 벽화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디에고 리베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다. 디에고 리베라는 국립예비학교 벽화를 그리던 중 그의 운명적 사랑인 칼로를 만났다. 둘의 운명적 사랑과 그 사랑의 파국을 넘어선 동지적 관계, 예술에 대한 열정을 살펴보기 위해 ‘산 앙헬 스튜디오’로 갔다. 옥상을 통해 연결된 두 채의 건물이 나란히 서있다. 한 쪽은 프리다의 스튜디오, 다른 한 쪽은 디에고의 스튜디오다. 이곳은 당시 둘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재현했다.

○프리다 칼로 낳은 코요아칸

코요아칸이라는 마을은 칼로의 고향이다. 이곳에 있는 블루하우스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블루 하우스’는 칼로가 모든 담장을 아스텍사원과 궁정들처럼 남색으로 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가 미국에서 돌아와 죽을 때까지 머물렀던 블루하우스는 그녀의 고향이자 그녀가 그려낸 수많은 수작들의 고향이다.

코요아칸의 주말은 흥겹다. 광장에서 주말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군것질거리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탐나는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수많은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거리에 전시, 판매한다. 칼로의 고향답다. 반백의 부부는 마리아치 연주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손을 맞잡고 볼을 비비며 춤을 춘다. 열정적인 연인은 우주가 그들을 중심으로 돈다는 듯이 키스에 열중한다. 귀여운 꼬마는 콘 위의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져 울상이고, 예쁜 소녀는 어린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나온 주말이 마냥 행복하다. 덩달아 나도 행복해진다. 멕시코시티의 속살을 본 것 같아서, 마음이 열리고 따뜻해진다.

○성모마리아의 기적, 과달루페

멕시코는 독실한 가톨릭 국가다.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즈음 태어난 사람이라면 드라마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의 출연자들은 곧잘 성호를 그으며 갈색 피부, 검은 머리의 마리아상을 향해 기도했다. 돌이켜보니 그때 그 마리아가 이곳의 과달루페 성모다. 세계 3대 성모마리아 발현지로 유명한 과달루페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성당이 모여있는 성지다.

성모 발현의 일화는 이렇다. 1531년 테페약 언덕을 지나던 인디오 사람 ‘후안 디에고’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언덕에 성당을 지으라고 계시했다. 후안은 이 사실을 주교에게 알렸지만 주교는 무시했다. 그러자 성모 마리아는 후안 앞에 다시 나타나 테페약 언덕에서 딴 장미꽃다발을 망토에 싸서 주교에게 가져가라 지시했고, 이후 장미를 쌌던 망토에 성모상이 맺혔다고 한다. 이는 신성당에 지금까지 보존돼고 있다.

1921년 성당에 일어난 화재에도 불구하고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물질의 성분이 과학적으로 분석되지 않으며 5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섬유 조직이나 형태, 색감이 변하지 않아 기적의 상징이 되고 있다. 노란 첨탑이 인상적인 구성당은 성모마리아의 발현을 기념해 1709년에 지어졌다.

지반 약화로 건물이 기울어져 더 이상 미사를 볼 수 없게 되자 그 옆으로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성당을 지었다. 현재 미사는 새성당에서만 볼 수 있다. 광장에서 성모마리아가 발현한 지점인 테페약 언덕까지 오르는 길이 아름답다. 장미 넝쿨이 우거진 초록의 아치를 지나다 보면 어느덧 멕시코시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성당을 향해 내려가는 길목에는 마리아가 그려진 성화, 묵주, 촛대, 성모상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성당 가까이 이르자 경건한 성가가 들려온다. 무릎으로 기어 성당까지 들어가는 참배자를 만났다. 꽤 먼 길을 고행했는지 무릎이 다 까져있다. 절실하게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멕시코시티 = 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naver.com

★여행팁 직항없어 LA·도쿄 경유…지하철 노선 11개 편리

멕시코시티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직항은 없다. 미국(LA), 일본(도쿄), 캐나다(밴쿠버)를 경유해 멕시코시티 노선으로 입국하는 방법이 있다.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에서 멕시코시티 시내까지 정액요금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택시 티켓은 공항 내 매표 창구에서 사야 한다. 대중교통은 11개 노선의 지하철이 있어 이동이 편리한 편이다. 여행객에게 친절한 택시기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택시를 탈 경우 반드시 미터기를 확인해야 한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영어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알찬 여행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스페인어 몇 가지는 익혀두는 것이 편하다. 화폐는 페소를 사용한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1페소는 86.62원이다. 환율은 시내보다 공항이 유리하다.

일교차가 크다. 뜨거운 낮, 서늘한 밤을 대비해 옷을 챙겨야 한다. 멕시코시티는 해발고도 2240m의 고지대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공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스위스 융프라우(해발 4166m)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고산증세로 고생이 많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상비약은 한국에서 준비해 가는 것이 좋겠다. 치안은 꽤 신경 써야 하는 편이다.

도심 번잡한 곳에서나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할 경우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관광지를 제외한 외딴 지역을 혼자 여행하는 것은 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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